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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 이후 정부가 감염병 관련 역학조사관 확충에 나섰지만 인력 증원은 더디게 진행되는 모습이다.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는 역학조사관을 중앙에 30명, 각 시도에 2명 이상씩 두도록 명시돼 있지만 방역 관문의 역할을 하는 인천시에는 현재 단 1명만 근무하고 있다.
주요 국제공항에 의사 출신 역학조사관 9명을 증원해 달라는 방역 당국의 요청도 아직까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데일리메디와 만난 GF소아청소년과의원 손용규[사진] 원장은 "미국처럼 역학조사관의 위상을 높이고 처우를 대폭 개선하지 않으면 역학조사관 제도 활성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손용규 원장은 우리나라 '초대 역학조사관'으로 활동한 인물이다. 1999년 당시 국립보건원(現 질병관리본부)은 감염병 조사를 전문적으로 실시하기 위해 공중보건의사와 공무원을 대상으로 최초의 역학조사관 19명을 시범적으로 선발했다. 공보의 역학조사관 4명 중 1명이 손 원장이다.
그는 "2주 동안 교육을 받고 국립보건원 대사질환과에 배치돼 충청남도 논산 '이질' 발생 때 역학조사관 임무를 수행했고, 2000년도에는 홍역 전국 유행 조사 때 공주시에 파견돼 활동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역학조사관으로 활동했을 당시 가장 어려웠던 점이 무엇인지 묻자 손 원장은 "낮은 처우"라고 답했다. 공보의 급여 수준 낮은데 활동비가 사전에 지급되지 않고 나중에 비용을 청구하다 보니 금전적 부담을 겪었다는 설명이다.
의료기관장들이 역학조사에 비협조적일 수 밖에 없는 구조도 꼽았다. 손 원장은 "병원장 입장에서 공보의는 나이 어리고 경험없는 의사에 불과한데 지시에 협조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공무원과 동행하기는 하지만 경찰권도 없기 때문에 제대로 된 조사가 어렵다"고 말했다.
제도 초기라 활동에 어려움은 있었지만 손 원장은 역학조사관으로 활동하면서 보람을 느꼈다고 전했다. 백신 예방접종 표준 지침의 초안이 그의 손에서 나왔고, 유전체 연구 DB 구축도 주도적으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그는 "백신 관련 회의에 참석하며 정리한 지침에 지금의 '역학과 관리'로 발전했고, 유전체 DB를 검색하면 내 이름이 나온다"며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손 원장은 고급 인력들이 역학조사관으로 키워내기 위해서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역학조사관 만큼 처우를 개선하고 전문적인 교육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CDC는 2년 과정의 EIS(Epidemic Intelligence Service) 프로그램을 통해 역학조사 전문요원을 양성하고 있다.
1년 이상 경력의 임상 의사나 공중보건학 석사 이상을 갖춘 보건의료 전문직만을 대상으로 역학조사관을 선발해 전문적인 훈련을 시킨다. EIS가 배출한 조사관은 전문가로 인정받으며 질병 예방의 '파수꾼'으로 활동한다.
손 원장은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공보의에서 역학조사관을 차출해왔는데, 3년의 활동이 끝나 버리면 대부분이 병원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업무에 단절이 생길 수 밖에 없고, 전문가도 키워낼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의사 출신 역학조사관을 충원하겠다고 하지만 임상의보다 처우가 낮고 신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자발적으로 지원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미국 처럼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을 통해 전문가를 길러내고 역학조사관의 길을 선택하는 사람들에게 충분한 메리트를 제공해야 역학조사관 제도가 활성화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