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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명세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에 취임하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심사권 갈등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심사권 확보는 건보공단의 최대 숙원사업이다. 건보공단의 이러한 움직임에 심평원은 내부적으로 불쾌해하면서도 공식적인대응은 자제했다. 손명세 심평원장은 지난 3월 19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심사권 문제를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계적인 평가기관으로 거듭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심평원 무대응 방침에도 건보공단의 심사권 확보 움직임은 계속될 전망이다. 심사권을 둘러싼 건보공단과 심평원의 냉랭한 관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자못 추이가 주목된다.
김종대 이사장, 직접 심사권 정조준
심사권을 둘러싼 건보공단과 심평원의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건보공단이 심사권 확보를주장할 때마다 심평원은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는 등 철저히무대응 방침을 고수했다.굳이 반응을 보여 이슈화에 도움을 줄 필요성이 없다는 인식에서다.
심평원의 무대응 원칙에도 건보공단이 심사권에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김종대 이사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복지부 1급 실장을역임한 김종대 이사장은 건보공단이 심사권을 확보해야만 정상적인 보험자로서 기능한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다.
김 이사장은 지난 2월 자신 블로그를 통해“유일한 보험자이면서법적 지위를 가진 건보공단이 그 역할을 온전히 수행하지 못하고있다”고 주장했다. 보험자의 기본업무가 자격관리(가입자 관리)와 수입관리(보험료부과 및 징수), 지출관리(급여 결정 및 비용 지급)로 나뉘는데, 이중 지출관리에 소외됐다는 것이다.
그는“지출관리 시작이 급여 결정이고 마지막은 급여비용 심사“라며 ”건보공단은 보험자이면서도 세 가지 고유 업무를 온전히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건강보험 재정관리가 더욱 중요해졌음에도 제한된 업무로 반쪽짜리 보험자로 전락했다는 주장도 폈다.
올해 1월에는 심사권 확보 등을 위한‘국민건강보험 정상화 추진위원회(이하 정상화 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이 조직은‘재정누수클린업추진단’등 7개 추진단과 외부전문가 그룹인‘자문위원회’를 설치해 세부적인 업무를 챙긴다.
건보공단은 보험재정 누수 방지를 위한 건강보험 운영시스템 개편 등과 함께 심평원에 집중된 심사권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 이사장은“건강보험과 공단 운영 전반에 걸친 비정상적 요소를 찾고, 재정누수 방지와 보장성 목표 달성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이 심사권을 언급하는 배경에는 재정 효율화라는 인식이 깔렸다. 김 이사장에 따르면 2012년 심평원 심사자료를 넘겨받아 재점검한 결과, 총 1016억원의 부당청구 금액을 환수 결정했다.
전산확인 99억원을 비롯해 사무장병원 등 보험사기 835억원,BMS 확인을 포함한 사후진료내역 확인 77억원, 진료내역 통보4억원 등의 사례를 적발했다는 것이다.
그는 심평원이 해당 연도에 심사를 통해 절감한 금액이 2700억원이지만, 건보공단이 지원한 금액이 1891억원인 점을 고려하면실제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에 기여한 금액은 800억원 수준이라는 주장도 폈다.
지난 2012년 본지 인터뷰에선“전문심사가 필요하지 않은 단순 청구까지 모두 심사기관을 거치는 것은 재정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했다.
급여결정 구조를 개선하고 진료비 청구·심사·지불·사후관리를 잘 연계하면 향후 5년간 약 6조200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전망치도 내놨다.
무대응 방침 고수하는 심평원
건보공단의 계속된 심사권 확보주장에 대해 심평원은 공식적인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물론내부적으론“건보공단이 무리한욕심을 부리고 있다”며 불쾌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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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심사권 문제가 부상했을 때도 심평원 한 간부는“굳이 대꾸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 어디까지나 건보공단의 생각에 불과하다”고 날 선 발언을 한 바 있다.
심평원 수장으로 부임한 손명세 원장도 심사권 문제엔 선 긋기에 나섰다. 손 원장은 지난 3월 19일 기자간담회에서 건보공단이 제기하는 심사권 문제와 관련해서 대수롭지 않다는 식의 인식을 보였다.
그는“복지부 역시 현 심사권 구조에 별다른 문제의식이나 문제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지금 심평원에 중요한 것은 세계적인 심사기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도록 역량을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문제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에 굳이 반응할 필요가 없으므로 외부로 눈을 돌려 심평원의 국제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전임 강윤구 심평원장 역시 심사권에 대해선 별다른 반응을보이지 않는 기조를 유지했다.
그렇다고 심평원이 내부적인 준비에 소홀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9월 김종대 건보공단 이사장의 심평원의 심사권 기능에 의문을제기하자, 곧이어 심평포럼을 통해 건강보험 모니터링과 평가체계 강화를 언급했다.
법 개정 난제 많아
두 기관의 심사권 문제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일관되게 중립적인입장을 보였다. 불필요한 갈등보다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 달라는 주문도 이어졌다.
복지부는 심평원 운영의 관리·감독과 감시기능을 가져야 한다는 건보공단의 주장과 방대한 조직원 및 1조원이 넘는 운영비를지출한다는 심평원의 반격에도 관련 규정을 근거로 어느 한쪽의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복지부는“국민건강보험법에 두 기관의 역할을 명확히 명시했으므로 관련 법령을 충실히 따르면 된다”고도 했다. 심사권 문제가공론화되지 않는 이상 복지부 입장은 지속될 것으로 분석된다.
건보공단의 심사권 확보를 위해선 법 개정이 필수적이다. 여야합의를 거쳐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입법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방대한 조직을 갖춘 건보공단이 심사권까지 확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다.
과거 심사권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건보공단에 주장을 받아들이지않았다.“ 법개정가능성도낮다”며부정적인인식이여전하다.민주당 관계자는“심사권 문제가 사회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진지한 논의를 이어갈 만한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현재로선 변화의 필요성은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건보공단의 심사권 확보는 사회적인 공감대와 이슈화를 통한 의제화가 먼저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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