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 2]지난 대선기간 동안 후보들은 공통적으로 '신성장동력 육성'을 외쳤다. 제약·바이오·의료기기 등 의료산업은 그들이 말하는 신성장동력의 대표 격이었다. 그만큼 의료산업이 차세대 국가 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분야다.
하지만 의료산업은 국민건강과 경제성이라는 두 가지 요소의 가치충돌도 곧잘 벌어지는 분야이기도 하다. 또한 의료산업에 대한 정책은 지원과 규제가 혼재된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띤다.
앞선 정부에서도 의료산업에 대한 지원을 다방면으로 마련했지만 그 효율성에 대한 지적이 이어진 바 있다. 대선 기간 발표됐던 문재인 대통령의 구체적인 보건의료공약은 주로 공공성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본격적인 임기가 시작되면서 산업 발전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펼칠 의료산업 정책 방향성에 촉각이 쏠리고 있다.
제약·바이오·의료기기 등 산업계는 그간 정부 여러 부처에 산재돼 있던 관리 체계를 통일하는 컨트롤타워 설립을 요구해왔다. 포괄적이고 중장기적인 정책으로 효율적이고 산업계가 변화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산업계의 숙원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공약이던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에 제약·바이오 분과 설립을 서두르고 있다.
공약집에 미래성장동력 확충안과 별도로 제약·바이오·의료기기 산업 육성 항목을 만들만큼 중요성을 강조, 현실화는 자연스러워 보인다.
이와 함께 산업계는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중장기적 종합계획의 방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중요한 성장동력으로 키우고자 하는 의지가 느껴지는 만큼 기대감이 큰 상황이다.
하지만 이전 정부에도 중장기 종합계획은 있었다. 앞서 2012년 박근혜 정부는 ‘2020년 제약산업 7대 강국 도약’이라는 중장기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수 년이 흐른 현재까지 계획은 유효하지만 성과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계획만 있고 실행력이 부족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재인 정부의 구체적인 실현 계획에 대한 제약계의 열망이 큰 이유다.
지역발전-신성장동력, 두 마리 토끼 잡는 국가의료산업단지 조성
대선후보 유세기간 동안 문재인 대통령은 각 지역 의료복합단지를 방문하며 ‘지역발전’과 ‘신성장동력 구축’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제약·바이오·의료기기를 하나로 묶어 일자리 창출을 이끌어낼 수 있는 신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의지가 여전하다.
바이오헬스 산업 지원도 충북지역 공약에 포함됐다. 오송에 생명과학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충주는 당뇨바이오 특화도시로, 제천에는 천연물 종합단지를 세워 충북에 바이오헬스 융합벨트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를 국가 첨단의료의 허브로 발전시키겠다는 공약이 대표적이다. 첨복단지 내 뇌·유전체 연구기관을 확장하고 의료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도 발표했다.
지역마다 산재해 있는 의료산업단지의 실질적 동력 확보를 위해서는 기능 재정비 및 중앙-지방정부 간 지원비 분담 문제들이 지적되고 있는 만큼 구체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의료복합단지 관계자는 “지역산업 육성과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공약으로 이해했다”며 “지자체에서 하고 있던 기존 지원사업 외에 중앙정부 역할을 담은 중장기적 사업 방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약가결정구조 개선 촉각
제약·바이오 업계는 공약에 들어있던 약가결정구조 개선을 민감하게 주시하고 있다. 약가결정구조에 대한 문제는 지금까지 수없이 지적돼 왔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과 연계된 문제인 만큼 그간 개선이 지지부진했던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보건의료정책 씽크탱크였던 김용익 전 의원은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 주최로 열린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보건의료 정책토론회’에서 약가결정구조 개선에 대한 공약을 설명했다.
김용익 본부장이 밝힌 문재인 대통령의 약가정책의 핵심은 탄력적 운용에 있다. 신약의 약가결정구조를 다양화하고 위험분담, 사용량연동, 리펀드제 등을 통해 약가결정 시스템에 탄력을 붙이겠다는 것이다.
이는 제약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신약에 대한 가치 제고 등의 약가결정구조 개선에 대해 일정부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본격적인 약가결정구조 개선 논의 가능성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던 치매국가책임제 시행도 가시권에 들어오며 치매 관련 의약품 시장 변화도 예상된다. 국가 차원의 치매치료 지원이 의약품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원격의료 도입 난항, 산업계는 악재
의료기기 분야의 경우 정부가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도입이 요원해지면서 헬스케어와 웨어러블기기, 모바일 기반 의료서비스 등 관련 분야의 기술적 지체가 우려되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새 정부 국정과제·목표 및 국정운영 5개년 계획 등을 수립하기 위해 설치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원격의료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제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간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에 대해 지속적인 반대입장을 표명해 왔다. 인수위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도 같은 결론이 나온다면 논란에 휩싸였던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추진 움직임은 무산될 전망이다.
문제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논의를 봉쇄하는 것은 국내기업들의 원천기술 발전을 가로막아 결국 외국기업의 잠식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의료기기 업계 관계자는 “결국 내수시장에서 성공을 거둬야 기반을 다질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수익을 포기하고 기술 개발에만 매달릴 수 있는 몇몇 기업들만 살아남게 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국내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거대 헬스케어 기업들이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에 진입하게 되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남아 있는 소규모 업체”라며 “외국기업에 환자 데이터를 고스란히 뺏기고 기술도 퇴보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