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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 앞에는 민주노총 소속 노조원들의 거센 목소리가 울렸다. 한미약품 직원이었던 김영균씨가 회사로부터 해고 통지를 받은 지 940일 째 되던 날이기도 하다. 이들은 김 씨의 복직을 요구하며 비바람이 몰아치던 아침부터 우의를 입고 본사 앞에서 "해고 철회"를 외쳤다. 김씨 측에 따르면 회사의 해고 통보는 일방적이었다는 것이다. 어느 날 사무실 자리를 빼라는 명령을 받고 네 자녀의 가장이 길거리로 내몰리게 됐다는 억울함이 그의 목소리에 투영됐다. 하지만 회사 측은 해고에 타당한 사유가 있다는 입장이다. 제약사 시스템에서만 적용되는 논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일이 있었던 걸까. 현장에서 양 측의 입장을 들어봤다.[편집자주]
이 날 아침 한미약품 본사 앞에는 ‘해고자 원직복직 및 노조탄압 중지 촉구’라는 현수막이 노조원들 손에 의해 펼쳐져 있었다.[사진]
해고자 김영균씨도 함께 자리 한 가운데 민주노총 소속 전국화학섬유산업노동조합 노조원들은 김 씨의 복직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사건은 2010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달 10일 회사는 김 씨에 대해 GMP시설 규율 위반과 명령 불복종, 허위문서 작성, 업무지시 위반 및 근무태만, 근무성적 및 능률 불량 등의 이유로 징계 해고처분을 내렸다.
이와 관련, 앞서 김영균씨는 회사를 상대로 수원지방법원 1심에서 승소했으나 2심인 서울고등법원은 한미약품의 손을 들어줬다. 현재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는 상태다.
지방법원 판결문에 제시된 회사 측 입장을 보면 팔탄 GMP 공장 건축설비팀에서 근무하던 김영균씨는 규정상 작업장 출입에 있어 오염방지를 위해 갖춰야 했던 출입복장을 입지 않아 GMP시설 규율 및 명령을 위반했다.
아울러 연차휴가에 따라 GMP 문서인 ‘남/녀 화장실 일일 점검표’에는 출근하지 않은 날에도 직접 화장실 점검을 실시한 것처럼 허위 기재했다.
또 2010년 9월 태풍 곤파스로 인해 팔탄공장 시설물이 일부 파손 피해가 발생, 회사는 김영균씨가 소속된 건축설비팀에 시설물 피해 상황 확인 및 신속 복구를 지시했지만, 당시 김씨는 승용차 안에서 쉬고 있었다는 전언이다.
마지막으로 회사가 전 직원을 대상으로 GMP 교육, 훈련, 평가를 실시한 가운데 김씨는 평균점수보다 밑도는 성적을 보여 근무성적 및 능률이 불량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지방법원은 “해고를 한 것은 김씨의 과오에 비해 그 정도가 지나친 것으로, 재량 법위를 일탈했다”며 해고 무효를 판결했다.
하지만 지난 5월 3일 고등법원은 이 판결을 뒤집었다. 한미약품은 제약사이기 때문에 김씨가 15년여 동안 근무하면서 GMP 규정 및 그 중요성에 대한 교육을 수차례 받았고, GMP 규정은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준수사항이라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태풍 피해 복구에 전 사원이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혼자 차 안에 휴식을 취하는 등 근무태만을 보이거나 GMP 재교육과 재시험 등의 근무성적 불량 등도 가벼운 행위로 볼 수 없다며 법원은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이에 따라 결국 이날 김영균씨가 속한 민주노총 노조원들이 한미약품 본사에 집결한 것이다. 김영균씨는 “GMP시설 복장 위반은 먼저 경고를 했어야 하는 부분이다. 그런 부분 없이 바로 해고 통지서가 날아왔다. 지금 회사는 동일 부분에 있어 1차 위반 시 경고, 2차는 근신 1주일, 3차의 경우 감봉 1개월 등의 규정을 교육시키고 있다. 내가 받은 처사와 너무 다르지 않은가”라며 한탄했다.
그는 이어 “회사가 말하는 해고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복장위반이다. 깨끗한 화장실 점검표에 출근하지 않은 상황에서 동그라미 표시했다고 그러는 건 아니지 않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미약품은 민주노총 소속 노조 설립에도 겁을 먹고 있다. 몸 바친 직장에서 노동조합을 만들고 나서 곧바로 해고를 당했다. 회사에서 말하는 해고 사유는 누가 들어도 너무 사소한 것들뿐이다. 하루아침에 부도덕한 사람으로 누명을 썼다. 노령의 홀어머니 뿐 아니라 어린 네 명의 자식을 생각해서라도 이대로 있지 않겠다”고 피력했다.
반면 회사 측은 김씨의 해고 사유가 적법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앞으로 나올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겠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GMP 복장 위반 등은 사실 회사의 존폐까지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단순히 복장 위반만을 놓고 보는 것이 아니다. 이 뿐 아니라 다른 이유도 복합적으로 봤을 때 충분히 해고 사유가 된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도 “GMP 공장에는 일 년에도 수십 번 실사단이 찾아온다. 때문에 복장 규율 등은 이 과정에서 더 강화될 수 밖에 없다. 본인은 단순히 옷을 안 입은 것일지 모르겠지만 제약사 시스템 하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이어 “현재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마지막 판결인 만큼 이를 존중하고 결과에 따라 진행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