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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켐생명과학, 한가지 물질로만 임상시험···업계 의구심
"항암제도 아닌데 'EC-18' 하나 뿐" 제기···회사 "사업 분야 확장 중인 상황"
[ 2021년 12월 08일 05시 59분 ]
[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바이오벤처기업 엔지켐생명과학이 최근 수년간 한 가지 물질로 여러 적응증을 시도하는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바이오업계에서는 항암제 분야를 제외하면 이러한 현상은 드문 사례로 신규 후보물질에 대한 개발 능력 또는 의지가 부족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며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자사 경구용 구강점막염(CRION) 치료제 ‘EC-18’(성분명 모세디피모드)에 대한 임상2상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혁신신약 지정을 신청했다고 10일 밝혔다.

앞서 엔지켐생명과학은 지난 11월 3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임상2상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된 내용은 EC-18은 1차 평가지표인 ‘중증 구강점막염 지속기간’을 위약군 13.5일에서 투약군 0일로 100% 줄었다는 것이다.

2차 평가지표인 ‘중증 구강점막염 발생률’도 위약군 70% 대비 투약군 45.5%로 24.5%p 감소했다. CRION 치료제로서는 비교적 성공적인 임상시험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바이오업계에서는 "숨은 1인치가 있다"고 지적했다. 엔지켐생명과학이 최근 수년간 신물질 발굴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사실상 EC-18 하나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엔지켐생명과학은 지난 8월 30일 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한 임상2상 결과를 공개했는데, 여기에서도 후보물질로 EC-18이 쓰였다. 당시 2상에서는 1차 평가지표인 ‘경증 폐렴환자의 14일 내 중증 폐렴 또는 급성호흡곤란증후군 이행률 감소’를 만족하지 못했다. 
 
이외에도 엔지켐생명과학은 ▲항암화학요법 유발 호중구감소증(CIN) ▲급성방사선증후군(ARS)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면역항암제 병용 치료제(ICI 병용) 등 다양한 임상연구 진행 및 결과 소식을 발표했지만, 임상에 투입된 신약후보물질은 모두 EC-18로 같았다.

국내 의약품안전나라와 해외 클리니컬라이얼스 등 공개된 임상시험 모두 ‘EC-18’
 
국내 임상시험 현황을 볼 수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안전나라와 미국을 비롯한 해외 임상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클리니컬트라이얼스(clinicaltrials.gov) 사이트에서도 엔지켐생명과학 임상시험은 모두 ‘EC-18’에 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현재 임상시험에 투입 중인 후보물질이 EC-18밖에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엔지켐생명과학 홈페이지에서도 신약 파이프라인으로 EC-18 외 다른 물질을 찾아보기 어렵다.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시된 올해 반기보고서에서도 EC-18 외 다른 연구 성과를 찾아볼 수는 없었다.
 
바이오업계는 이 같은 사례가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여러 암종에 대해 개별 허가가 필요한 항암제가 아닌 이상 한 물질로 수년간 여러 적응증에 걸쳐 임상시험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암에 직접 적용되는 항암제의 경우 여러 적응증을 시도해야 한다. 같은 암이라도 암종에 따라 허가를 다 따로 받아야 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애초 항암제 목적으로 개발한 물질이 아니고, 또 테스트 중인 적응증 가운데 직접적인 항암치료가 없다면 한 물질을 여러 적응증으로 시험하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개발 초기라면 발견 후보물질에 대해 여러 가지로 전임상이나 임상시험을 진행해 볼 수 있다. 하지만 항암제 분야도 아닌데 수년간 동일한 물질로 여러 적응증을 시도한다는 것은 정상적이지는 않아 보인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엔지켐생명과학은 최근 구강점막염 임상 결과 공시에서 신뢰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한국거래소가 구체적 통계수치가 없는 임상 결과 공시를 받아줬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당시 엔지켐생명과학은 공시를 통해 1차 평가지표를 달성했다고 발표했지만, 해당 데이터 신뢰성을 입증하는 지표인 ‘P값’(p-value)을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오해를 피하려면 최소 전임상 결과 등 새로운 후보물질에 대한 연구성과를 공개하거나, 현재 개발 중인 EC-18을 최대한 빨리 3상에 안착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제약‧바이오 기업은 매년, 적어도 2~3년에 한 번 정도는 신규 파이프라인에 대한 정보를 공개한다. 적어도 전임상 결과라도 공개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신약개발 능력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임상 물질 외에 개발 중인 신약물질 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니면 적어도 최대한 빨리 현재 진행 중인 적응증에 대해 3상에 안착시켜야 한다”며 “결국 제약‧바이오기업이 장기적으로 살아남으려면 신약 파이프라인에 대한 발굴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신물질을 발굴하든, 아니면 기존 임상을 성공시켜 시장 출시까지 끌어내든 뚜렷한 퍼포먼스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엔지켐생명과학 측은 "현재 pDNA 백신 기술이전에 따른 사업 확장에 주력하는 상황"이라면서 "당장 신규 물질 발굴은 어렵지만, 라이센싱을 통한 파이프라인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엔지켐생명과학 관계자는 “우선 EC-18이 방사선 관련 질병에서 좋은 성과를 보인 만큼 EC-18이 다른 방사선 질환에서도 성과를 보이는지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또한 현재 pDNA 백신 기술을 이전받아 코로나19 백신을 비롯한 다양한 백신을 생산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고 있다. 사업분야를 확장 중이다보니 당장 신규물질 발굴까지 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파이프라인 확장을 위해 회사도 여러 방면으로 노력 중이다. 전임상을 완료했거나 임상1상에 진입한 물질들을 중심으로 기술이전 받을 후보를 탐색 중이다. 라이선스 인 전략을 통해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고 신약 라인업을 키워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credit@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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