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의 입 역할을 했던 이동관 前 청와대 홍보수석은 2년 6개월의 공직생활을 마감하는 이임식에서 ‘늘공’과 ‘어공’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정권과 무관하게 늘 공무원인 경우와 어쩌다 공무원이 된 사례를 빗댄 말이었다. 평생 기자노릇을 할 줄 알았는데 어쩌다 보니 공무원이 된 자신의 상황을 언론인 특유의 연금술로 풀어낸 이 표현은 청와대 브리핑에도 등재돼 있다. 10개월 전 우려와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입성한 손명세 원장 역시 ‘어공’이다. 의사 출신으로는 서재희·신영수·김창엽·장종호 원장 이후 5번째로 심평원장에 오른 손 원장은 언어유희 보다 “늘공이든 어공이든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일치단결 해야한다”는 소신에 무게를 실었다.
모두 공감할 급여기준 개혁
손명세 원장은 무엇보다 "대통령이 펼치는 정책의 완성도를 높이는 역할이 공공기관 수장의 소임"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줄곧 강조하고 있는 규제 개혁에 주목했다. 전국민 건강보험 체제인 국내 보건의료 특성상 수 많은 규제가 산재해 있고,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의지다.
학계에 몸 담고 있는 동안 건강보험 및 제도의 전문가였던 만큼 심평원 입성과 함께 주저없이 급여기준 일제정비 작업에 착수했다.
급여기준에 대한 의료계와 환자단체 등의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던 만큼 이해관계자들의 협력적 발전과 국민건강 보호를 위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손명세 원장은 15일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 초청 간담회에서 “지나친 통제와 왜곡으로 병원과 의료가 병들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며 “소비자 혹은 보험자의 입장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효율성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중한 천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급여기준 일제정비는 이러한 위기감의 발로였다. 소비자와 공급자, 보험자 모두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 개선을 통해 왜곡된 의료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소신이다.
이를 위해 의약계 및 소비자단체 등과 급여기준 개선 관련 간담회를 개최하고 현재까지 내외부에서 약 200여개의 개선의견을 접수, 실무협의체를 통해 우선 검토과제를 선정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그 동안 산발적으로 관리, 운영되던 급여기준, 심사기준, 심사사례 등을 통합해 제공하기 위한 작업도 진행 중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모든 절차를 회의록으로 작성, 공개함으로써 건강보험 급여 관련 업무의 투명성 제고와 함께 심평원에 대한 신뢰도를 향상시키겠다는 의지다.
손 원장은 “오는 2015년 중으로 각종 위원회 논의 과정을 모두 공개할 방침”이라며 “소비자, 공급자 모두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급여기준 개선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형 건강보험 시스템 수출 본격화 예고
손명세 원장 취임 후 가장 도드라진 변화 중 하나는 바로 심평원 직원들의 ‘글로벌 의식’이다.
‘세계가 우러르는 건강보험’이라는 구호와 자찬에 그치지 않고 현실화 시켜야 한다는 그의 강력한 의지가 서서히 직원들에게 투영되기 시작한 결과다.
실제 손명세 원장 취임 이후 우리나라 건강보험 체계와 진료비 심사 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63개국 수 백명의 보건당국 관계자들이 심평원을 찾았다.
그는 이들에게 심평원의 역할을 ‘의료 구매자’로 축약해 설명한다. 국가가 의료서비스를 일정 금액을 주고 구매하고, 심평원이 그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소개하면 이해가 빠른 탓이다.
물론 ‘구매자’의 역할을 놓고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이견이 우려되지만, 손명세 원장은 반목 보다는 협력을 통한 건강보험 시스템 세계화를 제언했다.
손 원장은 “심평원과 건보공단은 보건복지부를 보좌해 우리나라 건강보험 시스템이 세계적인 표준 모델이 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러한 차원에서 그 동안 정부의 건강보험 관련 업무가 지나치게 내수용 위주로 운영돼 왔음을 안타까워 했다.
‘세계가 인정하는 건강보험’이라고 자화자찬만 하고 있을게 아니라 그들이 직접 이 시스템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야 한다는게 그의 판단이다.
손명세 원장은 “이제 우리나라 건강보험 시스템도 진화가 필요하다”며 “더 이상 국내용에 머물러 있기 보다 저비용 고효율의 이 시스템을 적극 수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그러기 위해서 심평원과 건보공단은 복지부가 지시하는 업무만 수행하는 피동적 태도 보다 적극적인 의견 개진이 필요하다”며 업무에 대한 소신을 내비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