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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불감증 대한민국 불길한 '핵전쟁 시나리오'
서울만 사상자 수백만명 예상, 전시상황 치료 등 '의료메뉴얼' 시급
[ 2017년 09월 05일 12시 33분 ]

설마하던 북핵(北核) 문제가 현실적인 위협으로 급변했다.

지난 9월3일 북한의 핵실험장이 있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인근에서 인공지진으로 추정되는 규모 5.7의 지진이 발생했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성공으로 주변국들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중국 과학기술대의 원렌싱 교수 연구팀이 북한 6차 핵실험의 폭발 위력을 역대 최대 규모인 108.3±48.13kt(1kt은 TNT폭약 1000t)로 분석했다. 이번 핵실험 위력은 1945년 일본 나가사키 원폭의 3~7.8배라는 분석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이춘근 선임연구위원 역시 “이번 북한 핵실험의 경우 폭발위력이 작년 5차 핵실험 때보다 훨씬 커졌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폭탄 위력의 5배 정도인 50∼150kt 수준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4일 발간된 ‘북한의 핵 위협 증가에 대응하는 핵 방호 및 민방위 체제 개선방안 보고서’에도 “북핵 위협이 현실화하고 있는데 방호태세는 부족한 실정”이라는 경고가 담긴 상태다.


이 같은 전문가들 의견에 따라 이제는 정치역 영역에서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니라 상황을 가정해 실질적 의료 대응체계를 점검해야 할 시기다.

실제 핵무기가 투하되면 우선 엄청난 양의 열 복사선이 퍼져나가면서 열에 약한 물질들을 일시에 태워 대규모 화재를 일으킨다.

또한 압력파가 엄청난 속도로 퍼져나가 폭발 중심지의 반경에 있는 모든 콘크리트 건물은 완전히 파괴되고 이후 불어 닥친 폭풍으로 가까운 거리의 물체들은 통째로 날아가 버린다.

결국 폭발지점과 가까운 거리의 건물들과 사람의 시신은 흔적도 남지 않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방사선과 방사성 낙진이 광범위한 영역에서 인간과 환경에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 핵무기 사용의 재앙은 순식간에 국경을 넘는다.

핵전쟁 발발시 현 의료체계 믿을 수 있나
 
이 처럼 어마무시한 핵폭발 비상사태 발생 시 의료체계는 어떻게 변화할까.


4일 유관기관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내에서 핵폭발 등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한 대응체계는 아직 미흡한 상황이다. 

만약 서울 한복판에 10KT의 핵폭탄이 터질 경우 12만5000명에서 20만명이 사망할 것으로 추산된다. 부상자를 포함하면 29만명에서 40만명이 죽거나 다친다.

사망자의 20%만 즉사하고 나머지는 치료 도중 죽는다. 따라서 어마어마한 의료진이 필요하다. 29만~40만명의 사상자를 안치하고 치료해야 한다.

미국의 랜드연구소는 "이를 토대로 심각한 환자 약 30만명을 우선적으로 치료해야 할 것"이라고 계산했다. 경상자까지 병원을 찾을 경우엔 총 50만명의 치료가 필요해진다. 이들 이외에도 방사능에 노출됐다고 믿는 이들이 병원으로 몰려올 것이다.

그런데 이번 북한 핵은 50KT나 그 이상으로 추정, 실제 폭발할 경우 사상자는 수백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군 시설을 포함해 전국 의료기관의 총 병상수가 약 60만 개 정도다. 서울에서 핵공격을 받은 부상자의 상당수는 입원하지 못하고 죽을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서울 A대학병원 관계자는 “방사선 피폭이나 재난 이후 관리에 대해서는 처리가 가능하지만 핵폭발 등 전시 상황에서는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명확한 기준이 없다. 경험도 전무한 상태이기 때문에 뚜렷한 방침은 세워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처럼 제도적 정비가 필요한 가운데 핵폭발 시 준용하는 기준은 원전사고를 대비한 재난 시 대응 매뉴얼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이 매뉴얼이 핵폭발 등 긴급 재난상황 발생 시 발동되는 가장 근접한 형태의 절차다. 


"컨트롤타워, 역할 가장 중요"

우선 핵 및 방사선 사고가 발생하면 대통령 직속 상설기구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중앙방사능방재대책본부’를 구성하게 된다. 범정부 통합 대응 시에는 국무총리를 본부장으로, 재난 발생 시에는 원안위 위원장을 본부장으로 임명한다.


중앙방사능방재대책본부는 국가안보실에 즉각적인 상황보고를 올리면서 방사능방재지원본부(국민안전처) 및 국토부와 산업부 등 중앙정부와 협조 및 지원을 받는다.


또한 원안위 사무처장을 센터장으로 하는 ‘현장방사능방재지휘센터’를 꾸려 긴급의료대응 조직체계를 구성하게 된다.


특히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가 구축된 한국원자력의학원을 중심으로 법적으로 명시된 1, 2차 방사선 비상 진료기관의 역할이 커진다. 


방사선 비상 진료기관은 원전을 중심으로 중부·제주(하나로)권역, 한빛권역, 고리권역, 월성권역, 한울권역으로 구분됐다.



구체적으로 ▲중부·제주(하나로)권역-1차 방사선보건원·2차 국군대전병원, 국군수도병원, 서울대병원, 충남대병원, 충북대병원 ▲한빛권역-1차 고창종합병원, 국군함평병원, 영광기독병원, 영광종합병원·2차 전남대병원, 전북대병원 등으로 구성됐다. 


▲고리권역-1차 국군부산병원, 기장병원, 동강병원·2차 경상대병원, 부산대병원, 울산대병원▲월성권역-1차 국군대구병원, 동국대경주병원, 울진군의료원·2차 경북대병원, 울산대병원 ▲한울권역-1차 강릉동인병원, 경북대병원 국군대구병원 동국대경주병원 울진군의료원 등 비상진료체계가 형성됐다.


원전과의 거리가 가까울 경우 중복된 기관도 있으며, 한울권역의 2차 기관은 존재하지 않는다. 


비상진료 기관들은 현장과 기관에서 환자의 분류, 내외부 오염측정 및 제거, 세포유전학적 검사 및 체내계측, 방사선 장해의 진단 및 예후판정 등 합동 의료구호 활동을 펼치게 된다. 


하지만 이 매뉴얼은 핵폭발 시에만 적용되는 구조라고 보기 어렵다. 핵 및 방사선 사고를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기 때문에 별도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오래 전부터 나온 상태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응급의학과 왕순주 교수가 약 10년 전 조교수 신분으로 한국방재학회에 기고한 논문에는 “방사선 피폭 피해자에 대한 구축체계는 잘 정비된 것으로 보이나, 핵 및 방사선 사고에 대한 부분은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담겨져 있다.


관련 전문가들의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필요 장비나 자원이 부족하고 긴급의료에 대한 부분이 타 분야에 비해 소외된 상태라는 진단이었다.


문제는 10여 년 전과 비교해 지금 상황이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유관기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박근빈기자 ray@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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