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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사 기술수출 잇단 '계약 해지' 아픔
초기 대박 기대와 달리 중단, “글로벌 외자사와 계약서 흔히 발생 가능”
[ 2017년 05월 02일 06시 14분 ]

국내 내로라하는 제약사들은 모두 세계적인 제약사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하지만 다국적제약사와 비교했을 때 여전히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은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신약개발은 천문학적인 자금 투자가 필요한 데 반해 성공 가능성보다는 실패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투자 위험성을 줄이고 성과를 얻기 위한 국내 제약사들의 해법이 ‘기술수출’이다. 지난 2015년 한미약품이 이른바 ‘잭팟’을 터트린 것이 바로 기술수출 계약이다. 그런데 최근 잭팟을 기대하고 맺은 국내 제약사들의 기술수출 계약이 잇따라 해지되고 있다. 기술수출의 실체와 허상을 데일리메디가 들여다봤다.


한미약품·유한양행 등 국내 톱 제약사 ‘쓴맛’


2015년 한미약품은 신드롬을 일으키며 연이어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6건의 계약으로 한미약품이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은 9조원에 달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남아있는 계약은 3건에 불과하다.


기술수출에 대한 기대감으로 2015년 주당 80만원을 돌파할 만큼 치솟았던 한미약품의 주가는 지난해 연말 28만원까지 내려앉았다. 기대가 컸던 만큼 계약 해지에 곧바로 반응해 주가가 폭락한 것이다.


지난해 9월 베링거인겔하임과의 표적항암제 계약 해지가 시작이었다. 11월에는 얀센과 맺었던 당뇨병·비만치료제 임상이 미뤄지며 갈피를 잃었고 12월에는 총 4조8000억원에 달하는 사노피와의 당뇨병치료제 계약이 일부 해지됐다.


기술수출 계약해지는 한미약품만 겪은 악재는 아니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12월, 중국 제약사 뤄신과 체결한 비소세포폐암치료제 기술수출 계약이 해지 됐다고 밝혔다.


1450억원 규모로 지난해 7월 체결된 이 계약은 뤄신이 홍콩·마카오를 포함한 중국에서 이 제품의 개발·허가·생산·판매에 대한 독점권을 갖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최근에는 안국약품이 쓴맛을 봤다. 안국약품은 미국 제약사 그라비티바이오와 체결한 진해거담제 ‘시네츄라시럽’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을 해지했다고 금년 3월7일 공시했다.


이는 지난 2013년 체결한 기술수출을 해지한 것이다. 계약은 미국·유럽 시장에서 그라비티바이오가 시네츄라의 임상부터 상용화까지의 진행을 맡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계약으로 안국약품은 최대 500억원(4350만달러)의 수수료와 별도 경상기술료를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임상시험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안국약품이 그라비티바이오와의 계약을 해지한 것이다.


안국약품 관계자는 “미국 식품의약국 승인을 받을 때 기술수출에 대한 수수료를 받기로 했다”라며 “임상이 늦어져 승인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계약금 반환 등의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종근당·동아ST도 임상시험 실패로 기술수출 위기


동아ST와 종근당도 위기 상황이다. 신약 후보물질을 사들인 다국적제약사의 임상이 잇따라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근당은 지난 2009년 비만비료제 ‘벨로라닙’에 대한 기술을 미국 제약사 토비라에 넘겼다.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던 임상시험은 2015년 중단됐다.


희귀병인 프레더윌리증후군에 대한 임상 3상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다. 이 영향으로 지난해 7월 자프겐은 이 물질에 대한 임상을 중단했다.


자프겐은 벨로라닙과 유사한 효능의 새로운 후보 물질로 연구를 이어간다고 밝혀 사실상 개발이 중단됐음을 알렸다.


동아ST의 상황은 조금 나은 편이지만 안심할 수 없다. 지난해 4월 동아ST는 자사의 당뇨병치료제 후보물질 ‘에보그립틴’을 미국 제약사 토비라에 넘기며 상용판매 시 최대 709억원(6150만달러) 달하는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토비라 계획은 비알콜성지방간염 치료제에 에보그립틴 성분을 더해 간염·당뇨 복합제를 개발할 계획이었다. 지난해 7월 이 계획에 문제가 생겼다.


토비라가 자체 개발을 진행 중이던 비알콜성지방간염 치료제의 임상 2상이 실패로 돌아가며 에보그립틴 임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다행히 토비라가 임상을 계속해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개발 중단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토비라 측이 갑작스레 임상을 중단하더라도 동아ST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진척상황에 따라 수백억원이 걸려있지만 그저 다국적제약사의 행보를 지켜볼 뿐이다.


제약업계는 이 같은 기술수출 계약해지에 대해 "마일스톤 방식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설명한다.


마일스톤이란 도로 위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를 말한다. 하나의 마일스톤을 지나 다음 마일스톤까지 도착하면 다시 방향을 설정하는 것, 즉 단계별 성과료 계약이 이 마일스톤 계약이다. 대부분의 기술수출 계약은 마일스톤 계약으로 이뤄진다.


한미약품과 베링거인겔하임의 표적항암제 ‘올무티닙’도 이 같은 계약 방식으로 진행됐다.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던 베링거인겔하임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했고 이전 단계까지의 수수료만을 지급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미약품은 늑장공시 논란까지 초래하며 기업 이미지에 흠집이 났다. 이에 최근 자사 홈페이지 메인화면에 마일스톤 계약과 신약개발과정 등을 설명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그렇다면 마일스톤이기 때문에 계약해지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일까.


잇따른 기술수출 계약해지를 마일스톤 계약 탓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국내 톱 제약사들이 마일스톤 계약의 함정을 모르고 추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술수출 계약해지에 대해 제약업계는 입 모아 ‘성장통’ 이란 표현을 쓰고 있다.


아직까지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개발 전 과정을 끌고 가는 것은 역부족이다. 성공적인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는 데 필요하다고 알려진 1조원은 국내 톱 제약사의 연 매출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세계적 제약사로 성장하기 전까지는 기술수출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기술수출은 신약 후보물질의 권리를 파는 것이다.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아끼는 대신 ‘잭팟’의 가능성을 헐값에 넘기는 식이다. 마일스톤 특성 탓에 초기 계약에 다국적 제약사는 많은 돈을 투자하지 않는다. 일단 계약한 뒤 임상을 진행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이유다.


제약사 관계자는 “아직까지 수 조원에 달하는 신약 개발과정 전체를 감당할 수 있는 제약사가 국내에 없다”며 “마일스톤 계약일지라도 기술수출을 통해 업체 규모를 키울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다국적제약사의 횡포에 대응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제약계 “업체, 최대 기대 수익만 강조하는 방식 지양해야”


기술수출의 마일스톤 방식 때문에 계약해지가 자연스러운 일이라면 업계에 흐르는 실망감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안갯속 성과에 대해 최대 기대수익만 강조해 기대감만 부풀린 것이 문제라는 자성의 목소리도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진행 단계에 따라 수수료가 지급되는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전체 계약금 규모만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해당 업체의 주가는 큰 폭으로 출렁였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그간 국민들이나 주주들에게 마일스톤 방식은 생소했다. 이번 한미약품의 경우를 계기로 이해도가 높아졌다고 본다”며 “앞으로도 큰 틀에서 기술수출은 국내 제약사의 주된 전략이 될 것이기 때문에 국민적 이해도가 높아진다면 향후 반복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발과정을 시작도 못하고 해지되는 등 계약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에 기술수출 계약에 대한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제약협회 관계자는 “일부 기술수출 계약에서 신약후보물질에 대한 자료만 외국 제약사에 넘겨주고 계약금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며 “기술수출이 국내 제약사의 주요 전략이 됐다면 전문 인력도 함께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업계 관계자들이 기술수출 한계를 지적하면서도 해결할 수 없는 답답함을 피력했다. 결국 모든 문제의 해결은 국내 제약사의 대형 신약 완제품 수출이다.


한 제약업체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들은 달리기로 치면 아직까지 마라톤을 뛰어보지 않은 단거리 선수”라며 “성공적인 신약 완제품을 상용화하고 수출하려면 국내 제약사가 더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원석기자 stone0707@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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