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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질병군에 대한 포괄수가제 전면 시행으로 직격탄이 예상됐던 산부인과와 안과는 적자경영을 넘어 자괴감까지 토로하는 모습이다.
'한정된 진료비'라는 제도에 발목이 잡혀 최선의 진료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속출하면서 의사로서 회의감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안과 A교수는 “포괄수가제 시행 후 최선의 진료가 아닌 적자를 생각해야 하는 구조가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주말 응급실을 통해 내원한 환자가 어지러움을 호소해 응급실에서 MRI 검사 등을 받고 백내장을 진단, 바로 응급수술을 진행한 A교수는 며칠 후 병원행정부서에서 왜 당일 수술을 했냐는 지적을 받았다.
A교수는 “당시 안압이 높아 바로 수술을 시행했는데 포괄수가제 때문에 응급실 검사 비용이 백내장 수술비에 포함돼 병원이 200만원 이상의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면서 “당일 수술은 모두 포괄수가제에 포함되기 때문에 다음날 시행했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로지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가 무엇인지만 고민할 수 있는 의료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다”면서 “대학병원에서 조차 이런 문제로 고민을 해야 한다면 우리나라 의료는 퇴보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인천의 한 대학병원 안과 B교수는 “포괄수가제 시행 후 ‘내가 진정 환자를 생각하는 의사일까’란 물음을 던진다”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자부심이 아닌 자괴감이 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B교수는 “백내장 수술을 해야 하는 초등학교 6학년 여자아이에게 ‘전신마취를 하지 않아도 참을 수 있겠냐’고 묻고 있는 나를 보고 한숨이 나왔다”면서 “무섭다는 아이와 보호자에게 포괄수가제가 시행됐고 전신 마취료를 산정할 수 없어 부분마취를 해야 한다는 구차한 설명을 하는 나 자신이 한심하다”고 한탄했다.
대구에서 안과의원을 운영하는 C원장은 “포괄수가제 시행 후 어린환자나 정신적 질환이 있는 환자는 무조건 대학병원으로 보낸다”면서 “이런 경우 전신마취를 해야 하는데 포괄수가제 수가로는 무리다. 환자들은 본인이 부담하겠다고 말하지만 전액 삭감되기 때문에 수술을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대구의 한 대학병원 산부인과 D교수는 “개원가에서 수술할 수 있는 환자도 전신마취 때문에 대학병원으로 몰리고 있다. 수술건수도 늘고 의사들의 노동 강도도 높아지지만 보상은 커녕 마취료와 재료비에 대한 적자폭만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경기도에서 산부인과를 운영하는 E원장은 “포괄수가제 시행 후 야간이나 응급수술, 제왕절개 등은 모두 대학병원으로 전원시킨다”면서 “개원가에서는 수술을 하면할수록 적자가 커지기 때문에 수술을 할 수 없다. 분만장을 폐쇄할지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대한안과학회 이상열 이사장은 "포괄수가 시행 후 대학병원도 진료비를 생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면서 "최선의 진료가 아닌 정부가 짜놓은 틀에 따라 최소의 의료행위를 해야하기 때문에 보람보다는 자괴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상열 이사장은 "포괄수가제가는 시대를 역행하고 의료를 퇴보 시키는 제도"라면서 "오히려 의료취약지역을 양산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