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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 소리 들었지만 결국 '세계의학 표준' 자리매김
우리들병원 이상호 회장 "국제 척추치료 패러다임 주도하는데 기여"
[ 2018년 06월 12일 05시 30분 ]
[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거장은 건재했다. 세계가 주목하는 척추 치료법 창시자. 그의 존재감은 여전했다. 고희(古稀)를 지척에 앞둔 나이지만 임상에서 경영에 이르기까지 종횡무진 행보는 변함이 없다. 수술은 물론이거니와 연구, 교육, 국제학회 발표 등 올해 그의 1년 일정은 이미 가득찼다. 사실 이번 인터뷰는 그의 건재함을 직접 목도하고 싶은 마음에서 추진됐다. 우리들병원 이상호 회장. 그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여전히 세계 척추수술 역사를 새로 쓰기 위한 노력에 여념이 없었다.

 
인생을 던진 술기
 
‘의사’ 이상호의 출발선은 여느 의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군의관 출신에 종합병원 봉직의를 거쳐 1982년 부산에서 개원했다.
 
개원 후 평탄한 삶을 영위하던 그에게 인생의 큰 전환점이 찾아왔다. 바로 어머니였다. 신경외과 의사 아들을 둔 어머니가 디스크 판정을 받았다.
 
그는 고령의 어머니에게 수혈이 필요없고 신속한 회복이 가능한 수술을 해드리고 싶었다. 무엇보다 척추수술 후유증으로 고생시켜 드리고 싶지 않았다.
 
그 길로 프랑스 유학길에 올랐다. 시신기증 문화가 활성화 돼 있던 프랑스는 새로운 술기 개발을 강구하던 그에게 최적의 장소였다.
 
사체의 등 부위를 자르고 또 잘랐다. 하지만 잡힐 듯 잡히지 않았다. 모든 신진대사가 멈춰버린 사체가 아닌 사망 직후의 시신이 필요했다.
 
수소문 끝에 스웨덴으로 날아갔다. 생체와 흡사한 조건에서 실험을 이어갔다. 세계 의학의 중심인 미국도 수 차례 다녀왔다.
 
비행기 탑승 횟수가 무려 3000번. 거리로는 300만 마일이 넘는 고난의 길이었지만 새로운 척추 치료법 개발을 향한 그의 열정은 식지 않았다.
 
고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1992년 세계 최초로 내시경과 레이저를 접목한 디스크 치료법을 정립했다. 당시 마흔을 갓 넘긴 나이였다.
 
다시 미세수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프랑스 유학 경험은 내시경 레이저 디스크 시술법 개발에 큰 도움이 됐다.
 
내시경은 이전에도 척추디스크 수술에 사용됐지만 레이저는 비뇨기과와 부인과에 국한돼 있었다. 그러나 레이저야말로 척추디스크 시술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실제 기존 내시경 시술로는 말랑말랑한 디스크 조직만 없앨 수 있었던 반면 레이저를 접목하니 굳어 있거나 협착으로 진행된 디스크 조직까지 치료가 가능해졌다.
 
기존 수술보다 뼈와 근육 손상이 크게 줄었고 회복도 빨라졌다. 드디어 신경외과 아들이 노모(老母)에게 값진 효도를 해드릴 수 있게 됐다.
 
“어머니는 아들이 개발한 수술을 받으셨고, 지긋지긋한 디스크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아니었다면 내시경 척추수술을 개발하지 못했을 겁니다.”
 
‘
공유의 덕(德)’으로 허문 ‘편견의 벽(壁)’
 
‘내시경 레이저 디스크 시술’은 파급력은 상당했다. 시술 받은 환자들은 극찬 일색이었다. 입소문을 타고 전국에서 환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는 동료사회였다. 절개식 수술이 표준치료였던 당시 의학계에서는 이상호 회장이 개발한 ‘내시경 레이저 디스크 시술’을 쉽사리 수용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수혈이 필요없고, 절개도 하지 않으며, 무엇보다 수술 후 며칠 만에 일상생활이 가능한 이 시술은 그야말로 마술에 가까웠다.
 
철저한 근거와 입증을 중시하는 의학계에서는 생소한 이 술기를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비난 일색이었다. ‘수술이 필요 없는 환자를 골라 치료한다’, ‘경증환자를 수술하고 결과를 과대포장한다’ 등의 냉담한 반응과 마주해야 했다.
 
하지만 이상호 회장은 그 마저도 받아들였다. 그리고 ‘공유’를 결심했다. 기존 수술법에 비해 환자에게 더 유익한 술기를 동료의사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
 
“저 혼자 아무리 많은 환자를 수술하더라도 1년에 1000명 이상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이 술기를 다른 의사들도 공유하면 더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국내외 의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척추질환 치료기술 교육 프로그램 ‘미스(MISS) 코스’는 지난 2004년 그렇게 시작됐다.
 
그동안 45개국, 800명의 의사들이 이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교육 횟수로는 이미 100회를 넘어선지 오래다.
 
최근에는 미국, 독일 같은 의료선진국은 물론 1박 2일의 장거리 비행을 감수하고 지구 반대편 나이지리아, 브라질, 아르헨티나, 이스라엘 등에서 찾아오는 의사도 다반사다.
 
편견의 벽을 넘기 위한 이상호 회장의 노력은 비단 술기 교육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꾸준한 연구를 통해 ‘내시경 레이저 디스크 시술’의 의학적 타당성을 입증해 나갔다.
 
우리들병원이 최근까지 발표한 SCI급 논문만 350편에 달한다. 이러한 연구실적은 척추 전문병원은 물론 대학병원과 견줘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의료 선진국에서 우리들병원의 척추수술이 의학 교과서에 실렸다. 지금까지 우리들병원이 저술에 참여한 의학 서적한 25권(92편)에 달한다.
 
이상호 회장은 “그들이 의술을 배우고 싶어 하면 모든 방식의 교수법으로 지식을 전달한다는 히포크라테스 정신에 입각해 새로운 술기를 공유하고자 했다”고 술회했다.
 
이어 “다만 내시경 레이저 디스크 수술은 고도의 숙련이 필요한 만큼 충분한 교육을 통해 술기를 익인 후 환자들에게 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류 척추건강을 위한 보편적 시술
 
지난해 미국과 일본에서는 ‘내시경 레이저 디스크 수술’이 의료보험 급여 코드를 받았다. 이는 정부 차원에서 이 시술법의 효과와 안전성을 인정하고 표준치료로 공인했음을 의미한다.
 
한국인이 개발한 척추치료법이 미국과 일본에서 의료보험 급여 코드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국내에서는 지난 1996년부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됐다. 당시는 의학계 내에서 첨예한 갈등이 전개되는 시점이었음에도 환자들의 요구로 제도권에 진입했다.
 
세상에 이름을 알린지 26년째인 내시경 레이저 디스크 수술은 이제 의학계에 파란을 일으켰던 생소한 치료법을 넘어 세계 척추치료의 표준이 되고 있다.
 
실제 최근 열린 세계최초침슴척추수술학회에서는 내시경 레이저 디스크 수술의 국제적 위상을 어렵지 않게 가늠할 수 있었다.
 
미국 사우스캘리포니아 대학병원 척추센터 제프리 왕 교수는 이 학회에서 내시경 척추수술이 척추학계의 주류로 자리매김했다고 평했다.
 
자신이 개발한 척추수술을 세계 표준치료 반열에 올려 놓은 이상호 회장의 시선은 이제 인대재건술에 가 있다. 디스크와 함께 주요 척추질환으로 꼽히는 척추관협착증을 치료하는 기술이다.
 
척추관협착증은 척추 중앙의 척추관, 신경근관 또는 추간공이 좁아져서 허리의 통증을 유발하거나 다리에 여러 복합적인 신경증세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지금까지 의학계는 척추관협착증 유발 원인으로 굵어진 뼈를 지목했지만 이상호 회장은 뼈가 아닌 두터워진 인대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물론 뼈에 조그마한 창문을 낸 다음 인대를 제거해 척추관을 넓히는 혁신적인 발명은 프랑스 척추의사가 해냈다. 하지만 뼈와 인대를 동시에 수술하는 만큼 경과가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우리들병원 이상호 회장은 스웨덴의 척추 병리학자와 공동연구를 통해 뼈나 디스크를 잘라내지 않고 인대만 제거하면 척추관협착증을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무엇보다 이 술기는 무출혈, 무수혈로 진행되는 만큼 고령의 환자들에게 적용 가능하다는 점이 이상호 회장의 마음을 끌었다.
 
실제 100세 환자가 이 수술 후 새삶을 되찾았고, 유명 대학병원들이 수술을 꺼리던 81세의 꼬부랑 할머니도 간단한 이 술기를 통해 꼿꼿하게 걸을 수 있게 됐다.
 
이상호 회장은 “질병의 고통으로부터 환자를 해방시키는 것은 모든 의사들에게 주어진 숙명”이라며 “앞으로도 모든 인류의 척추건강을 위해 사력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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