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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제약산업 발전을 위해 마련한 두 번째 장기 로드맵을 두고 전문가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정책의 목표가 불명확하고, 추진 전략의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게 이유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5일 서울 라마다호텔에서 ‘제2차 제약산업 육성·지원 5개년(2018~2022년) 종합계획'을 발표하는 공청회를 열었다.
정부는 지난 2011년에 제정된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매 5년마다 제약산업 육성을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한다. 1차 종합계획(2013~2017년)이 올해 종료됨에 따라 지난 3월부터 전략기획단을 구성해 2차 계획안을 준비해온 것.
양성일 보건복지부 국장은 “2차 종합계획은 제약산업의 기초 체력을 다지는데 중점을 둔 1차 계획안을 발전시킨 내용으로 ‘국민에게 건강과 일자리를 드리는 제약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비전 아래 4대 목표(△연구개발(R&D) △인력양성 △수출지원 △제도 개선) 12대 추진 전략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발표가 끝난 뒤 마련된 전문가 토론에선 2차 종합계획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 내용은 크게 정책 목표와 방법에 관한 것으로 나뉜다.
우선, 전문가들은 국내 제약산업의 방향이 모호하고, 1차 종합계획과의 차별성도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윤상호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자료를 보면서 1차 계획의 목표가 무엇인지, 지난 4년간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는지에 대한 어떤 분석이나 반성도 찾아볼 수 없었다”며 “과거에 대한 진단이나 검토가 부족하니 2차 계획안에 수많은 지원 계획이 담겨 있지만 이를 통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큰 그림을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효정 테크노베이션 대표이사는 “제약강국으로 가려면 결국 제약기업을 육성해야 하는데, 미국이나 유럽형 다국적 기업을 키우겠다는 것인지, 만약 그렇다면 현재 다국적 제약사가 어떤 비전을 갖고 기업을 운영하며 이 과정에서 해당 국가의 정부가 어떻게 서포트하는지 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며 “우리가 추구하는 미래 제약산업의 목표가 선명하지 않으면 이런 준비를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장익 서울대 교수는 “삼성 휴대폰이 세계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던 까닭은 소비자에게 휴대폰을 기술이 아닌 문화로 인식시켰기 때문”이라며 “제약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관점이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교수는 “현 방안에 대해 좀 과하게 이야기하면 국민의 혈세로 모든 제약사를 다 살리겠다는 것처럼 보인다”며 “정책의 비전이나 목표가 명확해야 우선순위를 정하고 자원을 효과적으로 분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장과 따로 노는 정책-담당 공무원도 다 바껴 연속성도 없어"
또 다른 문제점은 제약산업 육성을 위해 제안된 4가지 분야의 실천 과제들이 유연하지 못하며 현장의 니즈(Needs)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제약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정부는 △신약 개발 역량 제고를 위한 R&D 강화 방안 △제약산업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전문인력 양성 및 창원 지원 방안 △현장수요 중심의 수출 지원 체계 강화 방안 △선진 제약 강국 도약을 위한 제약산업 육성기반 조성 방안 등을 제시했다.
김수정 코오롱생명과학 상무는 "신약 인보사를 출시해 유전자 치료제를 상용화하면서 느낀 점을 말하면, 정부의 자원 분배나 지원이 한 곳에 몰려 있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며 "현재 R&D 지원은 후보물질 개발과 같은 연구 쪽에 치중돼 있지만 현장에서 진짜 지원이 필요한 부분은 공정, 출고, 시험 등과 같은 공정개발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상무는 "첨단 바이오의약품은 비교 대상이 없는 새로운 제품인데도 불구하고 기존 약가제도를 따라야 한다는 점도 문제"라며 "대체약품을 찾아 그것을 기준으로 해서 경제성을 평가하겠다는 것인데, 외국의 경우 기존 약과 비교가 어려운 신약의 경우 개발 비용을 감안해주거나 다른 약가제도를 도입하는 등 유연한 접근방식을 취한다"고 비판했다.
김동규 연세의료원 교수도 "정부가 마련한 지원책 대부분이 제약산업의 체력을 기르기 위한 것인데, 각각이 다 따로 논다"며 "신약을 개발하려면 병원과 연구소가 가진 자료를 후보 물질을 개발하는 제약사가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며, 이런 관계가 형성될 때 우리의 연구 결과가 상업화돼 가치를 지닐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기관 간에 자료나 정보를 공유하는 제약산업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며 "국내 제약사들이 글로벌 제약사들에 비해 자본력은 부족하지만 병원이 보유한 데이터 인프라를 활용하면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이 과정에서 정부가 고리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방영주 서울의대 교수는 "1차 종합계획 발표에서 쓴소리를 했는데, 이번에 또 초청하기에 이상하다고 여겼는데 담당 복지부 공무원이 모두 바뀌었다"며 "정책의 실행과정이 연속성 있고, 현장의 필요를 반영해 유연하게 적용하려면 이 제도를 잘 알고 지속적으로 관리해온 사람이 필요하다. 담당자마저 자꾸 바뀌니 1차 때와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고 제도 운영의 비효율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장익 서울대 교수는 "미국의 경우 제네릭은 3등까지만 남겨두고 더 이상 생산하지 못하게 한다"며 "우리나라도 제네릭 간에 경쟁하는 현상을 막고 대신 제네릭을 국내에서 더 이상 팔지 못하는 제약회사들이 동남아 등 해외 시장에서 약을 판매할 수 있도록 활로를 열어주는 등 다양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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