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포괄수가제(DRG) 시행을 놓고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 기싸움이 한창이다. 정부는 강행 방침을 밝혔고, 의협은 건정심 참여 거부와 파업 가능성을 시사하며 맞불을 놓았다.
의협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에서 "DRG가 싸구려 의료를 판치게 할 것"이란 주장을 폈다. 복지부는 즉각 "그런 일은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이 언론을 통해 핑퐁게임을 하는 동안 의협의 건정심 탈퇴 선언은 기정 사실화 되는 분위기다. 이는 지난 2003년에 이어 두 번째다. 비공식적인 발언을 포함하면 세 번째라는 의견도 있다.
복지부와 의협은 이번 DRG 사태를 통해 내심 기선을 잡겠다는 계산이다. 그래선지 치열한 논리싸움은 실종되고 감정싸움이 벌어질 태세다.
의협 새 집행부가 들어서면 협회장의 장관 면담이 신속히 이뤄지던 관례가 이번에 깨졌다. 서로 대화하지 않겠다는 험한 소리만 들린다.
문제는 양측이 이번 사태에 앞서 진지한 논의를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고위급 면담은 고사하고 실무자급에서도 전혀 교류가 없었다.
복지부 내부에서는 "제도를 시행하면 그만"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의협 집행부가 너무 정치적이라는 불만도 터트렸다.
의협은 "연말까지 이런 분위기를 끌고 가겠다"며 정부와의 일전을 벼르고 있다. 최근 회의에서는 "복지부에 확실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양측 주장이 첨예하다 보니 이번 사태를 지켜보는 환자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서로 국민을 위한다는 말만 되풀이하니 말이다.
이번 사안을 풀어갈 열쇠는 복지부가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DRG 시행을 확정하는 건정심 의결구도에서 우위를 점했다. 여론도 나쁘지 않다. 직능단체를 설득하고 끌고갈 책임은 정부에 있다.
정부 강경 방침에 의협은 벼랑 끝 전술로 대응하는 모양새다. 강경 노선을 표명한 의협 집행부가 협상이라는 차선책을 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임채민 장관은 최근 기자들에게 "의료 공급자를 코너로 모는 것은 선택할 수 없는 옵션"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가정사를 공개하며 의료계에 애정을 보였다.
그런데 지금 분위기는 장관의 발언을 무색케 한다. 의협도 정치적이라는 말을 되새겨볼 만하다. 이런 주장은 비단 복지부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복지부와 의협은 보건의료 분야의 최고 행정·전문가 집단이다. 양측이 한차례 논의도 없이 갈등국면에 접어들면 직무유기라는 비난을 벗어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