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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OO 병원 의료기관평가인증 획득’. 최근 다수의 병원에서 보낸 평가인증 획득 소식이 메일로 쏟아져 들어왔다.
인증을 받은 병원들은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인증 마크를 내건다. 일부 병원에서는 별도 조명까지 사용해 평가인증 획득을 강조하며 병원을 찾은 환자들에게 신뢰를 준다.
그러나 정작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은 평가인증을 위해 주말에도 쉬지 못하고 병원 환경 개선 업무에 투입되는 등 각종 고충에 시달리고 있다.
간호사를 비롯한 병원 노동자들은 ‘최근 논란이 됐던 태움보다 무서운 것이 인증‘이라며 고통을 호소한다. 실제로 인증을 앞둔 인증이 없는 병원으로 이직하는 ‘인증유목민’, ‘인증메뚜기’ 등 신종 용어까지 생겨났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병원장이나 병원 주요 보직자들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간호사들에게 풀뽑기, 지침 암기 등을 반강제적으로 지시하고 있는데 마치 인증 기준의 하나인 것처럼 오해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교 시험처럼 병원에서는 소위 ‘평가인증 족보’라는 것이 존재, 인증을 앞두고는 간호사들에게 각종 내용을 달달 외우도록 지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먼저 점검을 받은 병원에서 인증원이 ‘이런 것을 했더라, 저런 것을 물었더라’ 하는 ‘카더라 통신’ 역시 간호사들에게 불필요한 잡무를 가중시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급성기병원 인증조사 평가 항목은 549개며 자료집은 무려 200페이지에 달한다. 일선 현장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이 모든 내용을 파악하기에는 불가능한 수준이기에 윗선의 지시나 소문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 더 나은 인증과 참여, 병원 경영진과 간호사 사이 불필요한 갈등이 생기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면 간호사를 비롯한 현장 근무자들이 확실하게 알 수 있도록 인증 기준을 조금 더 간결하고 명확하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간호사들의 경우 의료행위를 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만 숙지하고 있으면 충분한데 이외에 불필요한 외우기가 많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의료행위를 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도 각각의 병원 사정이나 관리자별 기준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한국의료질향상학회 자료에 따르면 의료기관평가인증은 그 효과가 입증됐으며 필요성에 대해서는 간호사를 비롯한 병원계 종사자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간호사들과의 불필요한 갈등, 인증평가로 인한 퇴직 등이 지속된다면 굳이 평가인증을 받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 실제로 보건의료노조 차원에서 거부운동이 확산되는 추세다.
이렇게 될 경우 인증원은 '낙동강 오리 알' 신세가 될 수도 있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 병원과 공생하기 위해서는 간호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달 초 보건의료노조가 평가인증을 강력하게 거부함으로써 인증 기준 확정이 3개월 유보됐는데 앞으로 어떤 묘책이 제시될지 관심이 높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3개월 동안 인증원이 간호사를 비롯한 병원 노동자들과 더 많은 소통을 한다면 의료서비스를 받는 환자와 병원 노동자 모두가 만족하는 병원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