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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외신(外信)에는 연일 글로벌 제약사들의 M&A 행보가 대서특필됐다. 최근 ‘조’ 단위의 기업 간 빅딜이 이뤄지면서 전반적으로 업계 ‘판’이 뒤바뀌고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이유는 제약계 만의 고유 특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 보통 신약은 개발 초기 단계부터 출시까지 약 10년의 시간이 소요되고 이마저도 단독 처방 특허 기간이 주어진다. 이 특허 만료가 이뤄지면 회사로선 새로운 성장 동력원으로 신약이 필요하지만, 약제 개발의 어려움을 포함해 다양한 적응증을 갖는 약제들이 이미 시장에 나와 있어 기업으로선 항상 불안감을 안고 있을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최근 당장의 매출 확대를 위해선 기업 M&A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에 봉착해 있다는 관측이다. 다국적제약사들의 행보는 곧 국내 제약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M&A 사례들을 분석해봤다.[편집자주]
세계 제약시장에서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올 들어 적극적인 인수·합병 등으로 외형을 바꿔나가고 있다.
상반기에만 7개 유명 글로벌 제약사들이 연일 외신을 장식했다. 언젠가는 이들 중 몇 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성사되진 않았지만, 최근 화이자의 공격적인 인수 추진으로 아스트라제네카는 글로벌 모바일 기업 ‘노키아’처럼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 했다.
현재로선 꿈같은 얘기다. 하지만 구체적인 인수 제시 금액 등이 나오면서 이번 일은 현실성을 띄었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2월 아스트라제네카는 실제 BMS제약의 당뇨사업부를 인수했다. 반대로 화이자는 아스트라 인수를 추진했다. 과연 아스트라제네카는 무엇 때문에 이처럼 먹고 먹히는 사슬 관계에 들어섰을까.
‘BMS제약-AZ-화이자’ 먹이사슬 형성
‘크레스토’와 ‘넥시움’, 이 두 품목만으로도 아스트라는 위풍당당했다. 두 성장동력원의 매출만 합쳐도 글로벌 시장에서 연간 12~13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특허만료라는 난관에 봉착, 향후 불안한 미래가 펼쳐지고 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고지혈증치료제 크레스토는 세계 매출 1위 품목으로 실적만 연간 6~7조에 달한다. 국내의 경우 지난 4월 특허만료가 되면서 유수 제약사들의 제네릭 제품들이 출시됐다.
아스트라는 이에 대한 방어기전으로 막강 영업력을 보이는 국내 제약사 유한양행과 공동 판매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CJ헬스케어와는 위임형 제네릭 ‘비바코’ 도입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문제는 글로벌 시장이다. 세계 시장에서 크레스토는 오는 2016년 특허만료가 이뤄진다. 무대가 큰 만큼 특허 방어 기전에 빈틈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아울러 최근 특허만료 된 세계 시장 6조원대 매출의 PPI 제제 ‘넥시움’이 회사 입장에선 가장 시급한 문제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한미약품이 넥시움에 대한 개량신약 ‘에소메졸’을 선보인 가운데, 이 제품은 미국 시장에서도 작년 말부터 판매가 시작된 바 있다.
또한 현재 인도 최대 제약사인 ‘란박시’가 넥시움 첫 제네릭 출시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로 알려져 있어 비상등이 켜졌다.
아스트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대비책으로 지난 2월 당뇨 약 파이프라인 확대 카드를 꺼냈다. 결과적으로 단계별 금액 투입으로 BMS제약 당뇨사업부를 전격 인수했다.
이에 따라 BMS제약과 공동 개발했던 당뇨 치료 DPP-4 억제제 ‘온글라이자’와 이에 대한 복합제 ‘콤비글라이즈’ 등의 판권이 아스트라제네카로 넘어갔다.
특히 새 작용기전으로 시장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SGLT-2 억제제 ‘포시가’의 판권 이전도 이뤄져 향후 아스트라의 좋은 성장동력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세계 매출 1위 제약사 화이자는 아스트라제네카를 그대로 두지 않았다. 아스트라의 ‘빨간 비상등’을 감지, 인수를 위한 원탁테이블 협상에 나섰다.
화이자 역시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와 고지혈증약 ‘리피토’ 등의 특허만료로 타격을 받은 만큼, 파이프라인 확대가 중요해진 시점이어서 R&D 확보 등을 이유로 최근 아스트라제네카에 ‘인수’ 의사를 타진했다.
화이자 본사는 수차례 인수 제안을 해오다 지난 5월 27일 최종적으로 매입 제안을 철회했다. 인수 금액만 무려 120조에 달했다. M&A가 성사됐을 경우, 전례 없는 ‘빅딜’이 될 수 있었던 상황이다.
당시 화이자 이언 리드 최고경영자(CEO)는 “화이자의 120조원 최종 제안은 아스트라제네카의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 반영, 납득할 만한 조건이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결국 매입 포기를 결정하고 아스트라제네카 이사회의 레이프 요한손 의장은 같은 날 “아스트라는 독립 기업으로서 매력적인 성장 비전을 지녔다”며 보기 좋게 거부 의사를 밝혔다.
항암제·백신사업부 사고 팔고 노바티스와 GSK
그 보다 앞서 지난 4월 노바티스와 GSK는 각자의 미래 경영 방향을 보여주듯, 서로 일부 사업부를 사고팔았다. 노바티스는 GSK 항암제사업부를 16조6400억원에 인수한 가운데 GSK는 반대로 독감백신을 제외한 노바티스의 백신사업부를 7조4000억원에 매입했다.
노바티스는 최근 적응증 추가 등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항암제 ‘아피니토’와 세계 최고 만성골수성백혈병치료제 ‘글리벡’ 그리고 2세대 백혈병 약 ‘타시그나’ 등을 보유하고 있다.
그 만큼 항암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노바티스는 상대적으로 해당 사업에 약한 GSK 관련 부서를 인수하면서 R&D 인프라와 제품 파이프라인을 확대하게 됐다. 물론 GSK는 항암제 사업부를 정리하면서 백신 분야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
GSK는 국민 자궁경부암 백신 ‘서바릭스’와 영유아 폐렴구균 백신 ‘신플로릭스’ 등 탄탄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여서 이번 노바티스의 백신 사업부 인수로 그 인프라는 더욱 굳건해졌다.
그러면서 양사는 일반의약품 전문 벤처 기업도 설립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새롭게 설립되는 합작 벤처사는 글로벌 시장에서 향후 약 11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M&A 체결 당시 GSK 앤드류 위티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통해 “이번 거래로 우리는 2개 핵심사업(백신·일반의약품)을 강화하고, 주주들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새 옵션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세포치료제 사업 떼어낸 ‘사노피’…바통 받은 ‘아스트롬’
같은 달 사노피는 세포치료제 및 재생의학 사업부 전체를 아스트롬 바이오사이언시스 기업에 650억원 이상 조건으로 매각시켰다.
사노피는 관련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기존 영역에 보다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이번 매물에는 미국과 덴마크에 위치한 사노피 생산시설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세포치료제들을 개발하고 있는 아스트롬 입장에선 이번 인수로 제품 파이프라인 확보는 물론, 생산시설 확대에 따른 R&D 역량 강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M&A로 아스트롬은 사노피의 세포치료제 3개 품목에 대한 글로벌 판권을 갖게 됐다. 특히 그 중 ‘카티셀’은 자가유래 연골세포 임플란트 제품으로 미국에서 관절연골 결손 치료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까지 이 제품으로 약 2만2000건 이상 시술이 이뤄지는 등 매출 견인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OTC 사업 떼어낸 ‘MSD’…관련 시장 확대 나서는 ‘바이엘’
세계인의 명약(名藥) ‘아스피린’ 개발사로 유명한 바이엘은 일반의약품 시장에 더욱 매진하겠다는 의지 표명을 MSD OTC 사업부 인수로 대신했다.
지난 5월 양사는 14조원에 이 같은 계약을 전격 체결했다. 이에 따라 MSD는 전문의약품 사업에 보다 집중하게 됐고, 바이엘은 일반약 시장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MSD는 현재 ‘가다실’과 ‘조스타박스’ 등 백신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가운데, 항암제와 심장질환 치료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면서 日 산텐제약에도 안과질환 의약품 판권을 6000억원 이상에 넘겼기 때문에, 이번 MSD의 OTC 사업과 안과질환 의약품 판권 매각은 앞으로 이러한 항암 및 심장 질환 관련 세계 최대 제약사가 되겠다는 회사의 의지를 보여주는 셈이 된다.
해외 시장 대규모 재편→국내 지사 ‘혼란’
글로벌 본사는 특허만료 전에 새로운 약제를 개발해야 한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이제는 더 이상 신(新) 작용기전 약제가 나올 게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최근 제약사들이 복합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다국적제약사들이 ‘윈윈’ 전략으로 M&A 카드를 꺼내다 보니 한국 지사들 역시 본사 방침을 따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곧 국내 사업부의 재편으로 이어진다. 실제 몇몇 제약사들은 내부적으로 사업부를 확대하거나 폐지했고, 현재 새 제품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거나 인력 편입 등이 이뤄진 회사들도 포착된다.
예컨대, 아스트라제네카의 BMS제약 당뇨사업부 인수에 따라 국내 지사 역시 재편됐다. 올 초 한국BMS제약 당뇨사업부 직원 20여명이 한국아스트라제네카로 이직하게 된 것이다. 모두 BMS제약 당뇨 약제를 맡는 영업부 및 마케팅부 소속 직원들이었다.
한국 제약사들의 상황을 보면, 한독이 태평양제약 제약사업부문을 인수하면서 태평양 직원 전체를 흡수했던 것만 보더라도 M&A에 따른 후속조치는 비슷한 양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아울러 M&A에는 결국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다만 이번인수·합병은 시간이 오래 지나지 않은 상태로, 향후 이에 대한 실체가 조금씩 드러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다국적제약사 한 관계자는 “글로벌 본사들의 M&A는 한국지사에도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다만 그 속도가 본사에 비해 조금 느릴 수 있다. 그 가운데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걱정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하지만 최근 들어 M&A가 이뤄지더라도 구조조정이 없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안다. 근무 환경이 달라져 자발적으로 퇴사를 선택하는 사람이 있지만, 퇴직을 권고 받는 경우는 과거보다 덜 한 분위기다. 다만 현재로선 급격한 환경 변화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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