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취임을 계기로 의료기기 관련 정책 변화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박 장관이 의료영리화 반대 및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업계는 판세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박능후 장관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통해 국민 의료비 부담을 줄여나가되 필수 의료서비스 여부 및 의료기관 질 평가 등과 연계한 수가 적정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서비스산업발전법에서 보건의료 부분이 제외돼야 한다는 의견을 보이는 등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의료영리화와 관련해서도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원격의료의 경우 원양어선, 격오지 등 의료취약지 및 보건소를 중심으로 한 모바일 헬스케어 등 현행법이 허용하는 수준 이상으로는 추진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현재 원격의료와 모바일 헬스케어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는 눔·인성정보·헬스커넥트 등의 기업들 또한 미국과 중국 진출 소식을 연이어 알리며 해외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헬스케어 서비스의 비의료기관 참여 여부가 논쟁거리로 남는다.
지난 정부가 의료행위와 건강관리서비스를 구분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비의료인의 헬스케어산업 참여를 활성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현재 보험업계를 중심으로 이 같은 주장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는 의료법상 의료행위의 정의가 명확치 않아 보험상품과 연계해 사용자들에게 제공될 수 있는 다수의 헬스케어 서비스가 사장되고 있는 현실이라며 비의료인이 수행할 수 있는 건강관리서비스 규정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를 경제적인 목적으로 해석해 정책을 펼치는 것은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고, 현 정부 또한 의료영리화를 경계하는 시각을 견지하고 있어 이 같은 요구는 관철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문제도 이목이 집중된다. 박능후 장관이 “국민건강 확보라는 상위 개념으로 접근하면 해결책을 찾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관련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내면서 수면 위로 부상할 조짐이다.
2013년도에 헌법재판소가 안압측정기·자동안굴절검사기·자동시야측정장비·청력검사기·세극등현미경 등은 측정결과가 자동으로 추출되는 기기로 환자 신체에 위해를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용이 가능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한의계는 이에 더해 초음파와 엑스레이 등의 진단기기 사용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협의체 작동은 여전히 미지수다. 의협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고, 최근에는 특정 의료기기 업체에게 한의사와 거래 중단을 요청한 일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 처분 등 갈등의 소지가 여전하다.
업계 관계자는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이 허용된다면 시장이 커지는 장점은 있지만 주 거래가 병원인 업체 입장에서는 뭐라 말하기 조심스럽다”며 추이를 지켜본다는 입장을 전했다.
막상 업계에서 바라고 있는 부분은 의료기기 육성을 위한 법적 기반 마련이다.
현재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마련돼 있는 반면 의료기기 관련 법안은 지난해 발의된 ‘의료기기 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아직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법률은 보건복지부장관이 의료기기산업 발전기반 조성을 위한 종합계획 및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의료기기업 인증업무를 심의하는 의료기기산업육성·지원위원회를 설립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혁신형 의료기기 기업을 지정하고 이에 대한 조세감면 및 수가를 우대, 연구시설 건축에 관한 특례 등을 규정해 국내 의료기기 업체 R&D를 장려하겠다는 목적을 갖는다.
정부의 지속적인 4차 산업혁명 육성 의지와 함께 제약·바이오·의료기기 분야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법률이 통과되면 차후 보건복지부가 의료기기산업 육성 정책의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의료기기산업을 통해 먹거리를 창출하자는 얘기가 나오지만 정작 복지부에는 육성 법안조차 부재한 상황”이라며 “새 정부에서 법률안이 통과돼 국내 업체에 대한 지원책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관계자도 "개발여력 부족, 인력 난항, 규모의 영세성 등은 결국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라며 "정부의 산발적인 지원책이 큰 줄기의 육성 정책으로 통합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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