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파마들이 하나 둘씩 치매약 개발 포기를 선언하고 있어 향후 이 분야가 불가능의 영역으로 남겨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흐름 속에도 불구하고 국내 제약사들이 초기 전임상 등의 단계이지만 치매신약 개발에 전력을 쏟고 있어 그 추이 및 결과가 주목된다.
17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화이자, MSD, 릴리, 로슈 등 다국적 제약사들이 연이어 치매 치료제 임상시험을 중단했다.
화이자는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치료를 위한 신약을 더 이상 개발하지 않겠다고 최근 공식 발표했다.
그동안 새 치료제 개발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왔지만,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해 내린 결정이다.
실제, 화이자는 2012년 존슨앤존슨(J&J)과 알츠하이머 치료제인 ‘바피뉴주맙’을 공동 개발하다 3상 임상 단계에서 한 차례 포기한 바 있다.
화이자는 “치매 치료제 개발 프로그램 중단으로 300명 정도의 연구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게 됐다"며 "프로그램 중단으로 절감된 예산은 다른 연구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MSD도 지난해 알츠하이머약 개발을 멈췄다. BACE-1 억제제 후보약물인 베루베세스타트(verubecestat)의 3상 임상 진행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릴리 역시 베타 아밀로이드를 표적으로 하는 ‘솔라네주맙’을 개발, 2000여 명의 경증 치매 환자에게 임상시험을 진행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자 지난 2016년 개발을 중단했다.
지난 27년 동안 릴리가 치매 신약 개발에 투자한 금액만 무려 30억 달러(약 3조 1950억원)에 달한다.
자본력과 기술력을 모두 갖춘 글로벌 빅파마들이 치매약 개발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발병 원인을 알 수 없다보니 치매치료제 개발 성공률은 단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난공불락'의 영역으로 꼽힌다. 지난 2003년 이후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치매 치료 신약이 전무하다.
이에 반해 국내 제약사들은 더딘 속도로 치료제 개발을 이어나가고 있다.
글로벌 치매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30년 2조 달러(약 2000조원)로 추산되며, 우리 정부도 ‘치매국가책임제’를 공약으로 내걸며 치매 치료비 90% 지원, 치매지원센터 설립 등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즉, 풍부한 시장성이 치료제 개발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이다.
동아ST는 베타아밀로이드 생성 억제, 뇌 신경전달물질 증가 등의 효과가 있는 알츠하이머병 천연물 성분 신약(DA-9803)을 개발, 전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동아ST 관계자는 “천연물 성분 신약은 하나의 화합물로 이뤄진 게 아니라 많은 화합물을 함유하고 있어 여러 표적을 동시에 조절할 수 있다는 측면이 장점"이라며 "현재 치매의 경우 발병 원인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표적에 반응하는 천연물 성분의 물질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동제약은 신약후보물질 ‘ID1201’을 활용해 알츠하이머성 치매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ID1201은 멀구슬나무의 열매인 천련자에서 추출한 천연물로, 치매의 주요 발병 원인을 억제하고,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작용을 보여 새로운 치매치료제로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지금까지 진행한 시험관시험과 동물시험에서 ID1201은 치매의 다양한 원인들을 차단, 인지기능을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ID1201은 실제 치매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2상시험에 들어간 상태이며, 국내 특허 및 중국, 유럽 특허 등록을 마친 상태"라고 설명했다.
보령제약은 패치형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보령제약은 지난 2016년부터 도네페질 패치형 치매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도네페질은 알츠하이머 치료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약물이다. 현재는 먹는 약으로 출시돼 있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현재 국내 임상 1상을 준비하고 있다"며 “국내 임상을 완료한 후 글로벌 임상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케미칼은 할미꽃 뿌리인 백두홍을 이용한 천연물 치매 치료제 'SK-PC-B70M'의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대화제약은 일본에서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특허를 취득했다. 이 특허는 산조인 함유 유효성분인 스피노신을 이용한 치매 등 뇌질환 예방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의약 용도 특허다.
대화제약은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를 개발 중이며 현재 국내 16개 기관에서 치매환자를 대상으로 임상2b상을 진행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치매 원인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기에 치료제 개발 성공률이 1%도 안 될 정도로 낮다”면서 “하지만 치료제 시장이 계속 성장 중이고, 고령화가 세계적인 추세인 만큼 약 개발에 성공한다면 단숨에 글로벌 빅파마 수준의 제약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