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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자동차사고 환자가 내원했다. 머리가 울리고 목과 허리 등에 통증을 호소했다. X-ray와 기타 초기검사결과에는 별다른 골절이나 이상을 발견할 수 없었다. 하지만 환자는 고통스러워하며 불안에 떨었다.
의사도 고민이 깊어졌다. 1% 위험과 환자 위안을 위해 CT나 MRI를 찍자니 심평원 삭감이 예상되고, 그렇다고 삭감된 금액받자고 심의비 5만원 내며 자보분심위에 2차 이의신청을 하기도 애매하다.
재활의학 전문의 A씨는 자신이 겪은 일을 바탕으로 "코미디 프로그램에 등장한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일선 의사들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동차보험 진료심사분쟁조정심의위원회(이하 분심위) 그리고 분심위 운영금의 일부를 부담하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등 자동차사고 환자를 놓고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
급기야 의협과 병협 등은 분심위 분담금을 거부, 법정다툼을 벌이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한 분심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진료심사 이관에 따른 과도기적 현상"이라며 상황을 일축했다. 심사 이관과 역할 갈등, 운영의 어려움을 조정하고 자보심사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이뤄지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관련기관 외면하면서 결국 피해는 환자·의사에 부메랑
하지만 자동차사고 진료심사 관련 기관들은 자신들의 입장만 내세우며 의료진과 환자의 피해를 외면하는 모양새다.
심평원 자동차보험심사센터(이하 자보센터)는 자동차보험관련 청구 및 심사, 1차 조정을 수행하며 전문성을 앞세워 자동차사고와 일반 상해사고와의 심사・평가의 차이를 인정하는데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국토부 또한 분심위 운영은 의협 등 보건의료 이익집단과 손해보험협회 등 손해보험사들의 영역이며 진료심사 등은 자보센터에 위탁한 만큼 관여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만을 내세우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의협 등은 분심위의 존재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개혁 수준의 개선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분담금을 부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자보센터 심사가 최소한의 질병 치료에 맞춰져 있어 자동차 사고 상해의 특수성을 인정받을 기구는 있어야 하지만 방만한 경영에 들어가는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회원들을 설득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의사들은 환자 불만과 심평원의 진료비 삭감, 절차적 번거로움, 간혹 발생할 수 있는 1% 위험에 따른 부담 등을 이유로 자보환자들을 기피하기 시작했다. 환자들은 소극적인 양방기관 대신, 답답한 마음을 해소하고자 한방기관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정형외과와 재활의학과에서 진료를 꺼려하는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환자들이 한의원 등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의원에서 진료를 받는 자보환자가 과거에 비해 45%가량 늘어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누구를 위한 진료·심사" 의구심 커져…컨트롤타워 필요성 제기
"다들 자기들 주장하기에 바빠 아무도 책임지지 않아요. 그 사이 의료진과 환자만 피해를 보고 있죠. 이를 통제할 컨트롤타워나 견제를 위한 기구나 제도가 필요하다."
분심위 심의위원으로 참여 중인 한 의사는 "작금의 사태를 컨트롤타워 부재에 따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율할 기구나 제도가 없기에 의료진과 환자만 피해를 입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자보센터로 심사・평가 기능이 일부 이관됨에 따라 이의신청 건수가 현저히 줄었음에도 분심위는 구조조정이나 기능 재정립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 않다. 의협 등의 분담금이 그대로 있기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법원 또한 지난 26일 의협 등의 분담금 거부가 부당하다며 분심위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림에 따라 분심위는 자구책 마련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할 전망이다.
국토부 역시 예산을 별도로 할당하거나 분심위에 대한 책임을 지는 등 일련의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돼 내심 법원 판결에 미소를 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자보센터 역시 기존의 전문성을 강조하며 자보환자 특수성을 쉽게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있어 의료진과 환자 피해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분심위 심의위원은 "자보와 일반상해는 진료 목표가 원상복귀와 일상복귀로 다르다"면서 "심평원의 진료심사 기준이 명확해 의료진의 판단에는 용이할지 몰라도 근본적인 목적의 차이가 고려돼야 할 것"이라며 전반적인 조정 및 방향 설정을 위한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거듭 제기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