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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 필요성은 '공감' 방법론은 '반감'
29일 제도화 관련 공청회, 각계 입장차 확연…왜곡사용 우려 제기
[ 2013년 05월 29일 20시 00분 ]

 

대통령 소속 국가생명윤리위원회 산하 특별위원회가 최근 마련한 '무의미한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권고안 초안'에 대한 각계는 그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시행방식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다.

 

특별위원회는 29일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무의미한 연명의료 결정 제도화 관련 공청회’를 개최했다.[사진]

 

특별위원회는 최근 발표한 권고안 초안에서 ▲임종기 환자 대상 ▲의사와 함께 작성한 연명의료계획서(POLST)에 따라 특수 연명의료 결정 ▲가족 2인 이상의 진술과 전문의 1명을 포함한 의사 2인의 확인을 통한 대리 결정 가능 ▲환자 일기장이나 가족의 증언에 따른 '추정 의사' 인정 등의 내용을 권고했다.

 

권고안 초안 작성에 참여한 허대석 위원(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교실)은 "우리나라에서 1년에 25만명이 사망하는데 만성질환으로 오랜 기간 투병하다가 사망하는 환자는 매년 18만명이다. 이중 3만명이 연명의료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의미한 연명치료가 임종기 환자에게 시행되지 않기 위해서는 환자에게 직접 임종이 임박했음을 알리고 환자 본인의 가치관을 반영한 연명의료계획서를 스스로 작성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특별위원회 참여한 환자단체·종교계 필요성 공감, 그러나...”

 

환자단체는 경제적 부담과 호스피스-완화의료 인프라 부족 탓에 연명의료 결정이 사실상 강제되는 현실에 우려를 나타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의료현장에서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갈등은 대부분 경제적인 부담에서 시작된다. 또한 임종기 환자에게 호스피스-완화의료 환경이 선행적으로 조성돼 있어야 연명의료 결정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최종 확인과 결정 권한을 병원윤리위원회가 갖는 것에 대한 부담을 드러냈다.

 

병원윤리위원회는 현재 설치·운영 중인 의료기관 수가 적고 인적 구성에 있어 객관성이 부족하고 회의가 자주 열리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안 대표는 대신 ‘연명의료결정위원회’ 설치를 제안 했다. 그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내에 설치하든 제3의 기구 형태로 설치하든 위원회 설치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종교계는 연명의료 결정이 안락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경계하면서도 연명의료계획서가 연명의료 결정의 유효한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단, 이것은 영양·수분 공급이 마지막 순간까지 유지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이번 권고안에는 영양·수분 공급을 중단할 수 없도록 밝히고 있다.

 

정재우 가톨릭대 생명대학원 교수는 “영양·수분 공급은 치료 효과를 기대하는 처치라기보다 환자의 균형과 온전성을 보존하는 기본적 돌봄에 해당한다. 어떤 경우라도 그것을 중단해 환자의 죽음을 초래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언론·법률·윤리분야 각계 목소리

 

의료인의 입장을 대변한 이영주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보호자의 무리한 요구에 따른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의 어려움에 대해 언급했다.

 

이 교수는 “현장에서 보면 가족들이 환자의 부담을 줄이고자 의사가 환자에게 진단명을 고지하는 것조차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이 이뤄질 수 없으며 환자는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훼손당한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뇌사자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도 짚었다. 이 교수는 “뇌사판정을 받았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중환자실에서 심장사가 되길 기다리는 환자들이 있다. 이에 가족의 경제적 문제, 건강보험 재정 낭비와 중환자실 운영의 문제 등이 생긴다"고 언급했다.

 

신성식 중앙일보 사회부문 선임기자는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에 있어 의사 역할의 실행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나타냈다.

 

그는 “연명의료계획서가 작성되려면 의사가 환자를 적극 설득해야 한다. 과연 의료현장에서 어떤 의사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의사 양성 과정에서 환자 임종 고지와 관련한 교육조차 받지 않고 현장에 나오는 실정이다”라고 꼬집었다.

 

법률분야 토론자로 나선 박동섭 법무법인 새한양 변호사는 ▲판단능력이 있는 성년자의 경우 작성요건을 법률로 엄격히 정한 사전의료의향서나 생전유언서 작성 ▲판단능력이 없거나 미성년자의 경우 우선순위를 정한 미국식의 의료대리인제도 ▲타인의 생전유언서 위조·변조한 사람에 대한 벌칙 규정 제정 등을 제안했다.

 

윤리 분야 검토를 맡은 최경석 여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연명의료 결정이 진정한 자율적 판단에 입각한 결정이 내려질 수 있도록 하는 환경 조성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병원윤리위원회 설치 의무화와 질적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임종기 환자에 대한 통증치료에 대한 의료보험 정비, 경제적 이유로 연명의료 결정에 내몰리지 않게 하기 위한 보험혜택 마련,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관련 대중과 의료인에 대한 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별위원회는 이번 공청회에서 수렴된 의견을 최종 보고서에 반영해 7월로 예정된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본회의에 보고할 예정이다.

민정혜기자 mjh_nuit@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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