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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초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이하 약평위) 소속 2명의 위원이 약제등재 과정에서 로비를 받은 정황이 적발되면서 급여결정 과정 속 알려지지 않은 문제들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병·의원을 대상으로 제약사가 진행했던 통상적 리베이트보다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구조적 한계가 드러난 셈인데, 이 같은 원인으로 양측 간 대화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발생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최근 데일리메디와 만난 심평원 약평위 박하정 위원장(가천대보건대학원 교수)[사진]은 “약평위를 운영해보니까 제약사들이 심평원에 말할 수 있는 공식적 통로가 없어 답답해 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약평위 안건에 올라는 약제들에 대한 주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위원들과 논의를 하는 방식으로 전환된다면 더 급여결정 및 등재 절차가 투명해질 것이다. 지금은 뚜렷한 기회가 없으니 제약사들이 자꾸 이상한 방향으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현재 약평위 운영 등 전반적 사항은 비공개 원칙이다. 급여결정 초기단계인 경제성평가를 위한 자료제출 등에서는 제약사와 심평원 약제관리실 간 조율이 이뤄지지만 그 이후로는 공식적인 대화 창구가 없다.
약평위가 열리기 1주일 전, 무작위로 위원들을 추첨하는 방식을 진행하는 등 심평원 약제관리실 직원이나 위원회운영부 직원 극소수만이 회의 정보를 알고 있다.
하지만 매번 회의에 참석하는 약학 심사위원 등 당연직도 있기에 제약사가 로비를 하고자 마음 먹는다면 실상 어렵지도 않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박 위원장은 “약평위 위원 한두명에게 로비를 한다고 해서 급여등재 또는 약가결정 측면에서 남몰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불가능한 상황임에도 제약사들이 그릇된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은 아무래도 얘기를 할 수 있는 창구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제약계 역시 ‘소통 활성화’라는 동일한 요구를 하고 있다.
앞서 건보공단·심평원 출입기자협의회와 만난 원희목 제약바이오협회장은 “급여결정 과정에서 제약사들이 의견을 내놓을 수 있는 채널이 없다. 공시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구조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비리사건이 발생하게 된 이유도 약평위 자체가 비공개로 진행되다보니 투명성이 결여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약평위 운영 과정 상 발생하는 문제는 심평원 내부적으로도 인식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심평원이 건강복지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진행한 ‘신약 급여적정성 평가 개선방안 연구’에는 “일부 위원들의 영향력이 막강하고 정보가 공유되지 않아 전반적인 소통이 불가한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당시 보고서는 “일련의 약평위 과정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회의록을 공개해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여전히 약평위 내용과 관련해서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직접 당사자인 제약사의 의견과 전문가들이 공유할 수 있는 정보가 부재한 상황인 것이다.
한편, 심평원은 오는 8월 차기 약평위 인력 구성이 변경되는 시기에 맞춰 운영규정을 대폭 개정할 전망이다.
비리위원 발생을 사전적으로 차단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단절된 대화를 풀수 있는 방법이 제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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