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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의 풀리지 않는 숙제인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활성화를 둘러싼 '불편한 논쟁'이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부와 국회, 헬스케어 업계 등이 엇갈린 목소리를 내면서다.
현재 원격의료는 정보통신기술 및 원격의료서비스 발전에도 불구하고 의료인 간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것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6월 박근혜 정부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비롯해 도서벽지, 군부대, 원양선박, 교정시설, 농어촌 응급실 등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취지로,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가 가능하게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의료계를 비롯해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시민사회단체 등의 반대에 부딪혀 여전히 국회에 발이 묶여 있다.
문재인 정부는 원격의료를 의료인 간 진료 효율화를 위한 수단으로 한정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으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인사청문회에서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원칙적으로 반대한다"고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대한의사협회는 원격의료 반대를 위해 지난 2014년 의료계 총파업을 주도하다가 공정위에 5억원의 과징금 및 시정명령 조치를 받기도 했다.
반면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1일 '2017 국정감사 정책자료'를 발간, 보건복지위원회의 정책사항을 소개하면서 원격의료를 1차의료 활성화의 수단으로 활용하자고 주장했다.
입법조사처는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이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된 것도 문제지만, 현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1차의료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격의료를 고령사회 진입, 4차 산업혁명의 도래 등 사회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책의 하나로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라며 "의료혜택을 받기 어려운 도서 지역 주민들과 거동이 불편한 환자, 오지에서 근무하는 군 장병 등에게 문진·상담·교육 등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1차의료 개념에 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복지위 자유한국당 간사인 김상훈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반대하는 논리를 보면 의료영리화와 연계를 하는데 그 둘은 상관이 없다"라고 말했다.
김상훈 의원은 "대기업의 자본 논리에 휘둘릴 우려가 있다는 것도 맞지 않는다"라며 "독일과 일본은 이미 원격의료 시스템을 수출까지 하려는 상황에서, 우리가 손을 놓고 있어도 되는지는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원격의료를 폭넓게 도입하자는 것이 아니고 의료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분들, 가령 중증장애가 있어서 병원을 방문하기 어려운 분이나 거동이 어려운 분 등을 대상으로 하는 것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라며 의료법 개정안 재논의를 시사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최근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발맞춰 규제개선 연구에 들어갔다.
공정위는 최근 '헬스케어·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의 4차 산업혁명 활성화를 가로막는 경쟁제한적 규제 발굴'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헬스케어 분야의 규제개선 연구에 들어가면서 원격의료에 대한 재논의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되는 부분이다.
현재 한국의 4차 산업혁명 준비도는 세계 25위 수준으로, 연구는 해당 분야 신규진입이나 혁신적 영업활동 등을 제한해 산업 활성화를 가로막는 규제의 개선과제를 발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헬스케어 산업은 의료정보 이슈와 관련해 빅데이터·클라우드 분야 내 규제현황과 관련 시장, 개선과제, 해외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분석해야 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개선을 위해 발굴이 필요한 규제에는 ▲과도한 허가·자격요건으로 인한 신규진입 제한 ▲사업자의 혁신적 영업활동 및 방식 제한 ▲부처 간 범위 및 정도가 달라 사업자 부담 가중 ▲과거에 유효했으나 4차산업혁명 분야에 비적합 ▲제품의 상업적 이용을 제한해 산업 활성화를 억제 ▲외국 혁신기업의 국내 진입이나 영업을 제한하는 규제 등이 포함된다.
해당 과제는 이르면 올해 말 마무리돼 부처 간 규제개선 협의에 있어 활용될 전망이다.
특히 헬스케어 업계가 대표적 규제장벽으로 짚는 것은 원격의료다.
현재 수많은 헬스케어 플랫폼들이 원격으로 환자의 상태를 진단하고 처방을 내리는 등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하드웨어를 구축하고도 이를 활용하지 못해 다른 수익모델을 고민해야 하는 실정에 처해 있다.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등 디지털 병원시스템 구축과 의료정보의 활용에서는 개인정보 보안이 주요 이슈다. 민감한 내용을 담고 있는 의료정보는 현재 정부가 상당히 높은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연구에의 활용을 위한 규제개선을 비롯해 최근에는 보안시스템을 개선해 개인이 직접 자신의 의료정보를 소유하고 이를 통해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하자는 제안도 등장한 바 있지만, 현재로서는 주장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4차 산업혁명 활성화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고 있는 만큼 공정위가 헬스케어 분야의 주요 이슈인 이들 규제에 관해서도 논의에 착수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ICT·헬스케어 분야의 전문적 지식과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 있어 용역을 고시하게 됐다"라며 "어떤 규제를 발굴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연구주체가 판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