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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고 잘 싼다는 것’. 부연이 필요없는 가장 중요한 신진대사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여간 어려움이 아니다. 특히 거동이 여의치 않은 노인환자들에게는 절박함에 가깝다. 실제 요양병원에 누워 있는 노인환자 대부분이 배뇨장애, 요로감염, 요실금 등을 앓고 있지만 전문적인 치료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선 병원 역시 환자들의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수지타산을 이유로 전문인력을 채용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개탄한 비뇨의학과 의사들이 의기투합해 2014년 노인비뇨기요양연구회를 만들었다. 노인환자들의 ‘시원한 볼 일’을 위한 모임이었다. 그로부터 3년 후인 지난 2017년 1월. 이 연구회는 ‘대한노인요양비뇨의학회’라는 공식 학회로 출범했다. 그 만큼 의료계 내에서도 필요성을 인정받은 결과다. 최근 데일리메디가 만난 김형지 초대 회장(단국대학교병원)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며 향후 노인들의 비뇨기질환 진료환경 개선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기저귀 착용이 치료의 전부인 현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비뇨의학과 정창욱 교수 등이 서울과 인천 지역 13개 요양병원의 입원환자 18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는 노인환자 비뇨기질환의 심각성을 방증한다.
실제 조사결과 48.4%가 배뇨장애를 갖고 있었으며, 요실금 환자는 50.1%였다. 배뇨장애와 요실금 모두를 앓고 있는 환자는 64%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 중 배뇨 관련 약제를 복용하는 경우는 20.7%에 불과했으며, 단 7%의 환자만이 배뇨 관련 처치와 전문진료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대부분의 환자에게 적용되는 치료법은 기저귀 착용이 전부였다. 기저귀는 욕창 등 여러 합병증 위험이 높아 제한적으로 사용돼야 하지만 일선 요양병원들은 치료 대신 기저귀를 택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요양병원에서 노인환자들의 비뇨기질환을 치료할 전문 의료진은 찾아보기 힘들다.
조사가 진행된 13개 요양병원에는 비뇨의학과 전문의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나마 1개 병원 만이 주변 비뇨기과와 정기적인 협진을 진행하고 있었다.
당시 조사에서는 요양병원에 근무하는 전문의 중 비뇨의학과 의사 비율은 1.6%로, 산부인과 4.5%와 한의사 6.8%에 비해 크게 낮았다.
하지만 최근 대한노인요양비뇨의학회 조사에서는 아예 전무했다. 비뇨의학과 전문의를 채용하는 요양병원이 없다는 얘기다.
이러한 상황은 8개 진료과목으로 제한돼 있는 요양병원 전문의 가산제가 결정적인 원인이다.
정부는 1등급 요양병원 중 내과, 외과, 신경과, 신경외과, 정신과, 재활의학과, 정형외과, 가정의학과 등 8개 진료과 전문의가 전체 의료진의 50% 이상이면 입원료를 20% 가산해 준다.
즉 병원들 입장에서는 입원료 가산을 받을 수 있는 진료과목 전문의를 채용하려다 보니 정작 노인환자들에게 필요한 비뇨의학과 전문의 채용은 기피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김형지 회장은 “요양병원에서 비뇨의학과 전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지만 제도적인 제약으로 채용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라며 “전문의 가산제가 반드시 정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요양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타 진료과 의사들 마저도 ‘노인환자에게 비뇨기질환의 전문적인 관리가 필요하냐’고 묻는 질문에 56.4%가 ‘그렇다’고 답했다.
대한노인요양비뇨의학회 역시 그동안 보건복지부에 수도 없이 그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번번히 외면당했다. 타 진료과와의 형평성 때문에 곤란하다는 답만 돌아왔다.
제도 개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한 학회는 아예 제도를 폐지하자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전문의 가산제의 진입장벽을 허물지 못하겠다면 제도 자체를 없애라는 주장이다.
김형지 회장은 “요양병원들이 노인환자들에게 진정 필요한 전문인력을 자율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며 “8개과에 한정된 전문과목의 제약을 없애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비뇨의학과 전문의의 요양병원 진입장벽을 낮춤으로써 노인환자의 배뇨인권을 확립하고 요양병원의 효율적인 질관리를 제고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학회는 전문의 가산제 개선과 별개로 요양병원의 비뇨기계 의료 질 제고를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대표적인 게 배뇨 관련 행위별 수가 신설이다. 일례로 ‘비뇨의학과 전문의가 고용돼 배뇨 관련 행위를 시행하는 경우 관리료를 별도로 산정할 수 있다’는 식이다.
관련 수가가 신설될 경우 일선 요양병원들이 전문의 가산제와 무관하게 비뇨의학과 전문의를 채용하게 되고, 궁극적으로 노인환자들의 말 못할 고충을 해소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요양병원 질관리 항목에 배뇨관리 및 요로감염 발생에 관한 항목을 추가하는 방안 역시 학회가 강조하는 부분이다.
△요실금 환자 치료지표 △요로감염 발생률 △기저귀 사용률 등의 항목을 요양병원 질관리 항목에 추가할 경우 상당한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형지 회장은 “병원들이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부분이 바로 평가”라며 “별도 재정 투입이 불가하다면 평가항목에라도 관련 내용을 포함시켜 의료 질 제고를 도모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장기요양 배뇨관리센터 설립 제안
요양병원뿐만 아니라 ‘요양시설’도 주목해야 한다.
2016년 기준으로 요양시설은 1만9398개에 달하고 이 곳에 종사하는 요양보호사는 31만3013명, 사회복지사 1만4682명, 간호사 2675명, 간호조무사 9080명으로 집계된다.
이 중 촉탁의 의무 배치가 필요한 요양시설은 2935곳이지만 촉탁의 수는 1415명에 불과하다. 결국 노인요양 의료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학회는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신체활동 또는 가사활동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여기에 배뇨관리가 제외돼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효과적인 배뇨관리 및 합병증 예방, 관리를 위해서는 장기요양보험 관련 서비스 종사자에 대하 교육과 배뇨 관련 응급환자의 신속한 대처가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학회는 ‘장기요양 배뇨관리센터 설립’을 제안했다. 학회를 중심으로 중앙 및 지역에 노인배뇨관리센터를 구성하고 전체적인 관리를 하는 그림이다.
지역 요양시설과 상시적인 연락망을 구축하고 배뇨 관련 응급상황 발생 시 각 지역센터로 이용해 즉각적인 치료 서비스를 제공토록 하는 구조다.
학회는 이와 함께 전국 요양시설 및 재가노인복지시설 등 장기요양 의료서비스 종사자에 대해 노인환자 배뇨관리 교육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김형지 회장은 “요양시설 입소자는 물론 장기요양 의료서비스를 받고 있는 노인들에 대한 체계적인 배뇨 관리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며 “배뇨관리센터는 꼭 필요한 국가적 시스템”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장기요양 배뇨관리센터 설립은 모학회인 대한비뇨기과학회에서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만큼 정부와의 지속적인 논의를 거쳐 현실화 시켜 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