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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약품비 총액관리제를 쓰고 있는 독일이나 프랑스와 비교대상이 아니다. 제약산업 규모 자체가 현격히 차이나는데, 선진국 제도이니 따라하겠다는 식으로 설계하는 것은 무리수다. 사실상 총액관리제는 극단적 규제다. 가뜩이나 R&D 지원책도 제대로 꾸려지지 않았는데, 제약산업 발전을 옥죄는 일은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
27일 건보공단·심평원 출입기자협의회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원희목 회장[사진]을 만나 정부가 추진하는 일련의 약가정책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그는 지속적인 약가인하 대비 뚜렷한 R&D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문제를 제기하면서 현재 정부가 도입을 추진 중인 약품비 총액관리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건보공단은 지난달 17일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약제비 총액관리제 도입 방안’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기간은 4개월이며 예산은 6800만원 규모다.
원 회장은 “프랑스를 예로 들어보자. 신약강국인 프랑스는 의약품 절반을 수출하는 구조다. 수출하는 형태니까. 총액관리제를 써도 규제가 완충되는 것이다. 국내의 경우는 대부분 내수시장이다. 본질적으로 다른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이어 “국내 제약산업은 연간 19조원의 시장이라고들 얘기한다. 이 중 건강보험 약품비 규모가 연간 15조원이다. 고가약제부터 시작해도 최종적으로 총액관리제 방향성은 이 15조원을 묶어버리는 형태가 될텐데, 이런 몰상식한 제도가 어디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약가제도의 본질적 문제는 시장 규모가 작은데 가격을 인하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제약산업의 몸집을 키우게 한 후 잘라낼 부분을 쳐야 한다는 뜻이다”라고 덧붙였다.
그간 의약품 약가인하 등 규제정책의 근거 중 하나로 전체 진료비 가운데 약품비 비중이 25%~30%로 높다는 수치가 제시됐다. 사실 약품비 절감 프레임은 이 수치에서부터 발생하고 있다.
이와 관련, 원 회장은 “약품비 비중이 높다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전체 보험재정 자체가 크지 않기 때문에 비중이 높아보이는 것이다. 제약산업 발전의 필요성을 인식한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틀에 묶이면 발전은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급여결정 프로세스 개선 ‘시급’
최근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 2명의 위원이 제약사로부터 로비를 받은 정황이 밝혀지면서 그 충격파가 컸다. 병의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리베이트가 아닌 건강보험 진입 과정에서 공공기관 담당자를 정해두고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점은 구조적 문제에서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원 회장은 “급여결정 과정에서도 약가제도와 마찬가지로 세가지 원칙이 필요한데, 그게 지켜지지 않아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예측 가능성, 수용성 그리고 투명성 원칙이 바로 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투명성이 확보돼야 하는데 현 구조는 그렇지 않다. 약평위는 물론 경제성평가 소위원회등 다양한 공식 채널을 통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구조로 변화해야 한다. 비공개에 부쳐진 상태로 결정이 이뤄지다보니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협회 차원에서도 지속적으로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어떤 형태로 방법을 찾을지는 정책 당국자들의 몫이다. 그렇지만 공개된 공식 채널을 통해 논의를 이어가고 이해도를 높이면 개선방안이 분명 나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차기 정부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3월2일 취임 시부터 원희목 제약바이오협회장은 대통령 직속의 ‘제약바이오 혁신위원회’ 설립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각 정당에 관련 내용을 전달한 상태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원 회장은 “대통령이 직접 제약산업 발전을 위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복지부가 제약산업 전반적인 부분을 관할 하더라도 산업통상자원부 등 경제부처가 적극 개입해 같이 동력을 실어야 한다. 그래서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약 신흥강국으로 떠오른 벨기에의 정부 R&D 투자 규모는 15억유로(1조8100억원) 수준이다. 이는 민간 기업의 R&D 투자액 25억 유로(3조250억원)의 약 40%다. 반면 국내 수준은 8%(1000억원)에 불과하다.
그는 “국가 R&D 지원 규모를 20%로 늘려야 한다. 그 정도로 정부가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다국적제약사들이 국내에 들어와서 같이 연구를 하겠다고 나설 것이다. 실제로 벨기에는 그렇게 해서 성공했다. 벨기에처럼 40%가 아니라 그 절반이 20%정도만 해도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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