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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청구한 진료비가 잘못된 경우, 실손보험사들이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해 환자 대신 의료기관에 부당이득금 반환을 청구하는 것은 법적으로 정당하다는 전문가 주장이 제기됐다.
실손보험사의 채권자대위권 문제는 일명 ‘맘모톰 시술 대규모 소송 사건’에서 법적 쟁점으로 의료계에서 널리 알려졌다. 법원은 관련 사건에서 보험사의 채권자대위권을 인정하지 않아 의료기관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박영준 단국대 법학과 교수는 지난 20일 열린 ‘2021 대한의료법학회‧대법원 추계공동학술대회’에서 연자로 나서 이 같은 주장을 폈다.
박 교수는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청구한 진료비가 잘못된 청구여서 의료기관에게 부당이득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해당 환자가 그 비용을 실손보험금으로 수령했다면 보험자는 환자가 의료기관을 상대로 가지는 부당이익반환청구권을 대위행사해 직접 청구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기관에 부당이득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유형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건강보험 법정 급여분을 실손보험에 오청구한 경우’다.
의료기관은 건강보험공단에 법정급여를 청구한 뒤 환자에게 자기부담금을 청구해야 하는데, 고의 또는 과실로 이를 비급여 항목으로 환자에게 청구했을 때다.
박 교수는 “이 경우 환자는 실손보험자에게 건강보험 법정급여 상당액을 부당이득으로 취하게 되는 것이고, 또 의료기관은 환자에게 건강보험 법정급여 상당액을 부당이득으로 취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기관→환자, 환자→실손보험자에게 법정급여 상당액을 반환해야 하는데, 앞서 법원은 이와 관련된 소송에서 보험자의 채권자대위권 행사를 인정했다”며 “이중의 반환절차를 거치지 않도록 한 것으로 보험사가 승소한 사례”라고 소개했다.
둘째는 ‘건강보험 법정비급여 분의 실손보험을 과다 청구한 경우’다.
법정비급여는 요양급여비용과 달리 환자와 의료기관이 자유롭게 가격을 결정한다. 그러나 이 가격이 정상적인 시장가격을 넘어서는 경우, 그 초과분은 부당청구로 보고 보험자가 대위권을 행사할 수 있단 것이다.
박 교수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법정비급여 진료행위의 비용은 환자-의료기관 간 사적가치에 맡겨져 있지만, 대법원은 또 이 가격이 일반적인 의료행위비용에 비해 과다하다고 인정되는 범위에 대해선 사적가치 초과로 판단파고 의료기관이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고 봤다”며 의료기관의 부당청구에 대한 재판부 판단을 덧붙였다.
셋째는 ‘임의비급여에 해당될 수 없는 부당한 의료행위가 이뤄진 경우’다.
앞서 ‘맘모톰 시술 대규모 소송 사건’에서 실손보험사들은 이 시술이 신의료기술로 등재된 2019년 전에 이뤄진 시술 건에 대해 ‘임의비급여에 해당할 수 없는 부당한 의료행위’라며 소송을 제기했었다.
박 교수는 “환자-의료기관이 의학계에서 정당성을 인정받은 의료기술을 활용해 치료를 받는 것에 합의하고 의료비 지급을 약정하는 것이 불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앞선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는 동의한다”고 말했다.
다만 ‘맘모톰 사건’의 경우, 정당한 의료행위 여부를 두고 일부 재판부의 사실판단이 선행되지 못한 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관련해 수원지방법원의 판결문을 언급하며 “재판부는 ‘맘모톰 절제술을 시행할 당시 맘모톰 절제술이 의학적 안전성과 유효성뿐 아니라 요양급여 인정기준 등을 벗어나 진료해야 할 의학적 필요성을 갖추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유사한 다른 사건의 판결에선 이를 정당한 의료행위라고 판시했다. 향후 판례의 통일성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채권자대위권 인정…‘보험사 편의’ 우려도 제기
한편, 이어진 토론에선 보험사의 채권자대위권은 섣불리 인정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송진성 대법원 재판연구관은 “채권자대위권은 재산보전을 위한 ‘최후의 보루’로 쓰여야 한다”며 “보험사들이 금융감독기관과의 마찰을 피하면서 간편한 소송 수단으로 활용하는 실태에 대해선 검토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김장한 대한의료법학회장(울산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은 “최근 벌어진 소송전을 살펴보면 실손보험사들은 여러 사례를 모았다가 동시다발적으로 대규모 소송을 제기하는 식”이라며 “이 과정에서 보험사들은 환자나 의료기관 당사자와 접촉하지 않은 채 대응하는 모습도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보험사들은 의료기관에서 문제가 일어난 것처럼 여기며 소송을 제기하는데, 사실 문제의 시작은 보험사에서 제대로 검토 없이 보험금을 지급한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