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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극동 심장 블라디보스톡서 본 한국 의료
현지 환자 해외로 빠져 골머리…원정진료 최고 인기국 '애증(愛憎)'
[ 2012년 09월 03일 20시 00분 ]

 

외국인은 물론 자국민의 왕래도 허용되지 않았던 땅. 러시아의 극동항구 블라디보스톡은 수 백척의 군함이 평정하던 군사도시의 이미지를 과감히 벗어던지고 경제도시로의 변화가 한창이다. 빗장을 풀고 문호개방에 나선 지 20여 년. 이제 블라디보스톡은 아태지역으로의 출구이자 국제무역항으로 거듭나고 있다. 실제 러시아 극동 지역의 경제, 무역, 교육, 과학, 문화의 중심지로, 연해주 전체 매출액의 54%를 차지할 정도다. 최근에는 ‘2012년 APEC(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을 앞두고 국제적 위상까지 갖추는 모습이다. 변화의 물결은 의료시장에도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국가 의료보장제도가 국민들의 의료서비스 갈증을 풀어주지 못하면서 환자들의 해외유출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위기감을 느낀 정부는 상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들의 발길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극동의 심장’ 블라디보스톡, 그곳 의료시장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은 필연의 결과일지 모른다.

 

 

해외로 해외로 치료 받으러 나가는 러시아 국민들
200만 인구에 22개군 12개 도시로 이뤄진 러시아 연해주. 발해의 영토이기도 했으며 조선 후기 청나라가 러시아와 싸울 때 조선에게 원군을 요청, 두 차례에 걸쳐 나선 정벌을 한 지역이다.

 

특히 1914년 대한 광복군 정부가 활동하면서 우리에게도 친숙한 이 지역에 최근 외국 의료기관 진출 열기가 뜨겁다.

 

115개 병원이 운영되고 있지만 이들 모두 국영병원인 만큼 이미 오래 전부터 국민들의 의료서비스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한계를 느끼던 차였다.

 

소련의 붕괴로 하늘 길이 열리면서 러시아 국민들의 의료서비스 욕구는 외국으로 이어졌다. 한 해 십 수만 명의 환자들이 상질의 의료서비스를 찾아 해외로 발길을 옮겼다.

 

러시아 정부는 급증하는 해외 원정진료 수요에 대해 우려감을 나타내며 어떻게든 자국내 진료를 유도하려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그 일환으로 이달까지 외국 의료기관의 연해주 진출 신청을 받고 있다. 해외로 자국민 환자를 고스란히 빼앗기느니 외국 의료기관을 국내로 불러들여 진료를 받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이는 지난해 러시아 연방정부 차원에서 급증하는 원정진료를 줄이기 위해 국영병원뿐만 아니라 외국 사립병원 설립을 허용키로 전격 법을 개정하면서 가능해졌다.

 

수 십년 간 국가 의료보장제도로 운영되던 러시아에 외국 민영 의료기관 진출 허용은 파격이지만 그 만큼 정부 입장에서는 원정진료에 대한 부담이 큼을 방증한다는 분석이다.

 

쿠즈네초프 블라디미르 연해주 보건국장은 “상질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원정진료가 늘고 있다”며 “외국 의료기관 설립 허용은 다분히 이러한 배경에서 도입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의료관광, 한국이 최고!
러시아 원정진료의 주 대상국은 다름아닌 대한민국이다. 연해주의 경우 한 해 평균 1만명의 환자들이 원정진료에 나서는데 이 중 40%가 한국행 비행기를 탄다.

 

불과 수 년 전만 하더라도 싱가폴과 태국 등으로 떠나는 환자들이 대부분이었지만 한국 의료관광 열풍이 불기시작하면서 상황은 점차 변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이 싱가폴을 역전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실제 연해주 주도(主都) 블라디보스톡에 위치한 대한민국 총영사관 자료에 따르면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한국 비자를 받는 러시아 국민이 매년 100% 이상씩 늘고 있다.

 

2009년 398건에 불과하던 의료관광 비자는 2010년 1474건, 2011년 3420건으로 급증했고, 올해도 6월 현재 3231건을 기록, 이미 작년 한해 수치에 다다른 상태다.

 

현재 블라디보스톡 대한민국 총영사관에서 러시아내 한국 비자 발급의 60% 가량을 담당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적인 의료관광 비자는 이 보다 더욱 많을 것이란 관측이다.

 

대한민국 총영사관 관계자는 “러시아의 소득수준 향상과 낙후된 의료환경이 맞물리면서 한국 의료를 받기 위한 비자 발급이 폭발적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을 방문하기 위한 전체 러시아인들의 비자 발급 현황에서도 한국 의료관광의 가능성은 어렵잖게 확인된다.

 

2009년 2만1211건이던 비자 발급 건수는 2010년 2만5029건, 2011년 3만154건으로 늘었고, 올해 말에는 4만 건에 이를 것으로 총영사관 측은 내다봤다.

 

대한민국과 의료협력 강화 원해
한 해 수 만 명의 환자유출 근원지인 대한민국이지만 러시아 정부는 결코 회의적이지 않다. 오히려 세계적 반열에 오른 한국의료와의 협력을 강하게 희망하는 분위기다.

 

실제 러시아는 국내 의료시장 개척에 나서는 한국 의료기관들에 상당히 우호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합작 병원까지 설립하는 등 적극성도 한국 못잖다.

 

지난 2010년 세브란스병원이 블라디보스톡 현지에서 의료관광 첫 설명회를 개최한 이후 부산 강동병원이 러시아 제1 시립병원과 의료협약을 체결했다.

 

또 인천의료관광유치단 역시 이르쿠르츠 주립병원과 협약을 맺었고 단국대병원은 레나그라드병원과 의료서비스 및 의학연구에 협력을 약속했다.

 

특히 올해에는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이 러시아 최대 보험그룹인 소가즈(SOGAZ)와 민영의료보험제도 도입에 따른 의료협약을 체결했다.

 

러시아의 한국의료 동경은 의료기관 간 MOU체결에 그치지 않는다. 러시아는 자국 의료진을 한국에 파견, 앞선 선진의료를 체험, 우수 인력 양성에 힘쏟고 있다.

 

실제 최근 러시아 이르쿠르츠 청년의사연합회 소속 17명의 의사들이 부산해운대백병원에서 의료연수를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해외의사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국내 유수 병원에서 러시아 의료진이 연수를 받고 있다.

 

한국의료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호의적 태도는 최근 양국 합작 의료법인 및 건강검진센터 설립에까지 이르렀다.

 

관동의대 명지병원과 연해주 모자보건병원은 블라디보스톡에 한국형 종합건강검진센터 설립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고 현재 올해 말 오픈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중이다.

 

블라디미르 연해주 보건국장은 “러시아 정부와 외국 의료기관 간 첫 합작품인만큼 향후 양국 의료교류의 중요한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블라디보스톡=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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