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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해외 학계에서 최근 임상시험 트렌드로 자리 잡은 ‘대리평가지표’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내 의료계 전문가들 가운데도 "규제당국에서 보수적인 시각으로 제약사들의 대리평가지표 오·남용을 걸러내야 한다"고 권고했다.
후세인 나시 영국 런던 정치경제대학교(LSE) 보건정책과 교수는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에자이의 아두카누맙(제품명 아두헬름) 승인 논란을 불러일으킨 결정적 요인이었던 ‘대리평가지표’(surrogate endpoint)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며 “특히 항암제 분야에서 대리평가지표 문제가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대리평가지표란 1차 평가지표만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기 어렵거나 임상 성공 여부를 확인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경우 1차 평가지표을 대신할 수 있는 다른 지표를 통해 임상 성공을 가늠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항암제 분야에서 1차 평가지표로 주로 전체생존기간(OS)을 사용한다. 하지만 암종의 전체 환자 수가 적어 임상시험 자체가 어렵거나 전체 생존율을 확인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릴 때에는 무진행생존기간(PFS)나 각종 반응률 등을 대리평가지표로 활용해 임상 성공 여부를 판단한다.
나시 교수는 “최근 항암제 관련 임상에서는 약 80%가 대리평가지표를 사용한다. OS 대신 PFS나 반응률을 보는 것이 일상적”이라며 “문제는 대리평가지표가 실제 치료효과와 관련성이 확실히 입증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만약 대리평가지표와 실제 치료효과 간 연관성이 크지 않을 경우 약물의 실제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 의료계에서도 나시 교수의 이 같은 비판에 일부 동의를 표했다. 임상 및 종양 전문가가 공통으로 최근 전 세계 제약업계에 불고 있는 ‘대리평가지표’ 열풍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강윤희 전 식품의약품안전처 임상위원은 “항암제 분야에서 대리평가지표 핵심은 PFS가 OS를 대신할 수 있느냐”라며 “물론 일부 암종에서는 PFS가 OS를 대신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지만, PFS가 결코 OS의 일반적인 대리지표가 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제약업계가 신속허가를 받기 위해 대리평가지표를 인정해달라고 규제기관에 무리하게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식약처 등 규제기관은 이 같은 요구에 흔들리지 않고 대리평가지표 인정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종양학계도 대리평가지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보였다. 다만 최근 면역항암제 특성상 대리평가지표를 아예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 종양내과 Y 교수는 “면역항암제 이후 대리평가지표가 임상 과정에서 많이 사용되고, 또 이를 이용해 신속승인을 받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데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후 추가임상을 통해 신속승인으로 출시된 약들이 승인 당시 기대했던 것보다 약효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미국에서는 식품의약국(FDA)이 승인을 취소하거나, 제약사가 자진철회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옵디보는 개발사인 BMS에서 간세포암과 소세포폐암 적응증으로 신청한 신속승인을 자진 철회했다. 또 임핀지와 티센트릭은 방광암에, 키트루다는 소세포폐암에 대한 신속승인이 취소됐거나 제약사에 의해 자진 철회됐다.
Y 교수는 “최근 제약사들이 우선 특정 암종에 효과적인 면역항암제를 허가받은 뒤, 이 항암제를 문어발식으로 다양한 암종에 투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리평가지표를 악용해 신속승인을 노리는 것”이라며 “하지만 대리평가지표는 어디까지나 환자 모집이 어렵거나 추적기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등 OS 등 주요평가지표를 확인하기 힘든 상황에서 쓰는 차선책”이라고 비판헀다.
이어 “물론 특정 DNA 돌연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최신 면역항암제의 경우 환자 모집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그렇다 해도 최근 제약사들의 대리평가지표 악용은 분명 되짚고 넘어가야 한다. 자칫하면 환자들에게 과도한 기대감을 유발하고, 오히려 필요한 약을 제때 사용하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 제약사는 대리평가지표의 무리한 오·남용을 중단하고 우수한 신약 개발에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