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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의료 한국에 기회의 땅 '극동 러시아'
푸틴 대통령 동진(東進) 정책으로 문호 개방…의료시장도 무한 가능성
[ 2012년 09월 04일 20시 00분 ]

 

심상찮다. ‘가난한 땅’을 탈출하려는 이주민 행렬이 이어지면서 인구의 4분의 1이 증발해버린 극동러시아. 급감하는 인구로 황폐화 위기에 놓였던 이 지역에 최근 돈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동진정책에 따라 막대한 규모의 국비가 투입중이다. 특히 APEC이 열리는 극동러시아의 중심 블라디보스톡에는 무려 44조원의 돈이 풀렸다. 루스키섬 연륙대교와 금강만대교는 러시아 동진정책의 상징으로 꼽힌다. 길이 3100m, 4차로에 교각 간 거리가 1104m로 세계 최장이며 높이도 324m로 세계 최고다. 건설비용만 1조3000억원이 투입됐다. 금강만대교 역시 7900억원짜리다. 이런 유례없는 극동 투자에는 푸틴이 있다. 집권 3기를 맞아 그는 ‘동진정책’에 애착을 보였다. 전 산업에 걸쳐 과감한 문호개방 정책도 내놨다.  세계경제의 변방에서 ‘기회의 땅’으로 거듭나고 있는 극동러시아에 눈독을 들이는 기업이 늘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익성+안정성 보장
현재 연해주는 일명 ‘푸틴 플랜’의 세부 계획 준비가 한창이다. 블라디미르 밀루셉스키 연해주 주지사가 지난 4월 푸틴 대통령에게 ‘과거에 얽매이지 않은 신경제’를 보고한 직후부터다.

 

‘볼쇼이(大) 블라디보스톡 구상’으로 불리는 이 프로젝트에는 2020년까지 약 80조원을 투입해 신경제도시로 만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수 십년 동안 굳게 닫혀있던 의료시장도 빗장이 풀린다. 국가 의료보장제도 하에서 국영병원 일색이던 러시아 의료시장에 민간, 그것도 외국자본의 투자가 전격 허용된다.

 

러시아 연방정부는 지난해 국영병원뿐만 아니라 외국 사립병원 설립을 허용키로 법을 개정했다. 이 소식을 접한 세계 각국의 의료기관들이 기회의 땅으로 모여들고 있다.

 

의료시장 개방에 가장 적극적인 연해주의 경우 이번 달까지 러시아 진출을 희망하는 외국 의료기관의 신청을 받는다. 벌써 8개국에서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진출 방식은 러시아 정부와의 합작법인 설립부터 독자적 운영까지 다양하다. 물론 해당 의료기관이 결정할 수 있다.

 

다만 러시아 정부는 무분별한 외국병원 진출을 방지하고 자국민에게 상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토록 하기 위해 별도의 심사를 통과한 기관에 대해서만 허가를 내준다는 방침이다.

 

승인을 받은 외국 의료기관은 러시아 국가의료보험 환자는 물론 비급여 환자까지 모두 진료할 수 있지만 수익성을 감안할 때 상류층의 비급여 진료가 주를 이룰 전망이다.

 

자국에 진출한 외국병원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지원도 든든하다. 각 주정부는 외국병원들의 안전한 진출을 돕기 위해 시설물 구입 등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청한다.

 

이는 현지 사정에 어두운 외국병원들이 의료기관 설립 과정에서 관련 업체들로부터 받을 수 있는 불이익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배려다.

 

또한 투자에 불안함을 느끼는 외국병원의 경우 정부와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수익의 안전성을 보장해 준다. 이들 병원에 대한 세제혜택은 당연지사다.

 

쿠즈네초프 블라디미르 연해주 보건국장은 “개혁의 바람이 불고 있는 극동러시아는 외국병원들에게 기회의 땅이 될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도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극동러시아에 태극기를 꽂다
연해주 외국병원 1호의 주인공은 대한민국이었다. 국내에서도 역동적 변화로 이목을 끌고 있는 관동의대 명지병원이 가장 먼저 극동러시아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해 초 블라디보스톡 국립의과대학과 의료 및 교육 분야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하며 물꼬를 튼 명지병원은 1년 만에 병원진출 소식을 전했다.

 

명지병원은 연해주 정부와 함께 블라디보스톡에 건강검진센터를 포함한 심장센터를 세우는 것을 비롯, 향후 전문병원 및 종합병원을 설립키로 했다.

 

그 첫 작업으로 연해주 모자보건병원과 합작 의료법인을 설립하고, 1785㎡ 규모의 명지국제검진센터 공사에 들어갔다.

 

지난달 29일에는 검진센터 오픈에 앞서 U-헬스케어센터의 문을 열고 한국과 러시아 양국 간 본격적인 원격 화상진료를 시작했다.

 

명지병원의 러시아 진출은 연해주 내 첫 외국병원이라는 의미 외에도 그 방식에 있어 적잖은 의미를 갖는다.

 

명지병원은 연해주 정부와 합작을 통해 손실 발생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했다. 명지병원이 의료장비와 시설을, 주정부가 장소를 제공하는 형태다.

 

양측 모두 투자를 한 만큼 주정부 차원에서도 수익창출에 적극 나설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즉 수익의 안정성을 확보해 놓은 상태에서 검진센터를 운영, 부담을 덜게 됐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 부호들의 눈높이에 맞는 ‘고품격 검진’을 지향, 상질의 의료서비스 욕구를 충족시킨다는 복안이다. 실제 명지국제검진센터의 인테리어는 재정 러시아 황궁을 연상케 한다.

 

검진을 통해 이상 징후가 발견된 환자에 대해서는 명지병원으로 전원시켜 수술 및 치료를 받도록 하는 연계 서비스도 가능하다.

 

명지병원 이왕준 이사장은 “대한민국의 선진 의료시스템을 극동러시아에 이식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며 “의료기관 설립 외에도 다양한 보건의료분야 협력을 통해 양국 우호증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의료시장, 가능성 ‘충분’ 현실성 ‘신중’

 

“동진정책, 극동부흥은 대한민국 의료기관들에게도 적잖은 의미일 것입니다. 극동러시아에 불고 있는 개혁의 바람에 분명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 블라디보스톡 이양구 총영사는 극동러시아 의료시장 가능성을 확신했다. 해외진출을 고려중인 한국 의료기관들에게 ‘기회의 땅’이 될 것이란 첨언도 곁들였다.

 

이양구 총영사의 이러한 확신에는 극동러시아의 개발 가능성 외에 한국의료에 대한 러시아 현지인들의 무한한 신뢰가 바탕이 됐다.

 

“한국에서 수술을 받고 한국의료에 매료된 유력인사들이 적잖아요. 우리나라 의료에 대한 호평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자부심을 느낍니다.”

 

이 총영사는 극동러시아의 생활수준 향상과 한국의료의 선진기술이 융화되면서 향후 현지 의료시장에서 한국 의료기관들의 활약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러시아인들은 상질의 의료서비스를 원하고 한국의 선진의료가 그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할 것입니다.

 

특히 이양구 총영사는 의료기관은 물론 러시아 현지에 개념 정립조차 제대로 돼 있지 않은 호스피스 사업과 블루오션인 제약산업 등도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다만 러시아가 대대적으로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고 하지만 사회주의 잔재가 여전히 남아 있는 만큼 법적, 제도적 장벽이 높은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기회의 땅’이라고 무턱대고 덤비기 보다는 철저한 분석을 통해 정치체제나 의료시스템을 숙지하고 현지 사정에 걸맞는 방식으로 진출을 모색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양구 총영사는 그 일환으로 기존 병원들과의 협력을 통한 단계적 진출을 제안했다. 처음부터 위험부담을 안고 가기보다는 파트너십을 통해 안전성을 확보해 나가는 전략이다.

 

“국가 권력이 절대적인 러시아 의료시장은 결코 녹록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철저한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이러한 점을 감안, 주 블라디보스톡 총영사관은 현지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한국 의료기관들을 위해 보건산업진흥원과 연계한 지원 프로그램을 구상중이다.

 

정부가 나서 법적, 제도적 기반을 닦아주고 의료기관들은 선진 의료기술을 바탕으로 러시아 의료시장을 섭렵해 나가는 협공작전이다.

 

“정부 차원의 러시아 의료시장 진출 밑그림 작업을 진행중입니다. 머지않은 시일 내에 러시아 의료시장에 태극기가 나부끼는 날이 오길 앙망합니다.”

 

주 블라디보스톡 이양구 총영사 약력

2011.03~ 주블라디보스톡 총영사관 총영사

2010.08~2011.03 외교통상부 조정기획관

2010.02~2010.08 국무총리실 외교안보심의관

2008.07~2010.02 주알마티분관 분관장

2007.07~2008.07 주아스타나분관 분관장

2007.02~2007.07 주카자흐스탄 대사관 공사참사관

2004.06~2007.02 주프랑스 대사관 참사관

2003.07~2004.06 러시아 CIS과 과장

1998.06~2002.01 주러시아 1등서기관

1996.06~1998.06 주로스엔젤레스 총영사관 영사

1993.07~1996.06 주러시아 2등서기관

1984.07~1993.07 외무부

1984.05 제18회 외무고시 합격

한양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

블라디보스톡=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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