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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上]교수들은 올해 초 계사년(癸巳年) 새해 사자성어로 제구포신(除舊布新)을 선정했다. ‘묵은 것을 제거하고 새로운 것을 펼쳐낸다’는 뜻으로, 새정부의 올곧은 정치를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을 담아냈다. 의료계 역시 제구포신을 기대했다. 십 수년째 통제일변도식 정책에 만신창이가 된 의사들의 바람은 그 누구보다 간절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의사들이 맘 편히 진료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며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큰 난관들이 속출했다. 새정부를 향해 나름의 읍소도 해봤지만 허사였다. 급기야 의사들은 봉기했고, 醫↔政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상처, 실망, 좌절로 점철된 한 해였다’는 의료계의 술회에 즈음해 교수들이 이번엔 2013년을 특징짓는 사자성어로 도행역시(倒行逆施)를 뽑았다. ‘순리를 거슬러 행동하다’란 뜻으로, 국민의 여망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과거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이는 정치권을 향한 꾸짖음이었다. 기대만큼 실망도 컸던 의료계가 이 정부를 향해 던지고 싶었던 바로 그 말이었다.
“성난 의사들, 관치의료 종식” 2013년 12월 15일. 서울 여의도에 의사 1만 5000명이 운집했다. 의사들은 ‘일방적 관치의료로 대변되는 대한민국 의료제도를 바로 세워야 한다’며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던졌다.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은 자신의 목에 직접 칼을 겨누며 “관치의료 종식”을 외쳤다. 회원들도 동요했다. 일부 집행진은 삭발을, 분에 못이긴 회원들은 가두시위를 시도했다.
그 동안 옥죄기식 의료정책에 쌓여왔던 불만이 2만 의사들을 깃발 아래 서게했다. 더 이상 의업(醫業)을 이어갈 수 없다는 탄식도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전국의사궐기대회는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사태 이후 13년 만이다. 시간은 흘렀지만 정부에 대한 의사들의 불신은 오히려 깊어 보였다.
성난 의사들은 “이제라도 잘못된 의료정책을 바로 잡아야 한다. 작금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대정부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며 정부를 압박했다.
사상 첫 의과대학 폐과 결정 교육부는 지난 5월 교비횡령, 부실교육 등이 드러난 서남대학교 의과대학에 대해 학과 폐지와 졸업생 134명의 학위 취소 결정을 내렸다.
‘학과 폐지’ 및 ‘학위 취소’는 국내 의학교육 역사상 유례 없던 사태로, 의료계 전체에 충격을 던졌다. 아울러 부실 의과대학 퇴출 여론에 불을 지폈다.
사실 서남의대의 경우 수 년간 부실교육 논란의 중심에 서며 이미 퇴출을 예고해 왔다. 하지만 서남대학교는 교과부 처분에 불복,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관동대학교 의과대학 역시 서남의대와 함께 부실교육 논란에 휩싸였다. 관동대는 1994년 의대 설립 인가 조건이던 부속병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태로 20여 년의 세월을 보냈다.
협력병원을 전전하며 ‘동냥교육’을 받던 학생들은 급기야 부모들과 함께 학교의 무책임을 비판하며 투쟁의 깃발을 들어 올렸다. 현재 의대생들은 내년 집단 휴학을 선언한 상태다.
리베이트 파문 여전히 진행형 올해 역시 의약계에는 리베이트 광풍이 거세게 몰아쳤다. 하루가 멀다하고 검찰의 압수수색 소식이 전해졌고,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처분도 잇따랐다.
무엇보다 올해 리베이트 파문은 제공자와 수혜자의 상관성에 주목됐다. 즉 올해 드러난 사건 대부분이 쌍벌제 이후에 발생한 것인 만큼 수혜자인 의사에게도 사정의 칼날이 향했다.
실제 영업사원 교육용 동영상 제작하며 받았던 강의료, 제약사 세무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사용처 불명의 비용이 의사들에게 제공됐던 것으로 드러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제 더 이상 의사들이 리베이트 처벌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각인시킨 사건들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일부 의사들이 제약사 불매운동 등을 벌여 ‘화풀이식 보복’이라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특히 올해도 적잖은 제약사들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만큼 새해에도 그 조사결과 발표가 이어지며 당분간 리베이트 광풍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4대 중증질환·3대 비급여 보장성 강화 ‘4대 중증질환’과 ‘3대 비급여’를 빼고 올 한해 의료계 이슈를 논하기 어려울 정도로 두 사안은 대한민국 의료의 지축을 흔들었다.
정부는 지난 6월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계획을 발표했다. 질병과 치료비로 이중의 고통을 받고 있는 국민들의 부담을 덜어 준다는게 골자다.
계획에 따르면 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질환 등 이른바 4대 중증질환은 치료에 꼭 필요한 처치와 약제 등을 2016년까지 모두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게 된다.
3대 비급여 개선 역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대표적 비급여인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을 급여 영역에 포함시켜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다.
‘보장성 강화’에 기반한 이들 정책은 곧 의료계의 희생을 의미했다. 때문에 의료계는 정부의 선심성 행정을 강하게 비난하며 단계적 시행과 보전책 마련을 촉구했다.
희비 엇갈린 간호인력개편안 지난 2월 보건복지부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로 이원화 된 현행 간호인력체계를 '간호사-1급실무간호인력-2급실무간호인력'으로 개편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개편안의 핵심은 간호조무사가 일정 조건을 갖추거나 시험을 통과하면 간호사가 될 수 있다는 부분이다. 간호조무사들은 반색, 간호사들은 사색이 됐다.
간호조무사협회는 개편안 제도화를 위해 추진단을 구성하는 등 적극성을 보인 반면 간호협회는 개편안 철회를 주장하며 강력히 반발했다.
특히 간호사들은 물론 간호대학 학생들까지 투쟁에 나서는 등 간호계 전체가 동요했다. 이 과정에서 협회의 미온적 대응에 불만을 품은 재야단체가 결성되는 등 내홍 조짐도 나타났다.
복지부는 오는 2018년 개편안 제도화를 목표로 유관단체들과 세부 사항 논의에 나서고 있지만 간호계의 반발이 워낙 거세 실행까지 녹록찮은 과정을 예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