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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관리 주목하는 임상병리사
전국 약 1500명 전담인력 포진…협회 "전문성 강화"
[ 2013년 06월 09일 20시 00분 ]

지난 2009년 감염병인 신종인플루엔자가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전국 의료기관에 의심환자가 밀려들었다.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구하기 위해 보건당국 고위 관계자가 긴급히 해외 출장길에 올라야 했다. 신종플루는 발열과 오한, 두통, 기침 등 감기와 유사한 증상을 동반한다. 치료의 관건은 신속하게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것. 전국 의료기관과 검사기관에 의심환자의 검체 의뢰가 폭주했다. 진단과 검사 분야의 전문가인 임상병리사들은 신종플루 의심환자의 검체를 신속하게 분석해 결과를 도출해야 했다. 전국 검사실이 밤새도록 불이 꺼지지 않았다. 임상병리사는 신종플루 극복에 큰 기여를 했지만, 업무특성상 그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검사실에서 업무를 수행한 영향이다. 감염관리는 예방과 신속한 진단이 중요하므로 임상병리사들이 의료현장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4년이 지난 지금 대한임상병리사협회가 감염병 전문성 강화를 강조하고 나섰다. 지난 4월 민주통합당 이목희, 김용익, 최동익 의원과 공동으로 감염관리 분야 국회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광폭행보를 예고했다.

 

작년 의료법 시행규칙으로 전문성 갖춰야 하는 필요성 절감

 

임상병리사협회는 지난해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과정에서 배제되는 뼈아픈 경험을 했다. 협회는 임상병리사가 감염관리실 실무인력에 포함될 것으로 확신했으나, 현실은 달랐다. 복지부는 실무인력을 의사와 간호사 등으로 제한했다. 관련 자문회의에서도 임상병리사는 참여할 수 없었다.

 

협회는 여러 차례 복지부를 방문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한계에 봉착했다. 법 개정 후 협회 집행부는 국회 보건복지부위원들에게 감염관리에서 임상병리사의 필요성을 피력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고, 앞으로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이 해답이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임상병리사의 감염관리 전문성은 정부 보고서에서도 확인되는 내용이다. 지난 2011년 8월 보건의료 각 직역의 감염관리 전문가들이 8개월간 참여한 정부보고서가 나왔다. 신종플루 사태 이후 효율적인 감염관리 정책을 추진하고자 정부가 실무인력에 관한 연구용역을 발주한 것이다. 이 보고서는 감염관리 전문 직역으로 의사와 간호사, 임상병리사를 명시했다. 모든 직역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연구에서 임상병리사의 전문성이 인정받은 것이다.

 

내부적인 역량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을 예정이다. 협회는 전문성 강화를 위해 전문임상병리사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그 숫자만도 789명에 이른다. 전문임상병리사가 활동할 수 있는 분야는 감염관리와 미생물, 면역학, 혈액, 수혈, 생화학, 조직. 세포병리학, 생리검사 등 다양하다. 특히 감염관리는 미생물전문임상병리사 업무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외국 사례에서도 임상병리사의 감염관리 전문성은 폭넓게 인정받는 분위기다. 일본은 후생성에서 감염관리 임상병리사 자격을 인증해준다. 전문임상병리사가 병동 회진에 함께 참여해 감염예방 활동을 펼친다.

 

미국은 CBIC, 캐나다는 CHICA라는 감염관리 관련학회 및 기관에서 임상병리사 자격을 인증한다.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에서도 인정제도가 마련돼 있다. 영국은 ICA(영국감염관리학회)가 업무를 담당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부분 국가에서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국회토론회 계기로 강화 시동

 

양만길 집행부는 지난 4월 26일 국회 복지위 이목희·김용익·최동익 의원과 공동으로 토론회[사진]를 개최했다. 임상병리사협회 주도로 국회 토론회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감염관리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좌장을 맡아 토론회를 진행했다.

 

김영권 건양대학교 의과학대학장과 강정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진단검사의학교실 교수, 성희경 동의과학대학교 임상병리학과 교수, 장인호 대한임상병리사협회 감염관리위원장이 주제발표와 토론을 진행했다. 이 토론회에는 600명이 넘는 참석자가 몰렸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임상병리사의 전문성 강화를 강조했다. 김영권 학장은 "임상병리사는 감염관리의 기본이 되는 감시배양검사를 담당한다"며 "병의 원인을 진단하고 치료과정을 점검한다는 점에서 꼭 필요한 직군"이라고 말했다. 강정옥 교수는 "균형적인 감염관리를 위해 정부는 인력과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며 "의사와 간호사, 임싱병리사에 대한 인정제도를 신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희경 교수는 "임상병리사는 병원감염관리 시스템이 구축되기 전부터 실제적인 감염관리를 담당했다"며 "감염감시검사(감염균이 확산되기 전에 환경, 시설, 의료기구 등을 미리 검사해 감염균이 환자나 의료종사자들에게 감염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검사)를 담당하는 전문인력인 임상병리사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작업 등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장인호 위원장은 "감염감시검사의 어려움을 개선하고자 표준화하는 노력과 교육을 준비 중이지만, 법률의 제한과 사회적 인식이 부족해 기여할 기회를 잡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복지부는 지금이라도 임상병리사의 참여가 이뤄지도록 길을 열어야 한다"며 "감염관리에서 가장 큰 비용이 드는 감염감시검사는 국가가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장 위원장은 "감염관리는 미생물에 대한 감시검사를 근거로 진행되며, 평상시 수시로 감염발생 감시활동을 점검해야 한다"며 "미생물 데이터를 분석하고, 검사를 통한 검증작업은 전문인력이 아니면 수행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실무교육 강화·외부학회 적극 참여

 

협회는 전문성 강화를 위한 감염관리 실무자 교육 시행과 적극적인 외부 학술활동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협회 감염관리위원회(위원장 장인호)는 감염관리실 전담인력 양성을 위한 감염관리 교육 규정(2012년 8월 5일 시행된 의료법 시행규칙 제46조 제3항)에 따른다.

 

협회에서 제출한 교육프로그램이 복지부 기준을 충족함에 따라 임상병리사를 위한 감염관리 실무자 교육을 시행한다. 감염관리 실무자 과정은 기본교육(16시간)과 심화교육(감염관련 검사방법 기술 16시간)로 구성되며, 직역별 전문가를 초빙해 통합과정으로 운영한다. 표준화된 검사기법 등 격주 토요일 총 4회, 32시간에 걸쳐 교육이 이뤄진다.

 

대한병원감염관리학회에 적극 참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 학회는 의사와 간호사, 임상병리사가 주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협회는 이 학회에 참여하고 감염관리 사례와 논문을 발표하는 등 대외적인 학술활동 강화를 예고했다.

 

협회는 의료법 시행규칙 감염관리 실무인력에 감염관리에 지식과 경험이 있는 '의사, 간호사, 임상병리사' 등으로 재개정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장 위원장은 "우리의 요구가 앞당겨지도록 전문성 강화에 역점을 두겠다"며 "국민건강을 위한 실효성 있는 국가감염관리를 위해 감염관리 실무자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양만길 회장 "전문성 강화 대안 마련"

 

양만길 대한임상병리사협회장[사진]은 '감염관리 강화'를 협회 숙원사업으로 제시한다. 이를 위한 첫 행보로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는 설명이다. 양 회장은 "협회 역사상 처음으로 국회에서 감염관리 관련 정책토론회를 개최했고, 예상보다 뜨거운 호응을 얻어 자신감이 생겼다"며 "앞으로 감염관리를 담당하는 실무자와 의료계 및 소비자 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해 감염관리 정책의 개선 방안을 모색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임상병리사는 의료현장에서 감염관리 업무를 담당하면서도 정부로부터 정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감염병 예방에 관한 의료법 시행규칙은 국회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할 생각"이라고 했다. 양 회장은 그간 국회를 수시로 방문해 관련 분야를 홍보해왔다. 양 회장은 "신종플루 등 감염병이 확산되면 국가가 마비되는 엄청난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며 "전문가인 임상병리사의 역할이 생각보다 많다. 실망하지 않고 임상병리사의 역할을 널리 알리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또 의사, 간호사 등과 원활히 협조하겠다고 했다. 양 회장은 "취임 직후 전문성만이 협회와 임상병리사가 인정받는 길이라고 말해왔다"며 "아직 부족함이 많은 게 사실이다. 임상병리사의 역할이 새롭게 주목받도록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결국 정책을 결정하는 정부와 국회에 영향을 미치고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들 조직과의 스킨십을 강화할 생각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음상준기자 esj1147@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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