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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본부의 시약구매관리 실태가 총체적 문제점을 드러냈다. 보건복지부가 진행한 감사에서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
현재 질병관리본부 산하 국립보건연구원 4명은 시약 납품과정에서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총 4억9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사실이 적발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복지부가 31일 공개한 '질병관리본부 시약구매관리 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시약 수의계약 등 10개가 넘는 항목에서 문제점이 발견됐다.
보건연구원은 입찰과 계약 등의 절차를 거쳐 시약을 구매하는 규정을 따르지 않았다. 판매업체로부터 시약을 납품받아 사용한 후에 제품을 지정해 총무과에 계약을 요청하는 편법을 썼다.
지난해 1월 1일부터 같은 해 6월 30일까지 8개 과에서 68개 품목 총 1억500만원의 시약을 선납 받고, 사후계약을 요청하는 등 물품구매업무를 부적절하게 처리했다.
시약 등 구매예산 집행도 규정을 어겼다. 연구비는 연구개발 활동과 수행 목적으로 사용하는 인건비와 직접비, 간접비로만 사용해야 한다. 연구과제 수행이 직접 관련된 시약과 재료 등의 구매용도로만 사용토록 규정돼 있다.
그런데 보건연구원은 당초 연구계획서에 반영되지 않은 시약 1163만원어치를 구매했다. 공동사용시약 구매비로 계상된 755만7000원으로 시약을 구매하지 않고 연구계획에 반영되지 않은 다른 품목의 시약을 사들였다.
현행 질병연구관리규정 제23조에 따르면 비목 간 20% 미만 또는 200만원 이하의 산출내역 변경은 승인절차 없이 연구기획과로 서면통보하면 된다. 이런 제도적 허점을 노린 것이다.
구매한 시약은 연구과제 수행에 직접 관련된 용도로만 사용해야 함에도 지난해 구매한 시약 중 509개 품목 2억8545만2000원 상당의 시약을 공동사용했다.
연구종료가 임박한 시점에 시약을 구매하기도 했다. 내부연구과제 시약 구매비 3450만원 중 1767만8000원(51.2%)을 이런 식으로 집행했다.
감사실은 납품 소요기관(1개월)을 고려할 때 구매시약이 당해 연구과제 수행에 직접 사용됐는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물품을 구매할 때 추산액을 쪼개 상급관리자의 결재를 회피한 사례도 발견됐다. 현행 규정은 물품구매 시 1000만원 미만 과장, 1000만원 이상 센터장, 3000만원 이상 원장, 4000만원 이상 본부장에게 결재권한을 부여했다.
그럼에도 보건연구원은 특정부서는 구매요구 추산액 5870만3700원에 대해 본부장 결재를 받아야 함에도 900만원대 6건으로 나눠 구매요구서를 각각 작성했다.
담당과장의 결재만 받고 지난해 2월 6일 하루에 13건(1억2700만원)을 분할구매 요구하고, 다음 날 같은 제품 5건(4800만원)을 다시 분할구매 요구했다.
당초 계약한 물품의 수량을 과다하게 초과해 구매하는 경우에는 구매물품의 단가를 인하할 여지와 예산절감을 도모할 필요성이 있다. 하지만 150개를 구매하기로 예약하고 물량 확대 등의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도 6배가 넘는 915개(3억600만원)을 사들였다.
이를 관리할 모 과장은 단가계약 수량보다 지나치게 많은 시약을 구매함에도 총 46건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했다.
수의계약이 가능한 2000만원 미만 조건을 충족하고자 지난해 총 108건, 계약금액 5억53만9000원을 분리 발주한 사실도 적발됐다.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수시 재물조사를 진행한 결과, 반입할 수 없는 데모물품 등 재산대장에 등재되지 않은 물품 359개, 12억3800만원 상당이 보건연구원 21개 부서에서 발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