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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연고 시체를 의과대학의 해부학습용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한 법안이 발의됐다.
생전 본인의 동의 없이 해부가 이뤄져 생명윤리 문제가 초래될 수 있고, 부패 등의 이유로 무연고 시체를 해부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 현행법이 사문화됐다는 판단에서다.
현행법은 무연고 시체가 발생할 경우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지체없이 시신을 부패방지 처리하고 60일 간 보관, 시체의 교부를 요청한 의과대학 장에게 인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무연고 시체는 노상에서 신분증 없이 변사체로 발견된 후 연고자를 찾지 못한 시체를 뜻한다. 2009년부터 지난 3년간 무연고 시체는 1912건 발생했다.
민주당 이학영 의원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의 시체 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무연고 시체에 대해 의학대학의 장이 교육·연구를 위한 제공을 요청하는 등과 관련된 규정을 삭제, 지방자치단체장이 무연고 시체를 즉각 처리토록 했다.
이학영 의원은 “생전에 본인이 시신 기증에 동의하지 않았음에도 해부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점에서 생명윤리 문제가 있다”며 “더욱이 무연고 시체의 상당수가 노숙인 등 가난한 사람인 점에서 해부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차별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대 교육에 문제 없어” vs “만약 경우 대비해야”
이 의원은 법안으로 인한 의과대학교의 해부학습용 시체 부족 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연고자 시체는 사망한 날부터 60일이 경과하기 전에는 해부할 수 없기 때문에 교육적 가치를 상실해 대부분의 의과대학에서 인수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무연고 시체 발생할 경우, 현행법에 의해 지역 의과대학에 이를 통지하도록 돼 있는데, 통지 건수는 최근 3년간 1건 밖에 되지 않았다.[표] 이 건도 해당 의과대학에서 인수를 거절해 해부용으로 사용되지 않았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무연고자 시체의 경우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고 60일 동안 해부를 할 수 없어 의과대학에서도 거의 인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최근 의식 수준이 높아져 연구용 시신기증이 늘어나고 있고 IT 기술 발전 등으로 무연고자 시체를 사용하지 않아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덧붙였다.
의료계에서는 이러한 내용의 법안이 시기상조라는 분위기이다. 현재 기증자가 많아 해부학습용 시체가 부족하지는 않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이는 생명윤리라는 개인의 인권과 공익이 대립할 수 있는 예민한 사항이다. 그럼에도 인류의 의료 발전을 위해 현행법대로 무연고자의 경우 해부학습용으로 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계는 시체 기증자가 없을 때의 대안 마련을 주문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증을 통해서만 해부학습용 시체를 구할 수 있어 시체 기증자가 없을 때 해부학습 자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시체가 훼손 돼 병원에서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는 나중 문제이다. 개정안대로라면 기증자가 없을 때 해부학습용 시체가 없어지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 없이 법을 개정하는 것은 아직 이른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