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독]범정부 차원의 고강도 압박정책으로 제약계와 의료계에서 관행적으로 만연하던 리베이트가 상당 부분 감소하는 추세다. 여기에 제약사들도 자구노력 일환으로 정도경영 및 유통 투명화 등을 지향하면서 윤리적, 도덕적 마케팅이 정착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일부에서는 이전보다 훨씬 교묘하고 음성적인 리베이트 기법이 동원되고 있다는 소문이 은밀히 나돈다. 그런 가운데 최근 제약계에서 회자된 리베이트 관련 특이한 사례가 있어 이를 살펴봤다. 하나는 지난해 여름 국내 중견제약사의 리베이트 관련 내역이 담긴 USB가 분실, 이를 주운 남성이 거액을 협박했다는 내용이다. 또 다른 사안은 근래 외국계 제약사 거대 품목이 대거 특허만료 되면서 제네릭이 쏟아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리베이트 소문이 무성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한 제약사는 경쟁 업체들의 리베이트 상황을 파악, 문서를 작성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본문 내용에서 언급한 영문 이니셜은 리베이트라는 사안의 민감성과 특성을 고려, 해당 회사 영문명이 아님을 밝혀둔다.[편집자주]
지난해 여름 국내 중견 A제약사 최고위 임원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 내용은 다름 아닌 이 회사가 병원 및 의사들에게 제공한 리베이트 내역이 담긴 USB를 습득했고 이를 폭로하겠다는 협박이었다. USB를 주운 곳은 서울 영등포 전철역 인근으로 알려졌다.
협박 전화 후 회사는 급박하게 돌아갔다.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면서 최고위층만 내용을 공유하는 등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그러던 차 상황이 더 악화됐다.
협박범이 수도권 종합병원 두 곳에 전화를 했다. 한 곳은 병원 최고위층에 리베이트 사실을 확인했고 이에 해당 진료과장이 호출돼 불호령이 떨어졌다는 전언이다. 다른 병원은 약제팀 고위관계자로 전해졌다.
병원에 협박이 들어가면서 제약사로 부메랑이 불었다. A제약사는 초비상이었고 이 내용이 외부로 알려질까 전전긍긍 했다는 것이다.
협박범과 수억원대 타협·해프닝설 등 제기
이와 관련, 사건 해결과 관련해서는 두가지 설이 제기된다. 합의 쪽이 유력하지만 최종 확인되지는 않았다.
먼저 회사 최고위층이 직접 협박범과 타협했으며 이 과정에서 수억원이 건네졌다. 대신 합의 조건으로 언론에 이 사안을 노출시키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협박범이 너무 서투르게 대응해서 A제약사가 이를 역이용, 기존 회사가 지녔던 USB를 파쇄하고 관련자를 문책하므로써 사건을 마무리졌다는 이야기다. 일종의 해프닝으로 일단락됐지만 이 과정에서 회사 전현직 임직원이 연루 의혹을 받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 A사 관계자는 “전혀 아는 내용이 아니고 윗선에도 문의했지만 그런 일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이 회사에 정통한 복수의 제약계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리베이트 협박설은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에 따르면 리베이트 협박범과 합의 부분은 회사 최고위층만 아는 상황이기 때문에 확인되지 않지만 USB 분실로 협박이 온 것은 사실이라는 전언이다.
제보자는 “지난해 USB 리베이트 협박사건이 터졌지만 극소수만 알고 있었다. 외부에 알려지지 않고 수습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매우 민감했다. 사건 경과는 들었지만 최종적으로 합의를 본 것 등에 대해서는 설만 있을 뿐 확인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허만료 제네릭 시장 과열 양상 빚어지면서 혼탁
최근 특허만료 의약품 시장이 치열해지면서 일부 국내 제약사들이 신제품에 대한 처방시장 대열 합류를 위해 은밀히 리베이트를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후폭풍이 예상된다.
데일리메디가 한 국내 제약사의 ‘최근 경쟁사 영업 현황’을 입수한 결과, 이에 대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번 자료에 명시된 의약품은 지난해 말부터 올 초 출시된 신제품들이어서 ‘신규 약제 시장 진입 = 리베이트’ 도식 가능성을 시사한다.
자료는 일선 영업현장에서 진행되고 있거나 계획 단계에 있는 각 회사들의 리베이트 정책을 담고 있는데 이를 취합한 B제약사 측은 “영업사원들이 개원가를 중심으로 해당 기업들의 정보를 모았기 때문에 신뢰도는 매우 높다”고 밝혔다.
대체로 신규 처방 명목의 랜딩비 지원과, 처방액 대비 일정비율의 리베이트 제공 그리고 PMS 형식의 현금 지급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각 회사 영업지점이 담당하고 있는 지역 병·의원마다 리베이트 비율 등이 대체로 비슷하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묵시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추론도 가능하다.
먼저 최근 신제품을 출시했던 C제약사의 내용을 살펴보겠다. C사는 신규 처방 명목으로 병·의원 랜딩비용과 매월 처방액 대비 30% 정도의 현금 지급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특히 믿을 만한 원장들에게 이러한 처방 조건을 제시한다는 문구가 특징이다. 이는 인맥 형성이 어느 정도 이뤄져야 불법 인식 장벽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란 관측이다.
아울러 신규 품목이 아닌 과거 랜딩 제품들에 대해선 PMS(시판 후 시장 타당성 조사) 형식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있다는 내용도 문서에는 포함돼 있다.
D사의 경우 역시 최근 출시한 약제 등의 개원가 시장 진출을 위해 병·의원 랜딩비를 따로 제공하고 있다고 명시돼있다.
이 회사는 전체 품목에 대해 거래처 병·의원 처방액 대비 약 20%를 현금으로 지원하는 특징을 지닌다.
E사의 신제품도 랜딩비가 병·의원에 들어간다. 아울러 매월 처방액 대비 20% 가량의 현금이 리베이트로 지급되고 있는 것으로 자료에 나타났다.
또한 E사는 조만간 특허만료가 이뤄지는 한 대형품목의 제네릭 시장에서도 리베이트 제공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추이가 주목된다.
제보자에 따르면 이 회사는 일정기간 동안 거래처 의원 원장이 해당 제품을 1000만원 어치 처방한다면 이 금액보다 훨씬 높은 금액을 리베이트로 제공한다는 방식을 채택했다는 것이다.
리베이트를 통한 처방 궤도 안착이 이뤄지면 향후 환자에 있어 약제 변경이 어렵기 때문에 지속적인 해당 의약품 처방이 가능해진다. 때문에 일정기간 동안 ‘적자’를 무릅쓰고도 리베이트를 제공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B사 관계자는 “여전히 처방액 대비 일정 비율을 리베이트로 제공하고 있는 사례들이 있다. 각 영업지점마다 파악된 내용이지만, 대체로 전국 지점의 동일한 리베이트 정책이다. 회사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략으로 파악된다“고 추론했다.
그는 이어 “수집된 자료를 통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시장 신규 진입에 대한 치열한 경쟁이 낳은 결과로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다른 제약사 영업사원은 “과거보다 줄어들긴 했지만 리베이트 공세는 여전하다고 보면 된다. 시장 선점을 위해 누가 먼저 출시할 것인지에 대한 싸움이기 때문에 새 의약품 출시를 위한 과정부터 이러한 리베이트 그림자가 불가피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