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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조사·방문확인 그리고 자살하는 의사들
醫 "방문확인 폐지" 제기···"급여기준 모호성 개선 시급"
[ 2017년 04월 06일 16시 45분 ]


[기획]의료계와 보건당국의 갈등이 점점 더 격렬해지고 있다. 잇달아 개원의 자살사건이 발생한 것은 그 갈등에 불을 지피는 도화선이 됐다. 근래 현지조사와 방문확인을 받던 도중 애석하게도 2명의 의사가 세상을 떠났다.


동료 의사들은 강압적 조사로 인한 압박을 자살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했고, 정부는 절차 상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명망있는 의사들의 자살이라는 사건은 발생했지만 해석은 다르게 나타난 것이다. 어쩌면 명확한 원인 규명에 앞서 진솔한 대화가 해결방법 일텐데도 여전히 양측은 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의료계 처한 주소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아쉬운 부분이다.


2017년을 맞이하려는 순간 의료계에 비보가 날아들었다.


강원도 강릉시 소재 비뇨기과 개원의 K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가 자살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방문확인이었다는 얘기가 들렸고 의사들은 암담한 현실에 답답함이 심화됐다.


불과 몇 달 전인 지난해에도 똑같은 형태의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었기에 의사들의 중첩된 분노는 쌓여만 갔다.


작년 7월 경기도 안산시 비뇨기과 개원의 J씨가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현지조사를 받은 직후, 자살했기 때문이다.


결국 아픈 곳을 또 찔러버린 셈이 됐고 보건당국의 강압적 조사로 압박을 받아 죽음에 이른 것이라고 생각한 동료 의사들은 이런 사건이 남 얘기가 아닐수 있다는 두려움도 느끼게 됐다.


당시 고인의 가족을 방문했던 대한비뇨기과의사회 어홍선 회장은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받았고 조사과정에서 심한 모멸감을 받은 것으로 여겨진다”고 분개했다.


그는 “보건당국의 실적 경쟁에서 비롯된 무자비한 행태는 마치 최순실 국정논단과도 같다. 의료인의 존엄성을 침해한 권력남용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뿐만 아니었다. 당국의 강압적 행위에 대응하는 1인 시위와 추모집회 자리에서 만난 의사들은 “제도의 틀 속에서 의사들이 희생양이 됐다. 국민건강권을 수호하고자 열심히 살았지만, 싸늘한 주검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들을 위해서라도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일련의 사건이 발생한 후,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은 전(前)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손명세 원장, 국민건강보험공단 성상철 이사장을 방문해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또 현재 의사협회 산하 전국 시도의사회 총회가 진행 중인 가운데 현지조사, 방문확인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또 의사협회 대의원회를 중심으로 ‘KMA POLICY 특별위원회’도 꾸려진 상태로 적극적인 대응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복지부가 주도하는 의정협의체 안건에도 현지조사 관련 내용이 담겼으며 협의체 내에서 적절한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지속적으로 논의는 이어지고 있지만, 의료계와 보건당국은 아직 공통분모를 찾지 못했으며 여전히 조율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방문확인 없애고 현지조사만 남겨두는 방식


강릉 비뇨기과 개원의 K씨는 건보공단의 방문확인 절차, 안산 비뇨기과 개원의 J씨는 복지부의 현지조사 중 자살을 했다. 현지조사는 심평원과 건보공단 직원이 협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다른 듯 같은 두가지 사안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음은 관련 내용을 정리한 표다.

의료계는 방문확인 폐지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지조사도 있는데, 굳이 방문확인까지 진행해 이중 심사나 규제를 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2명의 의사가 회원이었던 비뇨기과의사회에서 시작된 방문확인에 대한 거부감이 대한의사협회, 대한개원의협의회 등 범의료계로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올초 건보공단이 수가협상 등 통상적 상견례를 진행하려고 의사협회와의 만남을 추진한 바 있는데, 방문확인 폐지 및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워낙 거세 일정을 미뤘다가 다시 재약속을 잡는 등 곤란한 상황이 발생한 바 있다. 그만큼 양측의 입장 차가 크다는 것이다. 

건보공단은 방문확인 업무를 법에 근거를 둔 고유의 권한으로 강조하고 있다. 즉, 폐지불가 입장이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방문확인을 나간 요양기관은 병의원을 포함 920곳 정도다. 이는 전체 요양기관 약 8만6000곳 중 1%가 조금 못되는 수준이고 건보공단 인력의 한계로 인해 부당청구 기관을 모두 적발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주장이다.


기본적으로 내외부 고발자의 신고, 공단 자체 시스템 상 부당청구 잘못된 행위가 의심되는 요양기관을 선별해 조사를 나가는 것은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를 위한 필수적 요소라는 주장이다. 


건보공단 한 관계자는 “방문확인을 거쳐 의료계 자체적으로 자정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의료계에서는 이 과정을 없애려고 한다. 결국 행정처분과 직결되는 현지조사만 남게 돼 오히려 의료계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간 의료계 의견을 받아들여 요양기관 방문확인 표준운영 지침(SOP)을 개정했다는 건보공단의 주장도 일리는 있다.


이들은 법 규정대로 움직이고 있는 근거가 있다. ‘실적 쌓기’, ‘갑질’ 등으로 평가절하시키는 것도 위험한 생각이 될 수도 있다. 


폐지론이 불거지고 있지만 현실 가능성은 낮다. 소통이 필요한데 방향이 다르다. 결국 논의는 의료계와 건보공단 등이 포괄적 형태가 아닌 세부안건에 대해 논의를 해야 일치를 볼 수 있다.


특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도 건보공단의 업무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어 의료계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힘든 구조다.

의료계가 이 같은 현실을 인식해야 만 현지조사 등과 관련된 보다 접점이 가능한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부당청구 등 불법행위가 건강보험 재정을 축내고 있어 보장성 강화정책을 실현시키기 어렵다는 진단을 내렸고, 건보공단이 직접 페널티를 부과하는 형태의 변화도 거론되고 있다.


여기서 하나의 해법을 제시하자면, 부당청구인지 모르고 진행한 착오청구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착오청구는 애매모호한 규정으로 어쩔수 없이 발생한 것이라는 인식이 크기 때문에 통상적인 부당청구와 명확히 구분하는 교통정리가 필요한 것이다.


만약 의료계가 정부와의 진솔한 대화을 원하고 개선방안을 요구한다면 바로 이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마귀 제거술, 급여와 비급여 충돌


자살한 2명의 의사, 그들이 현지조사와 방문확인을 받게 된 이유는 바로 ‘사마귀 제거술’ 때문이다.

현 급여기준 상 사마귀 제거술은 ‘업무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에만 급여가 가능하다.


아쉬운 점은 전제 자체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업무나 일상 생활에 지장을 줄 경우’라는 판단을 명확히 하기는 어렵다. 의사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는데, 이를 심사하는 심평원에서 다른 의견이 제시되면 비급여로 분류되는 실정이다.


세부적으로 ▲동일 부위에 근접한 2개 이상을 동시에 제거하는 경우 처음 것은 100%, 그 다음 것부터는 50%를 산정하되 최대 200% 산정 ▲동일부위 범위는 다섯 손가락, 다섯 발가락을 각각 하나의 범위, 손바닥과 손등을 합쳐서 하나의 범위, 발바닥과 발등을 합쳐서 하나의 범위로 규정됐다.


제시된 범위를 벗어나면 비급여 항목으로 간주된다. 즉, 비급여인데 지속적으로 급여비 청구를 하면 부당청구 기관으로 블랙리스트에 오른다.


2명의 의사들 역시 관련 문제로 인해 보건당국이 주시하게 됐고 현지조사, 방문확인을 거쳐 결국 애석한 죽음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분석이다.


이 해석이 맞다면 이들은 착오청구의 피해자일수 있다.

현행법상 의료인이 심평원 등 보건당국의 정해놓은 틀 안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부당청구 행위를 저지른 범법자의 그물에 갖히는 구조다. 이른바 건강보험재정을 축내 국민건강권을 침해하는 몰상식한 의료인으로 낙인이 찍히는 것이다.


2명의 자살한 의사들을 재차 거론한다는 것이 불편하면서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보건의료체계의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내는 중요한 부분이 될 수도 있음을 인식하고 실질적 대안 마련이 절실한 때이다.

“착오청구 등 행정사고 대응책 마련 주력하겠다”
대한비뇨기과의사회 어홍선 회장


“2명의 비뇨기과 개원의가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많은 동료의사들이 상처를 받았고 많이 힘들어 했다. 대응책을 마련하고자 다각적 노력을 했지만, 사실 쉽지 않았다. 억울한 부분을 끝까지 해결하고 싶다.”


최근 데일리메디와 만난 대한비뇨기과의사회 어홍선 회장[사진]은 어두운 표정으로 2명 회원의 자살사건을 떠올렸다. 


어 회장은 “그간 1인 시위도 벌이는 등 보건당국의 강압적 방문확인과 현지조사를 사회적으로 공론화시키려고 했지만 여러 상황이 겹쳐 당장 명확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외부적으로 의사는 기득권 세력이라는 인식이 있다. 억울한 죽음이 있어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선이 존재한다. 이러한 선입견으로 인해 일부 역차별도 받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비뇨기과뿐만 아니라 모든 과(科) 의사들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현재 대한의사협회 주도로 대응책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어 회장 역시 적극적으로 동참해 관련 문제를 해결할 방향성을 논의하고 있다.


그는 “의협이든 비뇨기과의사회든 현재는 의료사고를 대응할 변호사들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제는 행정적 문제에도 무게를 둘 것이다. 방문확인, 현지조사를 꼼꼼히 들여다보고 억울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부당청구로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진행되는 착오청구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착오청구 사전심사프로그램’을 올 상반기 내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억울하게 보건당국의 조사를 받는 일은 없앨 수 있도록 예방책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어 회장은 “장기적으로는 방문확인이나 현지조사를 어떤 방식으로 진행해야 옳을지 따져 묻고 개선책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실적을 올리기 위해 부당청구 적발에 혈안이 된 상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기획재정부 차원에서 방문확인, 현지조사 업무에 대한 문제들을 검토하고 있다. 각 기관의 역할에 대한 부분인데 향후 어떤 방식으로 조율될지 지켜보면서 대응방향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박근빈기자 ray@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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