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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론을 뒷받침할 만큼 신임이 두터운 윤순봉 삼성석유화학 사장. 그가 지난해 히든 카드로 삼성서울병원 지원총괄사장에 임명되자 병원 내외부적으로 설왕설래했다. 그의 부임 이후 소사(小事)는 차치하고 자신의 의중이 반영된 병원장 인사가 지난 3월2일 삼성 스타일답게 전격적으로 단행됐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송재훈 성균관대 의대 학장. 병원장급인 삼성국제병원 설립단장을 맡으면서 승승장구했던 송 학장은 병원장이라는 고지를 눈 앞에 두고 한 발 물러난 것처럼 비춰졌지만 이번에 재기하는데 성공했다.
송재훈 원장은 사실 오리지널 삼성맨은 아니다. 지난 1991년부터 서울아산병원에서 4년 여 펠로우와 조교수로 재직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뼈를 뭍을 수도 있었지만 당시 과 내부 사정과 소위 한용철 원장 계보라는 여건이 맞물리면서 삼성서울병원으로 이적했다. 아산에서 가깝게 지내던 지인들은 이적을 만류했지만 그는 발 길을 되돌리지 않았다.
그의 삼성행을 만류했던 사람 중 한 사람이 바로 서울의대 2년 선배로 현 박성욱 서울아산병원장이다. 송재훈 원장이 아산을 떠난 후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온 두 사람은 보직에서 비슷한 경력을 거쳤다.
국내 최대이자 최고 병원의 수장으로서 1년 경험을 쌓은 박성욱 병원장. 부친이 은행장을 역임했고 동생이 국내서 손꼽히는 경영학 대가(서울대 경영학과 송재용 교수)인 집안의 송재훈 병원장.
재벌병원이 독식(獨食) 한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으면서 ‘연구중심’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가야 하는 두 사람 어깨에 한국 병원계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후배로 가깝게 지냈던 두 사람이 이젠 아산과 삼성의 대표 브랜드 수장으로서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 한다. 두 사람의 외유내강형 카리스마가 5년, 10년 후 어떤 결실을 맺게 될지 자못 궁금해진다.
아산·삼성 기획실장 역임 ‘기획통’ 박성욱 서울아산병원장과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은 공히 기획실장 이력을 지녔다. 그 자리에서 국내 최대 규모 병원의 미래 먹거리 플랜을 짰다.
박성욱 원장은 기획실장 이후 진료부원장을 거쳐 병원장에 올랐다. 송재훈 원장은 삼성서울병원과 삼성의료원 기획파트를 총괄했고 이후 삼성국제진료센터 설립추진본부 기획단장을 역임하는 등 병원의 내로라 하는 기획 전문가이다. 두 사람이 기획 총괄자리에 있을 때 아산은 신관 증축을 검토했고 삼성은 새로운 미래전략으로 국제진료센터 건립 초안을 꾸리기 시작했다.
서울아산병원은 당시 그려진 밑그림대로 650병상 규모의 최첨단 신관을 증축, 단일병원 최대인 2600병상의 병원으로 거듭 났다. 이를 끝으로 서울아산병원은 추가 증축이나 병동 증설은 일단락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회심작으로 거론된 초대형 국제진료센터 건립은 정체된 상태다. 인근 지역주민 반발 등이 논란거리이지만 병원 방향성과 본원과의 이동 등 기타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런 사안이 기획단계부터 관여한 송재훈 원장 취임으로 훨씬 속도감 있게 해결될 전망이다.
비슷한 상황에서 병원CEO 등극 두 사람은 소위 훈남 스타일의 훤칠한 인상 만큼이나 보직도 화려했다. 하지만 박성욱 원장이나 송재훈 원장은 사실 병원장 임명시 다소 전격적이었다는 것이 병원계의 일반적 평가다.
박성욱 원장은 진료부원장이던 시절, 전임 이정신 원장이 급작스럽게 사직하면서 병원장에 올랐다. 연임이 지배적이었던 이정신 원장이 물러나자 당시 병원계에서는 온갖 추측과 설이 난무했다. 후임을 놓고도 풍문이 나돌았지만 기획실장과 진료부원장 경험을 인정받아 2011년 1월 서울아산병원장에 임명됐다.
송재훈 원장도 발탁 배경이 다소 의외였다. 전임 최한용 원장은 윤순봉 사장 부임 후 몇 차례 사퇴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최한용 원장 교체는 삼성 스타일처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내부 소식통에 의하면 최 전 원장은 인사 직전까지도 교체 사실을 몰랐다는 전언이다. 그만큼 급박하게 인사가 이뤄졌고 윤순봉 사장 천거에 의해 그룹 차원에서 송재훈 원장을 선임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송재훈 원장은 임명될 당시 의대 학장을 맡고 있었는데 학장과 병원장 겸임이라는 모양새가 병원계에서는 처음이라 매우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미래 선점" 선의의 경쟁 이끄는 선장 서울아산병원 박성욱 원장은 취임 1년을 넘었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전임자에 대한 예우로 생각되는 측면이 있지만 차분하게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자는 주의다.
박 원장은 비교적 원내 평(評)이 좋다. 겸손하면서도 전반적인 경영 흐름의 맥을 잘 짚는다는 것이다. 서울아산병원이 요즘 가장 중점을 두는 연구중심병원 전환에 있어서도 박 원장의 친화력과 중재력이 크게 한 몫 했다. 소위 대가(大家)라 자칭하는 교수들의 동의와 이해를 얻어내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까 박성욱 원장의 화두이자 관심은 단연 연구다. 외래환자 1만명이 넘고 병상이 거의 풀로 돌아가는 병원 현실에서 진료는 당연히 기본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완공된 아산생명과학연구원을 모체로 연구 분야에 있어서 세계적인 톱 클래스 반열에 오르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자 한다.
이와 관련, 박성욱 원장은 “10년 후 정년 퇴임하고 나서 서울아산병원의 연구 역량 기반을 세계적 수준으로 구축한 병원장으로 평가됐으면 한다”는 소박한 바람을 피력했다.
박 원장의 도전과 꿈은 바로 연구인 것이다. 박 원장은 “연구에는 사실 돈이 많이 들어간다. 그렇다고 결과물이 빨리 나오는 것도 아니다. 신약 개발은 1만분의 1 확률이다. 우리 병원에서 신약 물질을 개발하고 노벨상에 도전하는 등의 다양한 연구프로젝트가 더욱 적극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서울병원 송재훈 원장은 취임 한 달이 지났다. 송 원장 역시 친화력과 구수한 언변이 장점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주위에 송 원장을 좋아하고 따르는 선후배들이 많다. 이번 원장 낙점에는 내부적으로 개혁에 따른 피로감과 억측이 파생될 수 있는 만큼 이런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적임자로 인정받았다는 전언이다.
송재훈 원장도 취임 후 공식적으로 기자회견을 갖지는 않았다. 주변 인사 등을 통해 전해진 그의 다짐이나 각오는 남다르게 느껴진다.
송 원장은 “원장 취임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 삼성은 현재 고등학생 격이고 2년 후 20살인 상황이다. 아직 전성기가 오지 않았다. 삼성은 진료에서 연구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과정이다. 진료와 연구,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질적 성장을 이뤄내겠다”고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다른 병원에서 삼성을 주목하고 있다는 점 잘 알고 있다”며 “특히 병원 운영 및 경영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긍정적인 모델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향후 몇 년 내 삼성서울병원이 전세계적으로 제대로 일 한번 낼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는 또한 윤순봉 지원총괄사장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우려감을 불식시켰다. 송재훈 원장은 “윤순봉 사장과 잘 맞는다. 병원 발전 의지가 확고하다. 대화와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원내 불안감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소통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전략과 목표, 방향성 등으로 앞으로 5년, 10년, 15년 등 구체적인 미래방향을 제시해서 구성원들이 믿고 따라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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