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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최신 인공심장박동기(pacemaker)를 이식받은 일본인 환자가 일본 정부의 치료재료 가격인하 정책 때문에 귀국 후 일본에서는 사후관리를 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의료비 절감을 앞세운 무조건적인 가격인하의 폐해를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
지난 11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주최로 서울 JW매리어트호텔에서 열린 ‘헬스케어 혁신 세미나2012-협력과 혁신’에서는 치료재료 분야 혁신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의료기기 분야 혁신을 위한 정책지원' 세션에는 글로벌 기업인 메드트로닉, 존슨앤드존슨(J&J) 관계자와 학계, 정부 관계자가 발표자로 나서 의료기기 그 중에서도 치료재료의 혁신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발표에 나선 J&J의 부르스 엘스워스(Bruce Ellsworth)는 일본 내에서 큰 이슈가 됐던 인공심장박동기 사례를 예로 들며 가격인하만을 목적으로 하는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부르스 엘스워스는 “현재 일본은 시장경제 논리에 맞춰 치료재료 가격정책을 펴고 있지만 과거에는 비용절감에만 초첨이 맞춰졌다”면서 “동력을 잃은 기업들이 신제품 런칭을 미루는 등 혁신에 주저하는 사이 산업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시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출시된 최신 인공심장박동기가 일본에는 출시가 안 돼 미국에서 치료를 받은 일본인이 정작 본국에서는 관리를 받지 못하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지자 정부와 정치권에는 ‘맹목적 가격인하는 혁신의 걸림돌’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용이 높아도 첨단 기술을 원하는 것이 보건의료 환경의 특수성”이라면서 “의료비를 줄이자고 의료기기 산업의 동력을 떨어뜨려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인공심장박동기 사건 이후 ‘혁신의료장비 5개년 계획’을 세워 관련 산업계가 혁신적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으며, 제품의 조속한 시장진출을 이끌어내고자 6개월 내에 일본과 미국 승인을 동시에 얻을 경우 치료재료에 20%의 프리미엄을 주는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발표에 나선 인제대 의료관리학과 배성윤 교수는 “정부가 의료기기를 신성장동력으로 꼽지만 무역수지 적자폭은 점차 커져가고 있다”며 “이는 국내 의료기기 산업에 혁신이 일어나고 있지 않다는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보험등재 제도와 가격산정 관점에서의 치료재료 혁신을 언급한 배성윤 교수는 “수입 치료재료들의 보험가격도 문제지만 영세한 국내 업체들을 위해서라도 금전적 비금전적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게 혁신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배 교수는 식품의약품안전청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소통과 제품의 시장접근성 개선이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식약청과 심평원이 소통을 강화해 의료기기 승인과 보험등재가 큰 시차 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더불어 조건부 급여제도 등을 도입해 일단 시장 접근성을 해결해주고 이후 실시간으로 평가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메드트로닉의 앤드류 이글스턴(Andrew Eggleston)은 “정책이 산업 육성에 합리적이고 공평한가를 보려면 그 정부가 단기적인 비용절감에만 노력하는지, 아니면 장기적으로 저렴하고 성능 좋은 제품 출시를 권장하는지 보면 된다”며 “현재 한국의 의료기기 정책은 바람직 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점검해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