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SK바이오사이언스가 국산 코로나19 백신 중 첫 국내 임상3상에 진입했다.
노바백스와 같은 재조합단백질 플랫폼 백신으로, 해외 임상에 집중키로 한 제넥신과 달리 비교임상 기반으로 국내‧외 동시 진행을 택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GBP510’의 임상3상 시험계획을 승인했다고 10일 밝혔다. GBP510은 국산 백신 중 식약처로부터 3상 계획을 승인받은 최초 백신으로 이름을 올렸다.
GBP510은 기본적으로는 노바백스 사의 코로나19 백신과 같은 플랫폼을 공유한다.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항원을 만든 뒤 이를 주입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다만 GBP510과 노바백스 백신에는 서로 다른 면역증강제(adjuvant)가 투입된다는 차이가 있다. 노바백스의 경우 자체 개발한 사포닌 기반의 매트릭스M(Matrix-M)을 사용했지만, GBP510에는 GSK에서 개발한 스콸렌 기반 AS03을 첨가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1‧2상 설계 당시 항원과 함께 면역증강제로 두 가지 성분을 시험했다”며 “GSK AS03과 알루미늄 성분의 ALUM을 투여한 결과 AS03 효과가 더 좋게 나타나 3상에서는 AS03을 단독 사용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SK바이오사이언스는 단백질 결합 기술을 활용해 차별점을 더했다. 단백질 노출을 극대화하고자 표면항원 단백질이 바깥 방향으로 향하도록 구심점 역할을 하는 단백질 결합 부위를 추가한 것이다.
백신 전문가인 김정기 고려대 약대 교수는 “과거 GSK는 사노피와 공동연구를 통해 백신 개발에 나섰지만 임상1‧2상 단계에서 포기를 선언했다”며 “SK바이오사이언스가 GSK AS03을 사용해 3상까지 진입했다는 점을 볼때, 항원을 구체화해서 나노입자로 만든 단백질 결합 기술이 유효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SK바이오사이언스가 재조합 단백질 백신 개발을 서두르는 이유로는 노바백스 백신 허가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 지목되고 있다. 노바백스는 지난 6월 30일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임상3상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 노바백스 백신은 89.7% 예방효과를 보였다. 영국발 알파 변이와 남아프리카공화국발 베타 변이에 대해서도 각각 86.3%, 96.4% 효과를 나타냈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규제당국 허가는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확보하면서 허가가 늦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백신 선택지가 충분한 상황에서 노바백스에 굳이 긴급 사용 승인할 이유가 없어진 까닭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속도전 위해 AZ와 ‘비교임상’ 선택
한편 SK바이오사이언스가 국내 최초로 임상3상 허가를 받아내면서, 일각에서는 지난해 가장 먼저 연구에 나섰던 제넥신을 제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로 제넥신의 경우 지난 7월 인도네시아 2‧3상 승인을 받았지만, 국내에서는 2상만 진행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숨은 1인치’가 있다. 바로 ‘비교임상’이다. 비교임상이란 기존 허가된 백신과의 비교를 통해 효과를 입증하는 임상 방식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 임상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효능을 비교하는 ‘비교임상’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이는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코로나19 백신 관련 비교임상 사례는 지난 4월 프랑스 기업 발네바의 코로나19 백신이 영국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대조군으로 하는 임상3상이 유일하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내 임상을 포함한 글로벌 임상 모두를 비교임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측에 따르면 국내 약 100명을 포함해 동유럽, 동남아시아 등 약 4000명의 인원이 글로벌 임상에 참여한다.
반면 제넥신의 경우 비교임상을 선택할 수 없다는 이유로 국내 임상 진입 대신 해외 임상 집중을 택했다. 제넥신 관계자는 “국내 시장만으로는 사업성을 기대할 수 없다. 이미 국내에는 기존 백신이 상당부분 자리를 잡았다. 비교임상을 진행할 이유가 없다”고 말헀다.
전문가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비교임상 선택을 ‘고육지책’으로 해석했다. 확장성은 떨어지지만, 현재로서는 조기 출시를 위한 최선의 전략이라는 것이다.
앞서 김정기 교수는 “비교임상의 경우 속도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감염 여부가 아닌 항체생성 능력만 측정하면 되는 까닭”이라며 “이미 대부분 접종 경험이 있는 독감백신 등의 경우 신규 제품 임상 방법으로 비교임상을 진행한다. 코로나19도 백신이 어느 정도 보급된 시점부터는 비교임상으로 개발이 진행될 것이다. SK가 국내 첫 단추를 끼운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글로벌 확장성은 다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 백신들은 모두 예방률을 근거로 허가를 받았다. FDA 등 규제당국이 비교임상 대신 예방률에 대한 자료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나 개도국 등 백신이 부족한 국가라면 몰라도, 선진국 규제당국의 벽은 비교임상만으로 넘기기 어려울 것이다. 추가임상을 해야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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