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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의 책임을 진단서를 작성한 의사 개인에게 전적으로 돌릴 수 없다.” 세간의 관심을 모은 이른바 ‘사모님 주치의’ 세브란스병원 박 모 교수에 대해 2심 재판부는 이 같이 판결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는 지난달 30일 박 교수에게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한 1심을 뒤집고, 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박 교수가 허위진단서를 작성하고 부정 청탁을 받았다며 징역 3년을 구형한 검찰의 주장 대부분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검찰의 형 집행정지 판단 근거가 된 ‘진단서’의 허위성 및 의사 고의성 여부를 놓고 벌인 사상 초유의 법정 공방이다. 이번 판결이 의료계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보인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형 집행정지’는 검사가 갖는 권한으로 수감자에게 '현저히 건강을 해하거나 생명을 보전할 수 없을 염려가 있는 때' 등의 사유에 해당될 경우 진행할 수 있다. ■ ‘제3 진단서’ 놓고 1심과 2심 판단 달라
사건의 중심에 있던 진단서는 총 3개다. 1심과 2심 모두 제1 진단서에 대해서는 ‘전부 무죄’를, 제2 진단서는 ‘일부 유죄’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제3 진단서를 두고는 엇갈린 판결이 나왔다. 1심은 제3 진단서 상에 ‘윤길자에게 파킨슨증후군이 있다’고 기재된 부분이 ‘허위’에 해당한다고 판단, ‘일부 유죄’를 적용했다. 반면, 항소심은 “윤 씨에게 파킨슨증후군 의증이 있었던 사실이 인정되며 세브란스병원의 병명 입력 시스템을 고려할 때 이는 허위로 보기 어렵다”며 ‘전부 무죄’로 봤다.
제2 진단서의 ‘장기간 입원 치료가 필요’, ‘수감생활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허위’로 판단했다. 다만, 2심은 ‘안과질환 악화 우려가 있다’는 부분은 허위가 아닌 것으로 보고 무죄를 적용했다.
윤길자의 남편 류원기씨가 박 교수에게 허위 진단서 작성 및 입원을 청탁하며 미화 1만달러를 건넸다는 검찰의 주장, 즉 배임수재에 대해서는 1,2심 모두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박 교수의 배임수재가 무죄로 판단되므로, 허위진단서 작성죄의 일반 양형례에 의해 결정해야 한다”며 “허위진단서 작성죄 단독으로 기소된 사건은 대부분 벌금형이 선고됐다”고 밝혔다.
■ 법원·검찰 허위진단서 기준 부재
징역형에서 벌금형이라는 '큰 감형(減刑)'을 내린 판결은 여론에 적잖을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박 교수는 범법자인 사모님 윤 씨의 탈옥을 도왔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검찰은 500만원 벌금형 선고로 자존심에 치명적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검찰은 박 교수에 징역 3년이라는 짧지 않은 형량을 주장해왔다. 더구나 박 교수 유죄의 가장 큰 법적 근거가 될 배임수재에 대해 어떠한 구체적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사법부 역시 실형 8개월을 선고한 1심을 깨며 벌금형을 결정했다는 점에서 1심에 다소 미진한 부분이 있었음을 드러냈다.
이러한 혼란은 허위진단서 관련 객관적인 '기준'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법부가 진단서에서 ‘허위’라고 판단한 부분은 ‘장기간 입원치료가 필요하다’, ‘수감생활이 어렵다’는 표현이다.
그러나 항소심을 진행한 김용빈 부장판사는 “박 씨가 추상적 표현을 과장해 사용한 것은 진단서 작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것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인 가능성이 있는 표현을 사용한 것을 두고 ‘허위’라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판례에서 '허위란,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감자가 건강을 해하거나 생명을 보전할 수 없을 염려가 있는 경우가 아닌데도 형 집행정지신청에 첨부되는 진단서에 '수감생활이 불가능하다'고 기재하면 이는 명백한 허위 진단에 해당한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에서 부당한 형 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진 것은 기본적으로 검사 과실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검찰 측에 그 책임을 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