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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치료현장, 이제 '명의(名醫)' 아닌 '명팀' 주목"
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
[ 2022년 04월 04일 11시 58분 ]
최근 국내 암 치료 환경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정밀의학이 발전하면서 더욱 세밀한 암종 진단이 가능해졌고, ‘꿈의 암 치료기’라고 불리는 초고가 장비가 등장하면서 난치성 암 정복에 대한 희망을 높이고 있다. 암 치료법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암 환자를 치료하는 서울대, 연세대, 가톨릭, 서울아산 및 삼성서울병원의 빅5 암병원장들 역시 분주해졌다. 발전된 암 치료 환경이 국내 실정에 알맞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표준을 제시하는 것은 이들의 임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혼란스러웠던 병원 현장도 안정을 찾은 작금의 상황에서 국내 암 치료 환경 제고를 위해 고민하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코자 하는 5명의 암병원장 얘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⓵ 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
⓶ 양한광 서울대병원 암병원장
⓷ 허수영 서울성모병원 암병원장
⓸ 김태원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장
⓹ 금기창 세브란스병원 암병원장  ※ 병원명 가나다 順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기획 1]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은 일찍이 양성자 치료기를 도입했다. 해외 유수 의료기관도 쉽사리 도입하기 어려운 고가의 기기를 선제적으로 들이며 국내 암 치료 역량 제고에 관심을 기울였다.

한 해 1만3000여 건의 양성자 치료가 삼성서울병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 시행되는 양성자 암치료 중 삼성서울병원의 비중은 독보적이다.

암병원 승격 8년, 양성자 치료기 도입 6년. 성공적인 초석 다지기를 마친 삼성서울암병원의 다음 지향점은 ‘질적 팽창’이다.
 
“첫 내원객 위한 ‘베테랑 간호사’ 5명 배치”
 
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은 “양 보다 질 중심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방향성”이라며 “좋은 치료는 물론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진료 시스템을 이미 구축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좋은 의료경험의 첫 걸음은 정확한 진단"이라고 말했다. 환자의 병력이나 상태를 처음에 제대로 파악하면 이를 바탕으로 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치료 계획을 수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병원은 최근 첫 내원객 상담 업무에 베테랑 간호사 5명을 배치했다. 정식 명칭은 ’퍼스트 케어기버(First caregiver)’로, 암환자 치료 경험을 가진 숙련된 인력이다. 넉넉잖은 인력 상황에서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이우용 병원장은 ”암환자들은 정신적 부담감도 상당하다. 이들 인력은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대형병원의 고질적인 문제인 ‘3분 진료’로 인한 불안감을 어느 정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확한 환자 정보를 파악하는 것에서 나아가 ‘마음치료’에도 힘쓰겠다는 의지다.

치료 부분에서는 ‘맞춤형 수술(Tailored surgery)’ 시대를 선언했다. 그동안 항암치료 영역에만 한정되는 측면이 있던 개인 맞춤의학을 수술 영역으로 넓혀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암병원을 찾은 수 많은 환자들 개개인에게 맞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모든 의료진이 일정한 수준의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판단이다.

일명 ‘스타교수’에게만 환자가 지나치게 몰리면 환자 개인에게 들이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반면 모든 의료진에게 고르게 환자가 분배된다면 그만큼 충분한 진료시간을 배정하기 용이하다.
 
그는 “그동안 ‘명의’를 중심으로 한 의료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명팀’의 양성에 주목할 시기"라며 “암 치료현장에 항암팀, 방사선팀, 영양교육팀 등 다른 직역의 역할이 확대됐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명의’는 진료팀의 전반적인 역량 강화를 지휘하는 역할을 위해 필요하지만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은퇴했을 때 병원의 진료역량이 급격하게 저하된다는 위험도 있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은 명의가 주도하는 의료서비스를 모든 의료진이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지향점이다.

‘명팀' 구성을 위해 병원은 매주 교육과 회의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진료에서 필요한 기술적 대화 외에도 공통된 환자 철학을 공유한다. 
 
이우용 병원장은 “어떤 의료진을 만나도 균일한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술기적인 측면 외에 소통과 교감에도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암치료 문화를 선도해 온 자부심과 책임감으로 환자 여정(patient journey)의 모든 흐름에서 다음 단계로 도약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지방병원도 암 치료 역량 충분, 중요한 것은 ‘시스템’, 특화진료 필요”
 
"암 치료체계 효율화는 서울 소재 대형병원들만의 관심사는 아니다"라고 이 병원장은 강조했다. 중증질환자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지방병원들도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진단이다.

그는 “환자 수도권 쏠림 현상을 병원이 인위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며 "당연한 얘기겠지만 지방병원들의 진료 역량이 신뢰를 얻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방병원에 대한 오해에 대해서도 짚었다. 바로 ‘지방병원은 수도권 병원에 비해 진료 역량이 부족하다’라는 선입견이다.
 
이우용 병원장은 “대한외과학회 이사장을 맡으면서 지방 의료진과도 활발히 교류한다. 학술활동이나 의사 개인의 술기 등 지방병원 소속 의사들의 진료 역량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방병원과 수도권 병원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진료 시스템”이라며 "이러한 차이는 인력의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의사 인력이 부족하기 보다는 의사를 뒷받침해주는 보조인력 기근이 심각한 것으로 안다"며 "앞서 말한 ‘명팀’을 만들어가기에는 수도권보다 지방의 환경이 열악한 게 사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실정을 해결하기 위한 전략으로 ‘특화 진료’를 제안했다.
 
제한된 자원을 가진 상황에서 모든 암종에 대해 역량을 쏟기 어렵다면 특정 암종에 주력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조언이다. 지방 각 병원이 암종별 환자를 나눠서 도맡는 전략도 구상해 볼만 하다
 
지방병원 성장을 위해선 정부 지원 또한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지방 중증환자 치료에 대해선 가산수가를 확대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그는 “현재 가장 많이 얘기되고 있는 것은 ‘암 치료 지역수가’”라며 “적어도 필수의료인 암 수술에 대해서라도 시범사업을 실시돼야 한다. 병원 차원 투자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지방병원들을 옥죄고 있는 정책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던졌다. 주기적으로 이뤄지는 적정성 평가다. 의료서비스 향상을 위해 필요한 항목들도 있지만 지방병원의 자원을 불필요하게 소모토록 하는 항목도 적잖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게 다학제진료 평가다. 암 치료에서 1기나 2기 처방의 경우 가이드라인이 있어 굳이 다학제 진료가 이뤄지지 않아도 되지만 많은 병원들이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무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렇게 산정되는 평가 결과는 지방병원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의 원인이 된다고 그는 분석했다.
 
이우용 병원장은 "이대로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방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질적 팽창’에는 진료 건수에만 집착하는 관행을 타파해야 한다는 구상도 담겼다. 미국 병원들이 하루에 몇 건의 환자들만 보는 것처럼 우리나라 의료도 이러한 방향을 지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병원들의 성장이 동반돼야 한다는 게 이우용 병원장이 그리는 '질적 팽창' 전제조건이다.

“미래 암 치료 역량 제고의 바탕&힘은 ‘연구’"
 
우리나라 암 치료 역량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다. 수도권은 물론 지방병원들 역시 세계 유수 의료기관과 견줘도 부족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실제 국제 암 치료 생존율을 비교한 것만 봐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이 실린다. 

"다만 이렇게 잘 다져진 의료경쟁력을 더 키워나가기 위해선 정부의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이우용 병원장은 강조했다. 특히 연구환경 조성과 관련된 정책에서 의료현장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의 또 다른 화두는 ‘벤치 투 베드사이드(bench to bedside)’다. 연구단 성과들이 즉각 환자들에게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최신 의료서비스를 선도하는 대형병원들의 책무”라고 했다.
 
실제로 병원은 진료뿐만 아니라 연구활동에도 많은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삼성서울병원이 발표한 논문만 1106건이다. 평균 인용지수는 3.95점으로 나타났다.

중증질환의 경우 암 관련 논문만 380건을 발표했다. 평균 인용지수는 4.65점에 달했다. 국내 의료기관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실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성과가 임상현장에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정부가 패스트트랙의 과감한 도입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우용 병원장은 “지금은 너무나도 많은 제약이 있는 상황이다. 신약이나 특수치료 등이 규제에 막혀 시도되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의료가 세계를 선도하기 위해선 정부의 조력이 너무나도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mut@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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