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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경영 잣대로 국립대병원 평가 안돼"
주요 병원장, 국회의원들에 호소…설훈 위원장 "교육부 방침 재검토"
[ 2015년 02월 03일 20시 00분 ]

전국 국립대병원장들이 국회에 모여 박근혜 정부가 추진 중인 국립대병원 경영평가에 대한 개선안 마련을 촉구하며 한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국립대병원의 역할 고려 부재 및 공공의료 훼손 가능성, 절차적 미비성 등을 언급하며 평가 기준 재고와 시행 시기 연장 등을 요구했다.


이는 최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 초청 국립대병원장 간담회에서 다뤄졌다.


이 자리는 국립대병원 경영평가와 관련해 현장 목소리를 듣기 위해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마련한 것으로, 설훈 위원장을 비롯해 신성범 새누리당 간사, 김태년 새정치민주연합 간사 등 10여 명의 여야 의원들과 전국 10개 국립대병원장이 함께했다.


간담회에서 병원장들은 대체로 평가 자체보다는 국립대병원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경영평가 편람에 우려를 표명했다.


현재 경영평가 편람은 대학병원의 중증치료·필수의료공급·지역의료체계에 대한 평가지표가 아예 없는 반면 계량지표 60점 중 25점을 직접적인 수익평가 지표로 구성하고 있다. 의료수익 증가율, 환자 증가율, 비용대비 의료수익 비율, 인건비 및 관리업무비가 그것이다.


이 경영평가 편람 작성에는 변호사, 회계사, 행정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현장을 잘 아는 전문가를 배제한 채 진행돼 그 의도에 대해 각계에서 의구심을 품은 상태다.


윤택림 전남대병원장은 “의료 수가가 정해진 상태에서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환자를 더 많이 유치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2차병원 환자를 3차 병원으로 불러들여야 한다. 의료전달체계가 더욱 엉망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진호 서울대병원 기조실장은 “국립대병원 설립 목적은 교육·연구·진료·공공의료사업이다. 설립 목적에 따라 평가하고 부진한 영역이 나오면 본연의 임무를 충실하게 할 수 있도록 지원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짚었다.


주진형 강원대병원장은 “경영평가를 통해 지원을 줄이면 국민들이 국립대병원에 쓰는 세금이 줄 수 있지만, 그래서 소요되는 의료비는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며 풍선효과를 경고했다.


그는 “우리 병원의 평균 진료비나 병상당 수익률이 상당히 적지만 환자가 없거나 진료가 소홀해서가 아니라 진료비가 적정하기 때문”이라며 “이는 상대적으로 민간병원의 진료비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도 분명 있다. 자칫 아랫돌 빼서 윗돌 고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계량형 지표에 대한 불만도 쏟아졌다. 추상적이라 보고서 작성에 어려움이 있고, 심사도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성후 전북대병원장은 “비계량 지표는 비전 시행 등 추상적인 것이 있다. 실무자들은 비계량 항목을 설명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며 “현실적으로 이를 위해 컨설팅을 해야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김봉옥 충남대병원장 역시 “비계량형 항목을 채우기 위해 쓰는 내용들은 미사여구로 포장될 수밖에 없다. 또 그것을 평가하는 사람들은 주관적일 것”이라며 “그런 평가들이 과학적으로 돌아가는 조직에 왜 필요한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각 국립대병원은 지역 특성에 맞게 고유의 역할을 가지고 운영돼야 한다. 같은 잣대로 평가하고 순위를 매길 수 없는 구조”라며 “이를 반영한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절대평가 해 개선이 필요하면 제 기능을 찾아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평가 기준 재고 및 평가 시기 연장" 요구


병원장들은 평가 기준 재고와 함께 시행 시기 연장을 요구했다.


꼭 올해 평가를 받아야 한다면 기준에 맞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도 시범평가 수준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병원장들이 시행 시기에 민감한 것은 실적보고서 작성 시한이 2개월도 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지침에 따르면, 지난해 3월까지 편람을 작성하고, 국립대병원은 올해 3월 20일까지 실적보고서를 교육부에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교육부는 편람을 각 국립대병원에 배포해 의견 수렴을 받는 등 편람 작성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이대로 진행한다면 각 국립대병원은 2개월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2014년 경영실적을 완성되지 않은 경영평가편람에 따라 작성해야 한다.


병원장들 건의에 설훈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확답할 수 없지만 국립대병원 경영평가 지표가 지나치게 경영효율성에 치우쳐 의료공공성을 훼손할 여지가 많다는 점 등을 교육부에 전달하겠다”며 “서두르지 않아야 할 일을 서두르면서 설계도 없이 집을 짓고 있다”고 밝혔다.


신성범 새누리당 간사는 “경영평가는 국민 세금이 투입된 곳이면 피할 수 없다”면서도 “방식과 잣대의 문제다. 오늘 들은 현장의 목소리에 근거가 있는 만큼 방향을 잘못 잡고 있는 교육부가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수 있도록 국회도 고민을 해 보겠다”고 약속했다.

민정혜기자 mjh_nuit@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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