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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혼과 난임이 증가함에 따라 생식건강 관리가 중요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출산율 제고 정책에 있어 의사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삼식 연구팀은 ‘결혼·출산 행태 변화와 저출산 대책의 패러다임 전환’ 연구를 통해 개인의 보건 수준이 출산 행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국내 기혼여성 가운데 난임 진단이나 치료를 받은 비율은 2015년을 기준으로 30세 이상에서 40%에 근접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임신·출산 적령기에 있는 25~39세 기혼여성의 난임 진단 및 치료 비율 또한 급격히 상승했다. 임신을 했지만 자연유산이나 사산, 인공임신 중절로 출산으로 이어지지 못한 ‘임신소모’도 20%에 달한다.
연구팀은 “2006년 이후 난임 지원사업 시작으로 진단 수 자체가 늘어난 점을 감안하더라도 젊은 층의 난임진단 및 치료율이 상승한 것은 이 연령대로 진입하는 인구들의 생식건강 상태가 좋지 않음을 시사한다”며 “이는 출생아 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의 생식건강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나빠졌는지 분석하기 위해 ▲최근 5년간 출산 경험이 있거나 ▲결혼해 아직 임신이 되지 않은 여성 ▲출산을 앞두고 있는 여성 20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진행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여성은 평소 생식건강에 대해 관심이 적었을 뿐만 아니라 의료적 상담이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존재가 없어 대처에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응답자들은 공통적으로 청소년기에 피상적 성교육을 받아 생식건강 관리에 중요한 보건의료적 지식을 접할 기회가 없었다고 답했다”며 “궁금한 점이 있거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 적다는 지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청소년기는 물론이고 성인이 돼서도 산부인과 진료를 받는 것에 거부감을 느꼈으며 병원에서 불필요한 검진을 추가하거나 진료비를 과잉 청구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을 품기도 했다”며 “공신력 있는 전문적인 정보를 얻고 싶어 하면서도 이를 어디서 어떻게 얻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다수”라고 덧붙였다.
즉, 출산율 제고를 위해 생식건강이 중시되는 현 시점에도 대부분의 가임기 여성들은 피상적으로 이뤄진 성교육을 받아온 탓에 건강관리 및 상담·지식 습득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전문 의료기관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문제의식 하에 건전한 성(性) 가치와 생명존중 분위기 확산을 목적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피임교육 실시를 계획 중이다.
또 대학생을 주축으로 한 ‘생명사랑 서포트’ 활동을 통해 인터넷 매체 등을 활용해서 중절 예방과 같은 캠페인을 펼칠 예정이다.
그러나 생식건강에 대한 적절한 의료가이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려면 전문 의료진의 개입 여지를 더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산부인과의사회 관계자는 “임산과 출산에 관한 교육은 청소년기 때부터 전문가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며 “의사에 의한 포괄적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시기”라고 밝혔다.
가임기 여성을 대상으로 생식건강관리 관련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국립중앙의료원 난임센터 최안나 센터장도 “임신 계획을 세우고 나서야 난임치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연히 임신은 더 늦어지고 스트레스도 커진다”며 “생활에 밀착한 교육을 통해 결혼 전에도 자신의 몸에 관심을 갖고 병원을 찾는 게 당연한 문화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 센터장은 “인터넷 검색을 통한 의료지식 습득이 아닌 적절한 의료가이드를 받을 수 있는 병원 주치의와의 상담 문화가 확장됐으면 한다”며 이를 위해 “질환 치료뿐만 아니라 계획임신에 대한 상담 등도 보험제도 안에 포함시켜 하나의 의료서비스라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원할 때 건강한 아기를 가지려면 적절한 피임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며 “피임약과 임신에 대한 상담 등 출산 과정에서 필요한 의료적 조치에 주어지는 보험 혜택이 넓어지면 성 건강 증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