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필귀정(事必歸正)’이란 말이 제격이겠다.
문형표 前 보건복지부 장관이 결국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가 인정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 8일 문 前 장관의 직권남용은 물론 국회 청문회에서 허위진술을 한 혐의를 모두 적용,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로써 최순실 국정농단에 연루된 문형표 前 장관의 허물이 사실로 입증된 셈이다. 앞서 유죄 판결을 받은 김영재 원장처럼 반성 차원에서 항소를 포기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사실 지난 2013년 국민연금 전문가였던 그가 보건복지부 장관에 전격 발탁됐을 때만 해도 이 같은 상황은 상상할 수 없었다.
기초연금 정부안에 반발한 진영 前 장관 후임으로 임명된 연금전문가는 정권의 지원을 등에 업고 정부안을 강행했다.
뿐만 아니라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는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던 담뱃값 인상을 주도하며 정권의 신임을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터졌다. 사상초유의 감염병 사태에 보건당국은 허둥댔고, 책임자였던 그는 결국 사퇴했다.
여기까지는 그저 ‘불운한 장관’으로 여겨질 수 있었다. 그러나 얼마 후 발표된 감사원의 메르스 감사결과는 그에 대한 동정 여론을 한 순간에 뒤엎었다.
감사원은 무려 공무원 16명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해임’은 물론 ‘정직’, ‘강등’에 이르기까지 그 수위도 통념을 넘는 수준이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등 보건당국 실무자들이 대거 처분을 받았지만 정작 총책임자였던 문형표 前 장관은 징계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를 두고 메르스와의 패전에서 죽도록 싸운 병사들만 처형하는 꼴이라는 성토가 이어졌다.
특히 문 前 장관이 사임 4개월 만에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임명되면서 그를 향한 비난 여론은 최고 수위에 달했다. ‘무책임한 수장의 비루한 출사’라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당시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조직을 이끈 수장으로서 결코 아름답지 않은 모습”이라며 “직원들의 징계 정국 속에 산하기관 이사장 자리를 수락한 것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로부터 1년 여가 흐른 지난해 12월 주변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비루한 출사길에 올랐던 문형표 前 장관은 수의(囚衣)를 입고 차디 찬 구치소에 수감됐다.
그는 보건복지부 장관 재직 당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로 하여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토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이후 진행된 특검 조사과정은 그를 더욱 초라하게 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보건복지부 고위 인사들은 한치의 거리낌 없이 문 前 장관의 과오를 지적했다.
한 때나마 모셨던 수장이었지만 그동안 보여준 행보에 대한 조직원들의 불만은 여지없이 표출됐다. 무책임한 수장를 지켜줄 심복은 아무도 없었다.
결국 문형표 前 장관은 특검에 체포된지 6개월 만에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아름다운 뒷모습 대신 비루한 권력을 택한 결과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