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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지난 2012년 12월 초 18대 대선을 앞둔 박근혜 후보 이미지는 ‘보수를 대표하는 신뢰의 여성’이었다. 이는 당시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가 대선 연관 트윗 3100만건을 분석해 뽑아낸 박근혜 후보 이미지였다.
그러나 4년 만에 ‘신뢰를 상징하는 여성’에서 구치소에 수감된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했다.
박근혜 前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지지율이 5%대로 하락하며 신뢰도 역시 바닥을 쳤다. 이후 헌정 사상 첫 번째로 헌법재판소에 탄핵이 인용돼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박근혜 前 대통령의 몰락과 함께 국가중앙병원인 서울대병원 신뢰도 역시 바닥으로 떨어졌다.
서울대병원이 사회적 논란에 휩싸이게 된 출발점은 지난해 2월 박 前대통령의 두 번째 주치의였던 분당서울대병원 서창석 교수가 청와대에 사표를 내고 서울대병원장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부터다.
당시 서울대병원 이사회는 2명의 병원장 후보를 교육부에 추천했다. 교육부는 서창석 후보를 단독 임명 제청, 그는 박대통령의 임명을 받아 서울대병원장에 취임했다.
서창석 병원장 취임 이후 故 백남기씨 사망진단서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서울대병원이 백 씨의 사망원인을 ‘외인사(外因死)’가 아닌 ‘병사(病死)’로 작성했기 때문이다.
이후 ‘의학에 정치가 개입됐다’, ‘사망진단서 작성 지침에 어긋난다’ 등의 사회적인 비난이 일자 서울대병원 특별위원회와 백씨 주치의는 "사망진단서 작성지침과 다르게 기재됐음을 인정하지만 외압은 없었고 사망진단서도 변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는 서울대병원을 향해 “박근혜 정부 뒤치다꺼리에 망가지고 있다”고 힐난에 가까운 비판을 했다.
심상정 대표는 “국가중앙병원인 서울대병원이 중심을 잡았더라면 부검 논란은 없었을 것”이라면서 “서울대 특별위원회는 외인사가 맞지만 병사로 돼 있는 사망진단서를 고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백남기 농민에 대한 사망진단서가 의학적 사실보다는 정치적 고려로 작성됐다는 고백”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사실 백씨 사인에 대해서는 정치권을 비롯한 전 국민이 납득할 수 없었다. 이 때부터 국가 최고 의료기관의 신뢰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서울대병원을 향한 각종 의혹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청와대를 드나들며 대통령을 비선 진료한 김영재 원장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외래교수로 위촉된 사실이 드러났다. 더욱이 전문의 자격도 없이 인턴만 수료한 일반의를 외래교수로 위촉해 의구심을 키웠다.
또 서창석 원장은 김영재 원장의 비선진료를 방조하고 묵인한 혐의도 받고 있으며, 김 원장의 아내 박채윤 씨가 대표로 있는 와이제이콥스메디칼이 서울대병원에 의료자재를 납품하는 과정에서도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국정감사 기간에는 전현직 병원장이 나란히 출석, 상대방 주장을 정면 부인하는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서울대병원 교수들과 직원들 사이이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다"는 자조감이 팽배했다.
당시 서울대병원 노조는 "서울대병원 관련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총체적 비리에 기가 막히고 부끄럽다"면서 "내부 구성원 뿐 아니라 서울대병원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깨지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가장 최근에는 故 백남기씨 의무기록을 담당 의료진 외 225명이 무단 열람했다는 감사원 결과가 발표됐다. 의무기록을 무단 열람한 225명 중 161명은 단순한 호기심에서 725차례나 열어봤고 이들을 제외한 의료진은 사용자 계정을 도용당했거나 제때 로그아웃하지 않는 등 의무기록 관리가 부실하게 관리된 것이 드러났다. 간호사 한 명은 간호일지와 환자 신체상태 등을 핸드폰으로 찍어 친구에게 무단 전송한 사실도 밝혀졌다.
서울대병원 한 교수는 "국가 중앙병원장이 온갖 비리에 휘말리고 구성원들은 환자 의무기록을 무단 열람하는 등 낯부끄러운 일이 연일 터지고 있어 우리나라 최고 국립대병원에서 근무한다는 자부심은 사라지고 자괴감만 들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120여 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최고 국립대병원인 서울대. 박근혜 정부 들어 의도치 않은 스캔들과 의혹들로 인해 병원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 이 난제를 수습하는 것은 앞으로 상당한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서울대병원이 이번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 국가 최고 의료기관으로 다시 태어나길 기원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