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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약계에 M&A 바람이 거세다. 지난해 말 한독이 태평양제약 제약사업부문을 인수한데 이어 올 초에는 녹십자의 일동제약 적대적 M&A 추진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또 앞서 진행됐던 미국계 기업 알보젠의 근화제약 인수, 이스라엘 1위 제약사 테바와 한독 간의 조인트벤처 설립 등은 몇 안 되는 외국회사와의 흡수 합병 사례로 기록됐다. 모두 리베이트 쌍벌제와 일괄 약가인하 시행 등 정부의 고강도 압박정책 추진 직후 나온 제약계 구조조정의 사례다. 유명 제약사들까지 M&A가 진행될 만큼 업계 재편이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중견·중소 제약사들 몇몇도 조만간 이러한 구조조정 대열에 합류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데일리메디는 제약계 M&A 광풍의 서막을 알리는 상황을 진단해봤다.[편집자주]
지난해 말 한독의 태평양제약 제약사업부문 인수 발표에 국내 제약계의 충격은 컸다. 모두 유명 제약사인데다 한독이 대기업 계열사인 태평양제약과 M&A 물밑 접촉을 하고 있으리라곤 누구도 예단치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극비리에 진행된 태평양제약 의약품사업부 인수합병은 성사됐다. 국내 제약계 최초로 대규모 빅딜이 이뤄진 것이다. 인수 금액만 575억원에 달했다.
당시 한독은 “케토톱으로 유명한 태평양제약 제약사업부문을 인수해 매출 4000억원대 제약회사로 도약할 전망”이라면서 “태평양 임직원 모두 변동없이 한독에 승계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한독의 이 같은 공격적인 행보는 그 동안의 사례 등을 미뤄봤을 때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한독은 다른 제약사보다 이 같은 측면에서는 항상 발 빠른 행보를 보았다.
한독의 사노피와 합작 형태는 지난 2012년 정리됐다. 합작기업이었을 당시 사노피 오리지널 품목들을 받았던 한독은 해당 제품을 통해 그 동안 병·의원 네트워킹을 강화시켰다. 이후 작년 10월에는 테바와 조인트벤처를 설립하면서 새로운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다. 벤처기업 제넥신 인수 역시 한독의 제품 파이프라인 확대 의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번 태평양제약 인수는 업계 관심이 지대했다. 케토톱 등 유명 품목들이 앞으로 한독의 영업·마케팅 손을 타게 되면서 회사는 더욱 탄탄한 파이프라인을 갖게 됐다.
태평양 제약사업부 매각 충격…일동제약 경영권 위기론 대두
한독의 태평양제약 제약사업부 인수 후 더 큰 사건이 터졌다. 바로 녹십자의 일동제약 적대적 M&A설이 나돌았다.
녹십자가 일동제약 지분을 30% 가까이 확보하며 2대 주주로 오른 가운데 일동에 대한 ‘경영권 참여’ 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녹십자는 지난 2012년 말 환인제약의 일동제약 지분을 모두 인수한 가운데, 일동제약 주요 주주였던 이호찬 씨 지분까지 확보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실제 금년 1월 24일 열린 일동제약 임시 주주총회에서 녹십자는 일동의 지주사 전환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다. 결국 일동 입장에서 최대주주 지분율 확보가 용이한 유일 수단이었던 지주사 전환은 물거품 됐다.
인수합병설이 나왔지만 녹십자는 측은 “양사의 제품 시너지를 위한 행보일 뿐, 적대적 M&A 계획은 없다”고 천명한 상황이다.
녹십자 조순태 사장은 “지분 매입 시작 단계부터 서로 사업이 겹치지 않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입장이었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적대적 M&A는 절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후 지난 3월 21일 일동제약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녹십자의 특별한 행보는 없었다는 게 일동제약 측 설명이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주총에서 별 다른 얘기가 없었다. 앞으로 주주가치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M&A 소문 무성때마다 거론되는 제약사들
정부는 최근 몇 년 동안 리베이트 쌍벌제와 일괄 약가인하 등을 시행하면서 지속적으로 국내 제약계의 M&A를 주문해왔다.
전체 의약품 시장 대비 제약사 수가 지나치게 많아 ‘리베이트’가 끊이질 않고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더 이상 글로벌 신약 개발을 지체할 수 없다는 것도 정부가 고심하는 바다.
정부는 이를 위해 국가가 지원하고 인정하는 기업인 ‘혁신형제약기업’ 인증 타이틀을 주기 시작했다. 도태할 회사와 살아나고 발전할 기업을 구분해 나가겠다는 의지였다. 그러면서 M&A 지원을 위해 ‘글로벌 제약산업 육성 펀드’를 만들기도 했다.
최근 다수의 사례만 보더라도 정부의 M&A 요구는 실제 업계에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했다. 때문에 오래전 부터 M&A설을 꼬리표처럼 달아 온 기업들이 다시 조명 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K 제약사는 회사 건물에 항시 ‘FOR SALE’이란 푯말이 붙어있다는 농담 아닌 농담이 끊이지 않을 정도였다.
심지어 회사가 화장품 사업을 시작했을 당시에는 모 유명 화장품 기업의 인수설까지 나돌았다. 물론 지금도 K사는 그러한 소문에서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다.
국내 중소제약 ‘A’사도 그 동안 매각설이 제기돼온 회사로 유명하다. 매출 1000억원대 기업으로 제품 파이프라인만 봤을 때 결코 타사들에 비해 뒤지지 않지만 실적 면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다.
유명 ‘음료’를 판매하고 있는 이 회사는 “그 동안 M&A 타진 기업이 없어 인수합병을 포기했다”는 설도 나돌고 있다. 하지만 회사 측은 “단순 소문”이라고 일축했다.
A사 관계자는 “몇 년 간 M&A 소문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사실이 아니다. 의약품 파이프라인이 좋지만 매출 성장이 눈에 띄게 증가하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설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제약 B사는 최근 들어 매각설이 매우 구체화졌다. “기업 오너가 직접 회사를 매수할 제약사를 직접 찾아 나서고 있다”는 소문이다. 이 회사는 외국에도 공장을 짓는 등 적극적으로 확장 경영을 펼쳐왔지만 이렇다 할 제품 라인이 없어 점차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B사 측은 사실무근임을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매각설에 거론돼 왔지만 우리로서는 신기한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M&A 계획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C사의 경우 회사를 팔고 싶어도 유명하지 않아 ‘언론 노출’을 전사적으로 펼치려 했다는 얘기가 있다. 일단 언론을 통해 유명세를 탄 뒤 이를 활용해 M&A를 성공시키겠다는 소문이다.
하지만 당시 한 유명 다국적사에 품목 판권을 넘기고 거액을 받은 뒤부턴 이러한 소문이 잠잠해진 상황이다.
“한국 상황에서 제약사 인수·합병 쉽지 않다”
실제 국내 제약사 간 M&A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란 게 업계 정설이다.
우리나라 제약산업 특성상 제품 파이프라인 겹침 현상이 심하고 가족 경영색(色)이 짙기 때문에 쉽사리 회사를 넘길 가능성이 적다는 관측이다.
업계는 그 동안 순수 개발신약 대신 제네릭 사업만으로 명맥을 유지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발된 신약도 차별성이 작아 시장에서 보기 힘들었다.
또 너나할 것 없이 제네릭을 개발해왔기 때문에 각 회사들마다 보유하고 있는 품목 엇비슷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연히 다국적사들의 오리지널 의약품 특허만료일은 국내 제약사들이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 됐다.
제약사간 M&A 목적은 ‘시너지’에 있다. 서로 다른 품목들의 합침으로 매출 상승효과를 볼 수 있지만 비슷한 경쟁 품목들을 보유한 제약사를 껴안아 봤자 ‘돈 낭비’에 불과하다는 시각인 것이다.
아울러 오너 중심의 경영문화도 M&A를 멀게만 느끼게 만든다. 이미 국내 제약사들은 오랜 역사만큼 회사 창업주 2~3세들이 경영 전반에 나서고 있는 경우가 많다. 현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제약사들은 모두 이러한 경영체계를 이루고 있다.
지분 방어에 따라 혈연 이외 오너를 자리에 앉히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M&A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시스템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 한독의 태평양제약 인수는 그간의 통념을 깬 이례적 행보로 보여진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M&A 성공으로 한독은 국민 의약품 ‘케토톱’ 등의 확보로 일반의약품 시장에서 마케팅 활력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동제약 ‘아로나민골드’도 녹십자의 군침을 돌게 하는 제품이다.
녹십자는 지속적인 지분 확대로 일동제약의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는 상태다. 녹십자가 적대적 M&A에 대해선 부인했으나 양사간 상호 시너지 효과 차원의 지분 확대 목표는 밝힌 바 있다.
앞서 한국콜마의 보람제약 인수 역시 시너지 효과를 위한 목표로 이뤄졌다. 화장품 기업 이미지의 한국콜마는 사실 지난 2002년부터 제약사업에 손을 뻗어왔지만 본격적인 제약시장 진출 신호탄으로 M&A를 선택했다.
2012년 한국콜마에 인수되기 전까지만 해도 보람제약은 충청북도 cGMP 제천공장에 320억원을 투자하며 차입금이 과다발생, 충당 자금력 부족으로 법원에 기업 회생을 신청한 바 있다.
결국 회생절차를 거쳐 한국콜마 자회사로 편입한 보람제약은 콜마파마로 상호명을 바꾸며 작년 상반기 첫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실적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 제약계 M&A 바람 우리나라에도 재현되나
향후 국내 제약시장 판도는 결국 크게 바뀌어 나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우리보다 더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일본 사례를 보자.
일본 제약계 M&A 광풍은 우리보다 약 8~9년 앞선 2005년 시작됐다. 이전에도 인수합병 사례들은 이어져왔지만 이때부터 본격적인 M&A 행보를 보인 기업들이 나타난 것이다.
먼저 야마노우치 제약과 후지사와 약품의 통합으로 설립된 아스텔라스가 높은 매출을 보이며 업계 2위에 오른 가운데 당해 9월에는 3위 산쿄와 5위 다이이찌제약이 인수합병되면서 다이이찌산쿄가 발족돼 2위 자리를 빼앗았다.
다케다제약에 이어 다이이찌산쿄, 아스텔라스 3대 거대 기업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특히 당시 일본 3위와 5위 제약사의 인수합병 행보는 국내를 봤을 때 상대적으로 최근 한독과 태평양제약의 M&A와 비슷하다. 그 만큼 업계에 큰 충격파를 줬으나 열악한 제약환경 속에서 벌어진 인수합병이어서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는 분석이다.
지금보다 9년 전이지만 다케다제약의 2005년 당시 매출액은 10조원을 넘었고 다이이찌산쿄와 아스텔라스는 각각 8조원을 훌쩍 넘겼다. 우리나라는 현재까지도 매출 1조원을 넘는 제약사가 전무하다.
미래 제약계 판도 어떻게 될까
이러한 상황에 따라 업계 종사자들도 기업 구조조정에는 ‘찬성’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인력’ 구조조정 등은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다. 이는 일자리 에 역점을 두는 정부 방침과 어긋나는 M&A 행보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에 보다 조심히 다가가야 한다.
분명한 점은 국내 제약시장에 서로 비슷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기업들이 많아 제네릭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을 누구나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상호 통폐합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재 일본 다케다제약 한 해 매출 규모보다 작은 우리나라 제약 시장에서 수 백개의 영세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그래서 M&A를 위한 국가 지원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한 국내 제약 연구소장은 “국내 기업 R&D 비용은 미국의 1/80, 일본과 비교했을 땐 1/20 정도에 불과하다. 제약사 간 M&A를 유도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M&A와 조인트벤처 설립 등에는 일정부분 특혜를 줘야 한다. 이러한 기업들에 대해 R&D 정책자금 및 약가인하 우대 등의 지원도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국내사 관계자도 “그 동안 이러한 제약 생태계를 너무 오랫동안 방치해서 악순환의 반복을 불러왔다. 이제는 정부가 극약처방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자연스런 M&A도 좋지만 정부의 혜택 지원은 건강한 기업 인수합병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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