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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전문의 홍수다. 우리나라 의사 10명 중 7명이 전문의다. 이 같은 비중은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이다. 어느 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는지 확실치 않지만 의대→인턴→레지던트→전문의는 이제 한국 의학교육의 공식이 돼 버렸다. 환자 입장에서 전문성을 갖춘 의사는 순기능이 더 많을 수 있겠지만 의료체계상으로는 역기능 역시 만만치 않다. 전문의 과잉은 경쟁가열을 넘어 의료전달체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의 전성시대, 그 명암에 대한 심도있는 천착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60년 역사, 26개 과목 확대
전문의는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로, 1930년대 세브란스병원의 인턴제가 효시다. 당시 세브란스에는 미국식 레지던트 과정도 운영됐다.
그러던 것이 1951년 9월 공포된 국민의료법에 의해 전문과목 표방허가제가 시작되면서 전문의제도가 본격 시행됐고, 1958년까지는 서류심사로 전문의 자격증을 부여했다.
초기에는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안과, 이비인후과, 피부비뇨기과, 정신과, 정형외과, 및 방사선과 등 10개 진료과로 시작됐다.
1962년 국민의료법이 전면 개정되면서 신경외과, 마취과, 흉부외과, 병리과가 신설됐고, 1963년에는 병리과를 임상병리(진단검사의학과)와 해부병리(병리과)로 분리하고 예방의학과를 신설했다.
1964년에는 피부비뇨기과를 피부과와 비뇨기과로 분리했고, 1967년 결핵과, 1975년 성형외과를 신설했다.
그 후 1982년 재활의학과를 신설하고, 신경정신과를 정신과와 신경과로, 방사선과를 진단방사선과(영상의학과)와 치료방사선과(방사선종양학과)로 분리했다.
1986년 가정의학과, 1995년에 응급의학과, 산업의학과, 핵의학과가 신설돼 현재 총 26개 전문과목이 운영되고 있다.
전문의 시험은 1960년부터 1972년까지 국립보건원이 담당했고, 그 이후 대한의사협회에 넘겨졌다. 1973년 이후부터 의협 관리 하에 각 분과학회가 나눠 담당한다.
전문의 자격증 명칭도 1965년부터 ‘의료업자 전문과목 표방허가증’에서 ‘전문의 자격증’으로 변경됐다.
진화하는 전문화, 진료과목→특정질환
전문의 제도 활성화는 과잉공급으로 이어졌다. 이는 ‘의사=전문의’라는 공식을 성립시켰고, 의사 양성학제도 역시 전문의 자격 취득이 최종 목적지가 돼 버렸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11 보건복지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의사 수는 총 10만4332명으로, 그 중 7만6379명이 전문의 자격 등록자다. 전체 의사의 73.2%에 이른다.
문제는 의료기술 발달과 의료수요자의 고급 및 전문 진료의 선호도가 높아짐에 따라 전문의는 앞으로도 계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점이다.
더욱이 전문의로는 부족해 진료과목 내에서도 세부 질환을 전문으로 공부하는 세부전문의가 잇따라 등장하면서 그야말로 의료계는 전문의 전성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실제 대한의학회는 10년 전부터 각 과의 제도인증 신청을 받아 세부전문의제도를 운영중에 있으며 현재까지 21곳의 진료과가 세부전문의 제도를 승인 받았다.
하지만 의사들의 과도한 전문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적잖다. 심지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역시 전문의 과잉배출을 우려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과도한 전문의 비중은 의료자원 낭비 및 의료비의 급증 등 의료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의 정원 감축을 진행중이며 일차의료 인력을 양성 방안으로 의대 졸업 후 일차의료 수련과정 의무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02년 이후 전문과목간 전문의의 수급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해 과목별 건강보험 수가조정, 기피과목 전공의 수련수당지급, 추가모집 허용 등을 진행중이지만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평생을 좌우하는 선택
전문의 과잉 공급의 핵심적 폐단 중 하나가 바로 진료과 간 수급 불균형이다. 전도유망한 과목은 지원자들이 넘쳐나지만 비인기과는 의사가 없어 고민이다.
비인기과의 경우 전공의가 없어 교수들이 당직을 선지 오래고, 그나마 있던 전공의들도 중간이 떠나는 일이 다반사다.
개원시장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전문의가 자신의 전문과목을 숨긴채 개원하는 '전문과목 미표시' 의원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 이를 방증한다.
낮은 의료수가와 개원시장 포화, 진료과별 전문의 공급과잉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빚어진 현상이다.
더는 전문과목 진료 만으론 경영이 힘들어 감기나 피부미용, 비만 등 비급여 진료로 경영을 유지할 수밖에 없거나 일부 전문과목의 개원 환경이 급속도로 악화된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전문과목미표시 의원은 2009년 4835개소에서 2010년 4954개소, 2011년 5090개소, 2012년 5190개소, 2013년 2/4분기 현재 5247개소로, 최근 3년 6개월 사이 412개소가 늘었다.
올해 2/4분기 현재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 수는 총 2만,293개소로, 이 가운데 전문과목미표시 의원의 비율은 18.5%에 달한다. 동네의원 5곳 중 1곳은 전문과목미표시 의원인 셈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오영호 연구위원은 “개원의 90.3%가 전문의라는 사실은 적잖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며 “수련 내용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비효율적 인력양성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과다경쟁을 유발하고, 의사 양성비용의 증가로 인한 국민의료비 상승, 나아가 국내 의료공급체계의 비효율성과 비합리성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