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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메디 이슬비 기자] “코로나19 펜데믹 상황인 현재 의약품 지적재산권(지재권) 제도로 인한 백신 수급 문제가 심각하다. 더 이상 지재권 유보 강제실시와 다국적제약사들의 자발실시 등에 기댈 수 없다. 트립스(TRIPs) 협정 유예안을 추진하는 강수를 둬야 한다.”
12일 열린 의약품 접근권 기획간담회 ‘코로나19 시대 의약품 접근성을 관통하는 논의들 : 제5강 의약품특허 인센티브는 반드시 독점적 형태여야 하는가’에서 이 같은 주장이 제기됐다.
해당 간담회는 건강세상네트워크가 주관하고 더 나은 의약품생산체제를 위한 시민사회연대 등이 주최했다. 임소형 한국민중건강운동 펠로우와 권미란 정보공유연대 활동가가 발제자로 나섰다.
임소형 펠로우는 지재권 제도로 의약품도 R&D 등의 독점권이 보장됨으로써 의약품 가격이 치솟고 접근성이 낮아지는 현상을 문제로 지적했다.
독점권으로 제네릭이 개발되는데 시간이 걸리고 이는 백신·치료제 등의 수급 문제와 직결되고 있는 실정이다.
임 펠로우는 1994년 제정된 지재권 관련 협약인 트립스 협정을 지적했다. 이는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에 모두 적용되며 코로나19 백신도 이 협정으로 그 지재권을 보호받고 있다.
이에 미국·유럽 등 개발사를 보유한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 간 백신 수급 불균형이 문제로 떠올랐다.
그는 “지재권을 옹호하는 진영은 가난한 나라의 생산역량이 부족해 특허를 풀어도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며 “백신 개발사들이 기부를 한다고 해도 그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 없는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지적재산권에 대한 저항적 대안으로 ▲강제실시 제도 ▲기술접근 풀(C-TAP) ▲트립스 유예안 등을 제안했다.
강제실시 제도는 세계무역기구(WTO)의 트립스 협정 제31조와 우리나라 특허법 제106·107조 등에서 규정하고 있다. 국가 비상상황이나 공공 이익이 침해되는 상황에서 제약사들의 지재권을 유보할 수 있다.
절차가 복잡하고 실시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이를 실시했다가는 다국적제약사를 보유한 강대국으로부터 무역보복 등이 가해질 수 있어 국가 차원에서 선뜻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C-TAP은 공동으로 R&D 노하우·데이터를 관리하자는 제안이다. 현재 이에 52개국이 찬성을 표명했으나 이중 특허기술을 보유한 국가는 없다. 트립스 유예안이 관련업계 안팎에서 강력한 대안으로 제시되는 이유다.
유예안은 코로나19 기술 관련 특허를 팬데믹 종식까지만 유예하자는 주장이나, 현재 약 60개의 국가가 이에 동의하고 있지만 진척은 없는 상황으로 판단된다.
권미란 활동가는 세계가 에이즈와 신종플루의 유행에 대응했던 과거를 톺아봤다.
그는 “남반구 국가들이 여전히 코로나19 위기에 직면해 있던 시기, 유럽 등 북반구 부유국들은 백신에 쉽게 접근하고 있다”며 “이전의 경험으로부터 교훈을 얻는데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당시 대형 제약사가 국가별 기부를 약속했으나 실제 계약이 이뤄진 총량은 약속 수량에 미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기부 계약이 이뤄진 시기 이미 선진국들은 백신 접종이 완료된 상태였으며, 기부된 백신의 양도 적어 세계보건기구(WHO)가 보건의료인력·고위험군 그룹 등의 접종을 목표로 배분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는 약 10년 전 일임에도 불구, 현재의 상황과 비슷하게 비춰진다.
권 활동가는 “코로나19는 지난 팬데믹과 다르게 새로운 백신·치료제 생산 기술이 필요하다”며 “빠른 변이 등에 대처하기 위해 단기간 내 전세계 인구의 80%의 접종이 이뤄져야 한다는 예측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이처럼 촌각을 다투는 시점에서 강제실시·자발실시·기부 등을 통해 백신을 확보하는 것은 여러 한계가 있어 트립스 유예안 추진이 필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