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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외상학회가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정부의 권역별 외상센터 건립이 본격화되면서 학회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외상센터의 건물·시설 등 하드웨어를 담당하고 있다면 학회는 인력·시스템 등 소프트웨어를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나라 외상 시스템의 기틀을 마련하는 중요한 시점에 선출된 이종복 대한외상학회장을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만났다.
Q.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3가지 목표 제시
A. 그렇다. 외상외과 세부전문의 제도 정착, 외상전달·치료체계 구축, 관련 단체들과의 협조체제 강화가 그것이다. 현재 정부가 권역별 외상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외상센터에 있어 건물보다 중요한 것이 인력과 시스템이다. 우리 학회에서는 이 두 가지에 중점을 두고 우리나라 외상 체계 구축에 노력하고 있다.
Q. 인력 양성 위해 외상외과 세부전문의 제도 시행
A. 알려져 있다시피 우리나라 외상 전문의가 많이 부족한 상태다. 여러 군데를 다쳐 병원에 온 멀티플 트라우마 환자를 돌볼 인력이 없다. 각 과에서는 자신들이 진료하는 부분만 보고 자리를 뜬다. 결국 응급의학과에서 환자를 맡는데, 응급의학과는 수술을 못해 외상환자를 책임질 수 없다. 외상외과 세부전문의를 만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멀티플 트라우마 환자를 책임질 의사를 키우는 게 목적이다
Q. 외상외과 세부전문의제 3년 경과. 성과와 과제는
A. 외상외과 세부전문의 제도와 우리나라 외상 전문의 양성은 그 궤를 같이 한다. 인원과 대상 분과를 두고 조금 소란스러웠지만 결과적으로 세부전문의 제도를 통해 현재 145명의 외상 전문의를 길러냈다. 1회 때 약 550여명이 지원, 그 중 86명을 선정했고 2회 때 48명을 뽑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서류만 보고 뽑았는데, 올해는 2년 동안 전국 33개 수련병원에서 펠로우 생활을 한 11명이 포함됐다. 이 제도를 정착시켜 질 좋은 인력을 양성·유지하는 게 과제라면 과제다.
Q. 현재 우리나라의 외상전달·치료체계를 진단하면
A. 우리나라는 아예 외상시스템이 없다. 외상의 경중에 따라 치료의 우선 순위가 정해져야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는 병원에 먼저 온 사람이 더 우선저으로 의료서비스를 받는 구조다. 또 병원에 오기 전(前) 현장에서부터 환자를 중증 정도에 따라 분류해 그에 맞는 적절한 병원에 이송해야 하는데 그런 환경이 마련돼 있지 않다. 이럴 경우 병원 내에 아무리 유능한 의료진이 대기하고 있다 해도 이 환자가 살 수 있는 확률은 극히 낮다. 병원 전 이송단계가 체계적이지 못하면 그간 공들였던 외상센터는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스템 마련을 강조하는 것이다.
Q. 시스템 구축 기준이 있는지
A. '3R'을 중심으로 외상전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3R'은 'Right patient in the Right time, to Right place'를 의미한다. 중증외상환자가 빠른 시간 내에 적절한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기관과의 원활한 소통이 중요하다. 관련 단체들과의 협조체제 구축을 취임 목표로 삼은 것도 이 때문이다. 시스템 마련을 위해 학회 차원에서 외상전달·치료체계를 담은 군·민간 공용 표준진료지침 마련에 착수하려 한다. 단 시간 내 크게 발전한 애리조나주의 외상시스템 등을 우리나라 식으로 벤치마킹 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Q. 군관 공동 사용 표준진료지침 마련했다는데
A. 'preparedness' 준비된 외상치료체계. 최근 미국 애리조나 주에 가서 외상 시스템을 살펴본 후 느낀 점이다. 애리조나 주는 병원과 군이 전쟁·테러 등 유사시를 대비해 함께 훈련을 한다. 우리나라가 특수한 안보 상황에 놓여있음에도 이에 대한 의료적 준비를 전혀 하지 않는 것과 대비된다. 현대전 특성상 군과 민간의 구별 없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비록 그 가능성이 매우 희박할지라도 우리나라 역시 군과 민간이 모두 유사시를 대비해야 한다.
Q. 앞서 제시한 3가지 목표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무엇인지
A. 외상 관련 예방가능 사망률을 낮추는 것이다. 외상에 대한 국민적 관심, 정부 지원, 선배들이 이룬 비약적인 발전 등을 토대로 외상 관련 예방가능 사망률을 낮춰야 한다. 우리나라 예방가능 사망률은 90년대 후반 약 50%에서 현재는 약 35%로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 하지만 이는 미국·일본의 10~15%에 비해 여전히 높은 편이다. 빠른 시일 내에 비슷한 수준으로 낮춰 국민의 생명을 살리는 데 기여하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