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환자의 마지막 남은 삶을 편안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해주는 호스피스(Hospice)가 대폭 확대된다. 서비스 대상이 말기 암환자에서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COPD), 만성간경화 환자에게까지 늘어난다. 서비스 종류 역시 기존 입원형에서 탈피해 자문형, 가정형까지 다양해진다. 환자 상태나 처해진 환경에 따라 필요한 형태의 호스피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임종이 임박한 환자들에게 편안하고도 인간답게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하는 호스피스가 세계적 추세인 만큼 정부는 앞으로 그 적용 범주를 점차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3일 정부가 내놓은 청사진에는 향후 국내 호스피스 제도 변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담겨 있다.
존엄한 죽음, 열악한 인프라
호스피스는 중세기 성지 순례자나 여행자가 쉬어가던 휴식처라는 의미에서 유래돼 아픈 사람과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한 숙박소를 제공해 주고 필요한 간호를 베풀면서 시작됐다.
현대에 들어서면서 체계를 갖추기 시작했고, 1967년 영국의 런던에서 시실리 손더스에 의해 성 크리스토퍼 호스피스가 개방된 게 현대 호스피스 운동의 모태가 됐다.
1968년 미국에서는 호스피스 가정간호가 시작됐으며, 1969년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인간의 죽음’을 출판함으로써 죽음의 개념과 말기환자의 돌봄에 대한 관심이 증가됐다.
1981년에는 호스피스 법안이 통과됐다.
우리나라에서는 1965년 3월 강릉 갈바리 의원에서 임종자 간호를 시작한 게 호스피스의 시초다. 1991년에는 한국호스피스협회가 창립됐다.
제도권에서 2008년부터 호스피스가 도입됐다. 첫 해 5046명이 호스피스 병상에서 존엄한 죽음을 맞았고, 높은 만족도 속에 사용자들은 매년 늘어났다.
2017년 7월 기준 전국 79개 지정의료기관에서 1302병상을 운용 중이다. 하지만 암사망자의 호스피스 이용률은 아직도 15%에 불과한 실정이다.
미국의 경우 52%, 캐나다 40.8%, 영국 46.6%, 대만 39% 등으로 선진국과 비교해 국내 인프라는 여전히 열악한 상황이다.
전문화→다양화→일상화
정부는 현재 특정 질환, 특정 기관에 한해 시행하고 있는 호스피스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임종 환자를 대상으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서비스를 받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로드맵은 WHO가 제시한 호스피스 확대 모델과 맥을 같이한다. 이 모델은 △전문 완화의료(3단계) △일반 완화의료(2단계) △일상적 완화의료(1단계) 등으로 나뉘어 있다.
현재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호스피스는 특정 질환 말기환자에 대해, 특정 직역이, 특정 기관에서, 특정한 형태로 제공하는 극히 제한적인 3단계에 해당한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는 호스피스적 돌봄이 모든 의료기관에서 일상적인 활동이 되는 2단계, 1단계 범위가 넓어지도록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말기 암환자에게 국한되던 대상을 AIDS와 COPD, 만성간경화 등 비암질환 3종으로 확대시켰다.
앞으로는 당뇨, 치매, 류마티스 등 만성질환을 모두 포함해 진단 초기부터 다양한 서비스로 치료와 연계하는 방향으로 전개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소아환자에 대해서는 선천성 기형, 면역질환, 뇌염, 신장질환 등에 대해서도 완화의료와 질환치료를 병행하는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맞춤형 호스피스 시대
호스피스는 △입원형 △낮병동형 △가정형 △자문형 △외래형 △사별가족 지원형독립형 등 크게 6개 유형이 있다.
입원형은 가장 일반적인 형태로, 지정된 완화의료 전문병동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이 대상이며 낮병동형은 데이케어센터에서 낮시간에만 운영된다.
가정형은 환자가 집에서 서비스를 받는 구조이고, 자문형은 일반 급성기 병원에서 전문 의료팀에 의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유형이다.
외래형은 환자가 외래에서 전문 호스피스팀의 진료와 상담을 받는 형태, 사별가족 지원형은 말기환자에 대한 호스피스 서비스 없이 사별가족 돌봄만 제공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국내 호스피스는 ‘입원형’ 서비스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환자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지난해 처음으로 21개 기관에서 ‘가정형’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한 올해부터는 ‘자문형’ 서비스 시범사업에 들어간다. 환자의 상태나 처한 상황에 맞춰 호스피스 유형을 선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입원형 호스피스의 경우 8월 현재 전국 79개 기관에서 1302병상이 운영 중이고, 가정형 호스피스는 총 25개, 자문형은 20개 기관에서 이 달부터 서비스를 시작한다.
임종환자 많은 요양병원도 호스피스
말기환자 비율이 높은 노인요양병원에서도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보다 많은 노인들이 존엄한 임종을 맞을 수 있을 전망이다.
사실 그동안 요양병원은 국내 호스피스 제도권 내에 진입하지 못했다. 필요성은 십분 공감하지만 서비스 질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요양병원들의 끊임없는 요구가 이어지면서 마침내 지난해 9월 12개 기관 132병상에서 처음으로 호스피스 시범사업이 시행됐다.
뿐만 아니라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요양병원의 호스피스 제공이 법적 근거를 얻었다.
이에 따라 2018년 2월부터는 요양병원도 호스피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물론 모든 병원이 아닌 일정 기준을 충족한 기관에 한정된다.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시범사업을 통해 호스피스 제공 모델 및 건강보험 수가의 적정성 등을 검토하고 제도를 보완해 간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