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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제약사들이 다국적사들의 전유물이었던 고혈압, 항암제 등의 시장을 겨냥하며 굳게 닫혀졌던 세계 시장 문을 두드리는 모습이다. '뒷북치기'라는 비아냥을 벗어던지고 과감하게 세계 신약 트랜드에 편승하겠다는 의지가 역력하다. 실제 지난 2010년 이전까지 약 10년 동안 탄생한 신약들의 경우 항균제와 관절염치료제, 항궤양제 그리고 발기부전치료제 등이 대다수였다. 항암제로 허가받은 제품은 이 기간 동안 단 2개에 그친다. 하지만 근 2년 동안 개발됐거나 향후 허가를 목표로 하고 있는 제품들은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항암 물질들을 포함해서 거대 시장을 형성할 수 있는 초대형 약제들이라는 점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보령제약의 카나브, 일양약품의 슈펙트, 신풍제약의 피라맥스 그리고 아직 임상 진행 중인 삼진제약의 에이즈 치료제 후보물질, JW중외제약 Wnt 표적항암제, 부광약품의 아파티닙 메실레이트 등 모두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제품 및 성분 물질들이다.
신약 출시 '붐' 스타트 끊은 국내사들
먼저 보령제약의 카나브의 경우 ‘국내 기술로 개발한 고혈압 신약, 카나브’라는 슬로건이 만들어졌을 정도로 회사의 자부심이 됐다.
지난 2011년 3월 발매된 카나브는 현재 국내 시장에 자리 잡고 있는 외자사들의 제품들과 당당히 경쟁을 벌이고 있다. 출시 10개월 만에 매출 100억을 돌파하는 등 그 동안 국산 신약은 매출이 저조하다는 편견을 깨부수는 제품이 된 것이다.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현재 보령은 카나브의 중남미 13개국과 약 3000만 달러 수출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중국, 동남아 그리고 미국 및 유럽 등에서도 수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올 초 국내 승인받은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는 연구 성과에 있어서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임상 결과에서 기존 약과 비교했을 때 동등 이상의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슈펙트 개발 연구를 주도한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내과학교실의 김동욱 교수가 지난 3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2011년 12월 말 미국 샌디에고에서 열린 혈액학회가 끝난 직후 현지 언론으로부터 슈펙트 관련 질문을 상당 시간동안 받았다”고 말한 부분도 슈펙트의 해외 주목을 방증한다.
또 치료제가 적을수록 약가는 높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저렴한 이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은 환자들의 희망으로 떠오를 수 밖에 없다.
일양약품의 ‘슈펙트’는 지난 6월 25일 이미 세계 시장에서 명성을 알린 ‘글리벡’보다 무려 47% 저렴한 약가를 받고 현재 임상 3상을 준비하며 1차 치료제 목표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슈펙트는 현재 글리벡으로 치료되지 않는 환자에 한해 2차 치료제로 사용가능하다.
아직까지 세계 시장에서 글리벡과 타시그나, 스프라이셀 등 두터운 밀랍의 성벽을 뚫기가 쉽지는 않다는 관측이지만 이미 그 효능이나 저렴한 약가 등 굵직한 무기들이 장착돼 있기 때문에 향후 미국이나 유럽 진출도 해볼만 하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8월 국산신약 16호로 품목허가를 승인 받은 신풍제약의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는 이후 유럽 EMA로부터도 허가를 받으며 한국의 자존심을 세워나가고 있다.
기존 치료제들과 비교했을 때, 피라맥스는 1일 1회, 연속 3일 요법으로 복용법을 단순화 시켰다. 내성의 위험성을 크게 줄였다는 강점도 지녔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한국을 포함한 아프리카 등 세계 18개국 23개 병원에서 3500여 명의 말라리아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피라맥스의 임상 3상 보고서는 세계 유력 의학전문지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게재되기도 했다.
내로라하는 해외 기관 지원 및 다국적임상 순항 中
급기야 미국 국립보건원(NIH) 지원까지 받게 된 국내 개발 물질도 있다. NIH는 지난 9월 삼진제약이 기술 이전한 에이즈 치료제 후보물질과 미국 길리어드사의 경구용 에이즈 치료제를 결합 한 신개념 약 개발에 5년간 1420만 달러(한화 160억원)를 지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에이즈 치료제 후보물질은 나노몰(10억분의 1몰) 이하의 저농도로도 독성없이 에이즈 바이러스를 사멸하고, 내성이 생긴 경우에도 치료효과를 낼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삼진제약과 전략적 제휴를 맺은 美 임퀘스트사가 이 후보물질과 길리어드사의 테노포비어를 결합한 복합제를 남녀 모두 사용가능한 외용제 형태로 개발 중에 있다. NIH 지원에 따라 그 성공 가능성은 높다는 분석이다.
외용제 개발에는 미국 질병관리센터(CDC), 존스홉킨스대학, 브라운대학, 듀크대학, 피츠버그대학 등 5곳이 참여한다.
그 밖에 JW중외제약도 항암제 개발에 매진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지난 3월 혁신신약 임상 승인을 받은 Wnt표적항암제 ‘CWP231A’가 그 주인공으로, 현재 임상 1상이 진행 중이다.
미국 FDA로부터는 지난해 임상 승인을 받고 MD앤더슨과 프레드허친슨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암 전문 병원에서 다국적 임상이 시행되고 있다.
예정대로 올해 말 임상 1상이 완료되면 내년 상반기부터 2상에 돌입하게 된다. 최근 서울 서초동으로 본사 이전한 중외제약은 연구소까지 본사로 합류시키며 신약 R&D에 매진해 나간다는 의지다.
표적 항암제 ‘아파티닙 메실레이트(Apatinib Mesylate)’의 다국가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부광약품도 그 성공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부광약품측에 따르면, 아파티닙 메실레이트는 현재까지 임상시험 결과, 타 제품들과 비교했을 때 효과가 우수하고, 안전성이 현저히 개선됐다는 평을 받고 있다.
미국 유타대학의 헌츠먼 암센터와 국내에서 임상이 동시 진행 중인 가운데 임상시험 초기 용량인 100mg 투여 군에서 모든 환자에 대한 1차 목표를 달성했다는 전언이다.
같은 효능 약제 중 아바스틴이 세계 시장에서 연간 수 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부광은 모든 임상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세계 시장에 발을 들이겠다는 각오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신약 개발이 이뤄지던 효능군과 비교했을 때 최근 탄생하거나 현재 진행 중인 약제들의 경우 성공 시 초대형 블록버스터급 약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 만큼 연구 과정이 험난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시장에 많이 없으면서도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는 약제 선택이 유행일 수 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이미 대부분의 질환 시장이 포화상태이기 때문”이라며 “연구 과정에서 국내 연구진들의 우수한 실력과 결합한다면 그 성공은 더 이상 무리가 아닐 듯 하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