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무장병원의 덫에 걸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의사들의 비보가 연일 전해지자 이를 반드시 뿌리뽑고자 하는 움직임이 의료계 내부적으로 거세게 일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50세의 또 한 명의 의사가 자살했다”며 “사무장에게 속아 많은 빚을 졌고, 개인 회생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끝내 아내와 두 자녀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지난 5월 충남 천안 소재 병원 한 원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3개월여 만에 또 다시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더욱 침통한 분위기다.
노 회장은 “불행히도 의사는 ‘질병을 치료하는 법’만 배웠다. 만약 가격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망해도 자신이 책임져야 하겠지만 그 가격을 국가가 결정한다면 그 실패는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분개했다.
그는 “경영에 실패해 희망이 없고 갈 곳 없는 의사들에게 사무장들이 접근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비극들은 반복된다”면서 “11만 의사협회 회장으로서 이를 막지 못한다는 사실에 괴롭다”고 말했다.
그 가운데 사무장병원 피해의사모임을 이끌고 있는 서울실버요양병원 오성일 원장의 23일 판결을 앞두고 전운이 감돌고 있다. 현재 복지부와 면허정지를 놓고 항소심을 진행 중인 오 원장은 사무장 요양병원 원장으로 근무하다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환수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오성일 원장은 20일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취소 소송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의 판결은 정당하므로 복지부의 항소를 기각해달라’며 판결에 앞서 참고서면을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참고 서면에서 그는 "지난 16일 또 한명의 의사가 사무장병원으로 인한 부채문제로 고민하다 자살을 하면서 항소 기간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의사만 2명에 이르고 있다"고 호소했다.
오성일 원장은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의사들이 고민하다가 생을 마감할지 예측이 불가능하다”면서 “사무장병원은 의료계의 모든 모순과 비리의 집약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현재 노인 요양병원의 30%, 프랜차이즈 의원의 30%, 인공신장실의 30%, 의료생협의 50%가 사실상 사무장병의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오 원장은 “지금도 사무장 병·의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이 대략 수백여명으로 예상된다”면서 “정부가 사무장병원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실권이 없는 상태에서 사기를 당한 ‘바지원장’격인 의사가 아닌 사기를 친 사무장을 처벌해야 비로소 척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행여 단속이 수월하다고 해서 의사만을 집중 처벌해서는 사무장병원은 더욱 음성화되고 대형화될 것이며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오성일 원장은 “상당 수의 사무장들은 수많은 죽음을 부르는 사무장병원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면서 “만일 이번 재판에서 의사가 패할 경우 의료계에 유일한 희망이 사라질 것”이라고 성토했다.
오 원장은 “앞으로 수많은 사무장병원에서 피해를 입은 의사들이 삶의 희망을 버리고 절망 속에서 또 다시 자살을 선택하지 않으리란 장담을 할 수 없는 이유”라면서 “법의 정신이 처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보호하고 살리는 데 있다는 것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