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의료기기 인허가 관련 표준 척도로 인정받을 만큼 공신력을 갖고 있는 미국 FDA의 제도 도입 과정은 역시 남달랐다. 정부와 업계 간 끊임없는 소통은 물론이고, 엄격한 기준 속에 업계 편의를 배려하고 하고 있었다.
지난 26일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후생관에서 ‘의료기기 인허가를 위한 임상평가 동향’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2016년 임상자료 제출 의무화 제도를 앞두고, 미국의 추진현황과 업체별 사례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가장 주목받은 강연은 前 FDA 의료기기평가부장을 역임한 수잔 알퍼트(Susan Alpert) SFA 컨설팅 수석의 ‘IDE(임상시험 면제 의료기기) 및 PMA(시판 전 승인 의료기기) 개요’였다. 수잔 알퍼트 수석은 13년 간 FDA에서 근무한 베테랑이다.
의료기기산업이 점차 복합적이고, 다양한 품종의 제품이 개발됨에 따라 미국 내에서는 임상시험 중요도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인체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고위험군 제품(Class III)의 경우 이미 임상시험 데이터 제출이 의무화됐다.
2016년 임상시험 제출 의무화 시행 앞두고 제도 정비
우리나라 역시 안전성 강화를 목적으로 해당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나, 처음 시행되는 제도인 만큼 업계는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잔은 “다행히 미국에서는 기존 인허가 통과기준이 워낙 까다로웠기 때문에 임상시험 제출 의무화 제도 시행 초창기부터 업계로부터 큰 불만은 없었다”고 전했다.
FDA는 제도 운영에 있어 합리성을 매우 중시했다. 위해도에 따라 제품군을 구분해 Class I은 아예 자료제출을 면제시켰고, Class II는 유사제품이 전혀 없는 대상으로 약 10%에 한해 자료제출을 요구했다.
또한 전반적인 임상시험 기준만 규정해 놓은 상태에서 세부 시행 방안은 업계 자율에 맡겼다.
수잔은 “물론 임상시험계획서를 면밀하게 검토해 기준에서 어긋나는 임상시험 데이터가 확보되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며 “예를 들어, 어떤 병원에서, 누구(의료진)에게, 무슨 목적의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임상시험계획을 수립했는지 꼼꼼하게 점검한다”고 설명했다.
‘510K’ 제도의 운영방안도 주목받았다. 해당 제도는 본질적으로 동등성을 인정받는 제품은 임상시험 데이터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회사 규모별 시험검사 비용을 차별화시켜 중소업체가 임상시험 자료 제출에 대한 부담을 일정부분 감소시켰다.
수잔[사진] 수석은 “FDA는 원리원칙은 중시하되 객관적인 데이터를 제출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만을 요구하고 있다”며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때는 업계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최종적인 안을 도출한다”고 말했다.
FDA는 온라인을 통해 제안서를 올리고, 업계가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한다. 모든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가 되기 때문에 최종 발의안에 대해 대부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반면 우리나라는 행정예고에 대한 의견서 제출을 받은 후 중간과정 공개 없이 최종 발의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수잔 수석은 “정부와 업계가 아무리 의견을 주고 받더라도 평균 90일~120일 정도면 최종안이 도출된다”며 “공익에 부응하는 의견이라면 언제든 제도에 반영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임상시험 데이터→FDA 인정 가능성?
식약처가 임상시험 자료 제출 의무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안전성 강화뿐만 아니라 해외 인허가 취득을 보다 원활하게 하기 위함이다. 임상시험 데이터가 없어 수출에 난항을 겪는 사례를 줄여나가겠다는 복안이다.
한 가지 걸림돌은 인구가 많고, 다인종 국가인 미국과 우리나라의 상황은 분명 다르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수잔 수석은 “인구 수는 중요하지 않다. 한국만의 국가적인 특색을 갖춘 데이터 기준을 마련한다면 충분히 공신력을 가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수잔 수석은 “FDA는 자국민(미국인)을 치료할 수 있는 객관적인 데이터가 있다면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자세가 돼 있다”며 “대중들의 요구에 부합되고, 객관적이며, 프로토콜 및 분석과정이 검증을 받았다면 충분히 한국 임상시험 데이터도 FDA 인증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규정이 마련되고, 가이드라인이 확보돼야 초창기 제도 정착이 원활하게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가운데 업계가 최소 기준에 어긋나지 않은 객관적인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도록 시행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