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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비급여 진료비 현황조사 관련 의료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의료계는 두렵고 부담스러운 상황에 처해있다. 늘어나는 비급여 진료비는 국민건강권을 침해하는 악(惡)으로 규정되는 프레임이 확산됐고 동일 항목임에도 불구 비싼 병원은 곧 ‘나쁜 병원’이라는 이미지를 얻게됐다. 게다가 대선 정국 속 비급여를 없애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보건의료정책 속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 열기는 현행 병원급 제한이 아닌 의원급까지 모든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비급여 공개가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로 확대되고 있다.[편집자주]
늘어나는 비급여 문제와 국민알권리를 보장한다는 목적으로 시작한 비급여 공개는 2013년부터 진행됐다. 당시에도 이를 수행하는 기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초기에는 43곳 상급종합병원이 대상이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150병상 이상 2104곳에서 늘어났고 지금은 병원급 의료기관 3666곳을 대상으로 한다. 공개되는 항목은 상급병실료 차액, 로봇수술료, 초음파검사료, 체외충격파 치료 등 총 107개 항목이다.
항목과 대상이 늘어난 이유는 비급여 현황을 의료기관으로부터 조사·분석해 공개할 수 있는 근거(의료법 제45조 2)가 마련돼 2016년 10월부터 시행되는 등 권한을 얻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법 시행 전에는 심평원이 의료기관에 자료제출을 요구해도 받아들이지 않아도 별도의 페널티가 부과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미제출 기관에 대한 공개가 가능해지면서 지난 4월에는 병원급 의료기관 3666개 기관 중 3647개 기관이 자료를 제출했다. 최종 제출률은 99.5%로 집계됐다.
국회 법안 상정돼 있는 상태로 분위기 조성 추세
비급여 현황조사법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비급여 진료비 공개를 의원급으로 확대해야 실질적 알권리가 보장된다는 주장이 거세게 나왔다. 국회, 학계, 소비자 및 환자단체에서 한 목소리를 냈다.
우선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김진현 교수는 “심평원의 비급여 현황조사를 의원급까지 확대해야 한다. 소비자 요구하는 비급여 항목 포함 및 세부내역서 표준화와 당연발급 제도화가 이뤄져햐 한다”고 강조했다.
성균관대 소비자가족학과 이성림 교수 역시 “소비자는 비급여 진료에 대한 정보 부재와 비급여 진료 남용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다. 대대적인 실태조사를 통해 비급여의 표준화된 정보가 제공돼야 하며 공개 대상에 반드시 의원급 의료기관도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병원급에 한정한 비급여 공개는 문제가 있다. 의원급도 비급여가 많다. 당연히 의원급을 포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정책교육학회 김정숙 회장과 서울YMCA 신종원 본부장도 동일한 의견을 내놓았다.
이들의 기본적 논리는 전체 종별 중 의원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고 의원급의 비급여 진료비가 2008년 1조원에서 2014년 2조3000억원으로 두배 이상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의료기관 비급여 조사를 의원급으로 확대한 법안을 발의했고 ‘모든 의료기관’이 명시된 의료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태다.
모든 의료기관을 대상을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지만 공개범위는 병원급으로 재조정됐다.
의원급 비급여 진료비 공개가 의무화된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의원급 대상으로도 조사와 분석은 가능한 상황임을 염두에 둬야 한다. 비급여 공개는 의원급까지 확대로 그 방향성이 정해진 셈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에 공개된 비급여 진료비 항목
비급여 많은 실손보험업계도 "공개" 요구 목소리
게다가 최근에는 실손보험업계가 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의원급에서 진료받는 환자들 중 실손보험으로 비급여 진료를 많이 받고 있어 이에 대한 정보가 공개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비급여 성격 상 건강보험보다는 실손보험과 더 밀접하다는 주장과 함께 나름의 영역에서 생존권을 위한 싸움에 나선 것이다.
지난달 보험개발원이 건강보험과 실손보험 진료비 중 급여와 비급여 구성비율을 분석한 결과, 실손보험의 비급여 비중은 36.3%로 집계됐다.
실손보험에서 비급여 비중은 의원급이 52.3%로 가장 높았고 일반병원 41.2%, 종합병원28.5%, 상급종합병원 30.7% 순이었다.
실손보험의 비급여 비중은 입원33.2% 보다 외래 50.9%가 컸다. 병원 규모가 작을수록, 증세가 경미할수록 비급여 의료비 비중이 크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심평원의 비급여 공개 대상 중 의원급이 빠져 공개대상 의료기관은 전체 10.9% 수준이며 비급여 항목 역시 전체 항목의 0.7%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보험개발원은 “심평원의 공개 대상에서 제외된 의원급까지 비급여 진료비 공개를 확대하고 근골격계 질환에 자주 시행되는 도수치료, 증식치료 등을 비급여 공개대상 항목에 추가해야 한다”고 의견을 내놓았다.
국회, 학계, 소비자단체 등의 주장과는 색깔이 다르지만 실손보험업계도 자체적으로 연구한 수치를 들고나와 ‘의원급 확대’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원급 비급여 표본조사 600~1000곳 대상 임박
이러한 분위기 속 5월9일 대선 이후 의원급 비급여 진료비 표본조사가 시작될 전망이다.
표본조사이기 때문에 개별 의원들의 비급여 금액이 공개되지는 않지만 이를 통해 범위를 확장시킬 수 있는 타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데일리메디 취재결과, 비급여 현황조사 위탁기관인 심평원은 상위기관인 복지부와 범위 설정을 위한 막바지 조율에 들어간 상태다.
심평원 의료분류체계실 관계자는 “비급여 조사항목 107개 중 어떤 항목을 중심으로 표본조사를 진행할지 고민하고 있다. 병원급과의 형평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고 권역별로 조사대상을 설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특히 “효능과 안전성 등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 기능성 주사제 등은 107개 항목에 포함되지 않은 상태로 해당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마 의원급 600~1000곳으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행정인력이 부족한 의원들의 상황을 감안해 제출할 자료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복지부와 심평원은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해 표본조사를 실시해 내년부터 의원급까지 비급여 진료비를 공개하는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표본조사를 시작으로 비급여 진료비 의원급 확대를 추진된다는 해석이 가능한 상황이다.
개원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참여 안할 것"
비급여 진료비 공개 의원급 확대의 주요 지표가 될 표본조사가 조만간 시행된다. 이에 대한의사협회 한 관계자는 ‘참여 불가능’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 관계자는 “복지부나 심평원이나 의원들이 비급여 진료비 자료제출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행정인력이 없어 자료를 내기 어렵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표본조사 기관으로 선정된다고 해도 과연 참여하려는 곳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실제로 참여하지 않아도 별도의 페널티를 부과하거나 규제할 수 있는 근거도 없다. 표본조사로 실효성을 얻기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처럼 의원급이 판단하는 표본조사는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불합리한 부분이며, 향후 그들을 옥죄는 근거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의원급 비급여 공개 확대에 맞서는 의협의 대응논리는 간단하다.
앞서 의협은 성명을 통해 “단순 가격 비교식의 비급여 자료 공개는 환자 혼란 및 국민 불신을 더욱 가중시켜 동네의원들의 최상 의료서비스 제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일차의료에 기반한 의료체계를 구축하는데 국가가 총력을 기울어야 할 상황임을 적극 고려해 의원급 의료기관의 행정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는 규제는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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